5-1.

 

아침이 왔다.

 

히요리: (으음....허리 아파.)

 

가볍게 기지개를 펴고 침대에서 나왔다.

그러자 선반에 정지해있던 감시자씨가 기동 되고,

내 등 뒤를 떠다녔다.

 

히요리: (세수하고 거실로 가자.)

 

어젯밤에 계속 침대 안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이것저것 생각하는 사이에 아침이 와버려, 가벼운 두통이 일었다.

 

히요리: (제대로 분위기 전환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자신은 전혀 없었다.

 

 

 

 

 

 

쿄우야: 아, 세나. 안녕.

 

토모세: ....좋은 아침.

 

마모루: 안녕히 주무셨어요.

 

좋은 아침이에요,

라고 돌려주려는 순간 멈춰 섰다.

 

히요리: (....목소리가 안 나왔었지.)

 

좋은 아침이에요』

그렇게 3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것을 확인한 아카세씨는 미소를 돌려주었고,

토모세군은 아침밥으로 보이는 빵을 베어 물었다.

 

치가사키씨는 다 마신 찻잔을 정리하며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을 알려주었다.

 

마모루: 다른 분들은 방에 틀어박혀 있거나, 외출하거나....

거실에는 3명뿐이에요.

 

어제는 결국 말다툼이나 다름없는 형태가 되었고,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은 채 해산해버렸다.

 

하룻밤 지난 것만으로 호전될 리도 없고,

거실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쿄우야: 모처럼 작업 분담도 정했는데

제 기능을 할 것 같지가 않네.

 

토모세: 어쩔 수 없잖아요.

신용할 수 없는 상대와는 함께 하고 싶지 않고.

 

쿄우야: 그거야 기분은 이해하지만.

세나와 반죠 외에는 결백을 증명할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시피 하고....

 

마모루: 세나씨와 에바나군, 그리고 후타미씨는

원래 세계에서 면식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증거가 될 수 없을까요?

 

토모세: 면식이 있다 해도, 

얼굴을 마주친 적이 있는 정도입니다.

자세한 건 전혀 모릅니다. 그렇지?

 

토모세군의 재촉에 나는 머뭇거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쿄우야: 학생이라는 것만으로는 이유가 될 수 없겠지.

이유를 붙여서 학교 쉬고 프로듀서 했을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니.

 

마모루: 과연. 그것도 그렇네요....

....저기. 전혀 다른 주제지만, 드라마의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쿄우야: 응, 뭔데요?

 

마모루: 세나씨가 드라마에 출연했을 때의 대응에 대해서입니다.

어젯밤, 조금 생각해 봤는데....

 

거기에 대한 것은 나도 생각했다.

매일 이세계통신은 있고,

내 차례가 오늘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히요리: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에

다른 캐스트와 이야기 맞춘다거나...

그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내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인지,

치가사키씨가 밝은 어조로 말했다.

 

마모루: 즉흥 참가, 라는 규칙이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저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쿄우야: 즉흥 참가?

 

마모루: 캐스트로 선출되지 않은 사람이라도

드라마에 즉흥 참가할 수 있다는 거예요.

드라마 방송 중에.

물론 대본에 없는 역으로 참가하는 거라서

모든 것을 애드리브로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토모세: 그런 게 가능하다는 겁니까.

어떤 절차로?

 

마모루: 저도 해본 적이 있는 건 아니라서...

다만, 드라마 방송 중에 화면을 터치하면 메뉴가 표시됩니다.

 

토모세: 과연. 그중에 즉흥 참가 항목이 있을지도 모르는 거군요.

 

쿄우야: 그게 세나랑 어떤 관계가 있는 겁니까?

 

마모루: 세나씨가 혹시 드라마 중에 곤란해할 경우,

즉흥 참가로 서포트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인원이 많은 쪽이 서포트도 보다 쉽겠지 하고.

 

쿄우야: 아아, 그렇구나....!

최악의 경우 세나의 대사를 즉흥 참가한 녀석이

전부 말해버리면 되는 건가!

 

마모루: 세나씨의 포인트가 늘어나는 건 어렵겠지만,

벌칙 게임보다는 나으니까요....

어때요?

 

즉흥 참가의 룰에 대해서는 후타미씨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서 그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해,

다소 망연하면서도 디스플레이를 조작했다.

 

히요리: 『저는 물론 괜찮지만, 즉흥 참가하는 사람이 위험하지 않을까요?』

 

토모세: 내가 할 테니까 상관없어.

애드리브도 자신 있고.

 

확실히 토모세군이라면 능숙하게 해낼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

아카세씨가 내 마음을 대변해 준다.

 

쿄우야: 매번 반죠가 즉흥 참가해버리면

너무 많이 나온다고 클레임이 들어오지 않을까?

분담해서 서포트하자.

 

토모세: 됐어요. 괜히 복잡해지기만 하고.

 

쿄우야: 너 말이지. 좀 더 유연하게 사는 편이 좋을걸?

세나 이외에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심정은

싫을 만큼 전해져 오지만 말이지.....

 

마모루: 저기, 반죠군....

저는 그다지, 협력해줬으니 그쪽도 협력하라든가,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그런 규칙이 있다고.

저도 그런 형태로라도 그녀를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

 

쿄우야: 응?

 

히요리: (뱅글에....메시지?)

 

일반 메시지와는 달리,

디스플레이 전면에 문자가 표시되고 있었다.

점검 안내, 라고.

 

쿄우야: 시스템 점검?

그런 게 있는 건가.

 

마모루: ....오늘은 하루 종일 이세계통신이 없다는 거네요.

다행이에요, 이 타이밍에.

 

히요리: (정말 다행이다....

적어도 하루는 대책을 생각할 수 있어.)

 

토모세: 『각 캐스트 분들께서는

오늘 하루 커튼을 친 방 안에서 조용히 지내주세요.

점검 시작은 1시간 후입니다.

또한, 점검 중에는 뱅글과 바운서의 사용을 금합니다』

....이건?

 

화면에는 점검까지 앞으로 59분이라는 문구가 있다.

 

히요리: (시계도 없는데 59분이라고 해봤자....)

 

그렇게 생각하는 내 마음을 간파한 듯,

숫자 59가 58로 바뀐다.

아무래도 이 화면에서 남은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것 같다.

 

쿄우야: 어째서 방에서 커튼을 치는 것까지 지정하는 거야?

게다가 꽤나 갑자기잖아.

 

마모루: 저희들의 행동을 제한해야 할 이유가

뭔가 있는 거 아닐까요.....?

 

히요리: (하루 동안 방에 틀어박혀서 얌전하게 있으라는 거야?

정말 갑자기...........)

 

복잡한 기분으로 얼굴을 마주 보고 있던 중,

그 자리의 공기를 아카세씨가 바꾸었다.

 

쿄우야: 하지만 이건─ 찬스일지도.

 

마모루: 찬스?

 

쿄우야: 시스템 점검으로 뱅글이랑 바운서를 쓸 수 없다는 건,

이건 탈출 찬스잖아.

 

토모세: 쓸 수 없다고는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은데요.

 

쿄우야: 그렇지. 하지만 사용금지라는 건

어떤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시험해 볼만한 가치는 있어.

 

마모루: 시험해 본다는 건, 어떻게....?

 

미즈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만전을 기한다면 점검이 시작되고 나서

그 이야기를 했어야지.

 

히요리: (아.....)

 

마모루: 이오치씨.

 

미즈키: 안녕.

늦잠 자버린 것 같네.

4명뿐인 거야?

 

마모루: 네. 에바나씨와 후타미씨는 외출 중이고,

다자이군과 교부군, 하이지군은 아직 못 봤어요.

 

미즈키: 알겠어.

그럼, 이야기로 되돌아가서─

 

 

 

 

 

 

 

쿄우야: ....확실히, 뱅글이나 감시자를 통해서

이 대화를 도청당할 가능성이 있네요.

『감시』라고 말할 정도고.

 

미즈키: 그렇지. 그걸 고려하면,

점검이 시작되고 방에서 조용히 얘기해야 했어.

하지만, 손을 쓸 확률이 높다는 건 제쳐두고.

그쪽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네.

그러니 해볼 가치는 있어.

물론 페널티를 받을 건 각오해야겠지만.

 

토모세: 그럼 뭐가 됐든,

나와 히요리는 참가하지 않습니다.

이 이상 페널티를 받을 수는 없어요.

 

히요리: (이 이상....목소리, 말이지.)

 

쿄우야: 지금이니까 말하는 거야.

내일 이후 세나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드라마가 제대로 될지는 운에 달렸어.

조건이 안 좋은─ 예를 들어 살인사건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다면,

또 세나가 연기를 주저할지도 몰라.

그렇게 2번째 벌칙 게임이 실행되면, 그다음은 없어. 그렇지?

 

토모세: .............

 

쿄우야: 또 하나의 수단으로 프로듀서를 찾아내는 것도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 누가 배신자인지 판단할 수 없고.

세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여기를 탈출해야 해.

그걸 위해 협력할 거고, 위험한 일은 가급적이면 내가 맡는다.

그러니 일단은 모두 모여서 탈출 계획을 짜자.

1시간 후까지 움직이지 않으면.

 

마모루: 모두라니, 전원 말인가요....?

 

쿄우야: 에? 그거야, 전원

 

미즈키: 그만두는 게 좋아.

전원이 모이면 프로듀서에게 상황이 알려져

탈출을 저지당할지도 몰라.

물론 이 자리에 없는 5명 중 누군가가 프로듀서일 경우 이야기고,

이 5명 중에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말이야.

 

쿄우야: 하지만 세나는 물론,

반죠도 아마 아니겠죠.

게다가, 치가사키씨도 세나 가까이에서 여러 가지 협력해 주고 있고.

이오치씨도 매번 이렇게 대책을 세워주고 있으니.

저는 이 안에 프로듀서가 있을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어요.

 

아카세씨의 목소리는 신기한 설득력을 갖고 거실에 울려 퍼졌다.

 

미즈키: 질릴 정도로 올곧네, 너는.....

그런 부분은 싫지 않지만.

 

마모루: 장점이네요. 본받고 싶어요.

 

히요리: (....올곧은 사람이구나.)

 

가능한 한 타인에 대한 신뢰를 잃고 싶지 않다.

그 자세는, 아카세씨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전혀 변함이 없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미즈키: 그럼, 나도 아카세군의 판단에 걸겠어.

하지만 더 이상 인원이 늘어나는 건 좋지 않아.

5명으로 결행한다.

 

쿄우야: 하지만....!

 

미즈키: 만약 무사히 탈출하게 된다면,

우리들이 정보국에 신고하자.

그러면 남겨진 멤버도 구출할 수 있어.

다른 멤버들을 버리는 게 아냐.

도움을 청하러 가는 거라고 생각하자.

알겠지?

 

쿄우야: ..............

그렇, 네요...........

 

마모루: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까요?

외부에 통신이 연결되는지 시험해 볼까요?

아니면, 어딘가로 도망을....?

 

미즈키: 감시자의 동작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 다르지만....

뱅글을 풀고 지정구역에서 탈출하는 것이 좋겠지.

통신기기도 있긴 하지만.

 

이오치씨가 꺼낸 것은,

이전에 토모세군이 리퀘스트해서 받은 통신기기였다.

 

어느 틈엔가 회수해 두었던 것 같다.

 

미즈키: 구역 밖에 나갔을 때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사용하지 않는 편이 안전할 거라고도 생각해.

바운서가 내준 물건이니까.

 

마모루: 적어도 이 『이세계』가 어딘지

대충이라도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미즈키: 한 번 나가볼 수밖에 없어.

모든 것은 거기부터야.

 

쿄우야: 그럼, 분담해보죠.

뱅글을 제거하기 위한 공구도 필요하고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도 검토하지 않으면.

 

미즈키: 내가 뱅글의 구조를 조사해서

뺄 수 있을지 시험해 볼게.

그러기 위해서는─

 

토모세: 저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고조되는 대화 속에서,

토모세군은 여전히 반대의 자세였다.

 

쿄우야: 아직도 그런 말을.

아까도 말했지만........

 

토모세: 신용할 수 있는지 어떤지의 얘기가 아냐.

지금 탈출한다면, 이 녀석의 목소리는 어떻게 되지?

계속 잃어버린 채로 있게 된다면.

 

히요리: (아..........)

 

디렉터의 얘기로는 원래 세계에 돌아가면 목소리가 돌아온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우리가 몰래 탈출했을 경우에도

같을지 어떨지는 모른다.

 

미즈키: ...네가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도 알겠어.

하지만 애초에, 그들이 어떻게 목소리를 나오지 않게 했는지는 생각해 봤어?

 

토모세: .........그런........

 

미즈키: 우리들의 건강상태는 뱅글로 관리되고 있어.

그건 이 『이세계』에 한정되지 않고,

『원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맥박과 체온 등 가벼운 이상이 있는 경우는

뱅글에서 즉시 대처가 가능하지.

경미한 전자파를 내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야.

참고로 과거에는 이 기능을 확장해서,

신체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해본 적도 있는 모양이야.

 

쿄우야: 들어본 적은 있어요.

체온을 자동 조정해서 잠들기 좋게 만든다거나,

열사병을 예방한다거나.....

 

미즈키: 또 신경에 직접 연결해서

신체의 상태를 컨트롤한다는 것도 검토되었던 것 같아.

 

마모루: 그런 것까지....

 

토모세: 그렇게 해서,

이 녀석의 목소리를 빼앗았다는 겁니까?

 

미즈키: 지금 건 개방 중지된 계획의 이야기고,

무엇보다 단순한 추론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해.

 

쿄우야: 뱅글을 써서 세나의 목소리를 빼았았다고 한다면....

뱅글을 제거하면 목소리가 원래대로 돌아온다?

 

미즈키: 그래. 그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히요리: (......!)

 

목에 이상한 점이 없는데도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 것이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오치씨의 추론을 듣고 있으면

자신의 지금 상황이 납득이 갔다.

 

히요리: (그렇다면....)

 

각오를 다지고, 나는 4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히요리: 『저는 참가할게요』

 

그 문자를 보고,

토모세군이 가장 먼저 언성을 높였다.

 

토모세: 이런 위험한 도박에 걸 필요가 있어?

드라마는 내가 도와줄 테니까, 그걸로 됐잖아......!

 

히요리: 『하지만, 그것도 위험한 도박이라고 생각해.』

 

토모세: 이 녀석들이 말하는 건 전부 추론에 불과해.

잘 될 거라는 보장이 없다고.

 

미즈키: 추론이지만, 뒷받침할 만한 것은 있어.

지금 모든 것을 설명하기엔 시간이 없을 뿐.

다른 시스템은 수수께끼 투성이지만.....

 

토모세: 그렇다 해도,

만전의 태세라고 할 수 없다면 무리예요.

그렇지 않으면 이 녀석은..........!!

 

나는 토모세군의 손을 잡고,

그 시선이 나를 향하게 했다.

 

그와 동시에,

내가 보낸 메시지가 디스플레이에 떠오른다.

 

히요리: 『아카세씨와 모두는, 나를 위해 여러 가지로 생각해주고 있어.』

 

토모세: ............

 

토모세군이 이쪽을 제대로 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다음 메시지를 쓰기 시작했다.

 

히요리: 『물론 토모세군도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 건 알아.

하지만, 시도해 볼 때가 아닐까.

이대로라면 나, 여러 가지를 후회할 것 같아서....』

 

히요리: (─지금 그 드라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도

역시 대본대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사정으로 모두를 성가시게 만들었다는 기분도 있다....

또 내 사정 하나로 모두를 휘두르는 건 면목 없다.)

 

그런 생각 모두를 문자로 하는 것은 어려워서,

토모세군이 어디까지 이해해 주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메시지를 읽고 난 뒤,

토모세군은 체념한 듯이 나에게서 떨어져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버렸다.

 

히요리: (토모세군......)

 

마모루: ....잠깐, 다녀올게요.

 

미즈키: 상관없지만, 이야기를 진행해도 괜찮을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마모루: 네. 금방 돌아올게요.

 

혹시 토모세군을 쫓아가는 걸까.

 

그렇게 생각해 뒤따르려는 나를,

치가사키씨가 제지했다.

 

마모루: 그는 당신을 정말로 걱정하고 있네요.

조금 이야기하고 올 테니까, 기다려주세요.

....괜찮아요.

제삼자가 전하기 쉬운 경우도 있으니까.

 

확실히, 이 이상 내가 토모세군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또 싸움처럼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치가사키씨에게 맡기는 쪽이 맞는 것처럼 느껴졌다.

 

작게 숨을 내쉬고, 생각을 비웠다.

 

쿄우야: 그럼, 4명이서 결행하는 걸로 하고 역할을 정하자.

 

미즈키: 그렇네.

먼저, 제일 먼저 제거하는 건 내 뱅글로 하자.

제거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쿄우야: 사용할 공구는, 감시자에게는 부탁하지 않는 편이 좋겠네요.

방법이 있으니까 제가 조달해 오겠습니다.

 

미즈키: 그럼 그쪽은 부탁할게.

세나군과 치가사키군은.....

지도를 바탕으로, 여기서 가장 가까운

『경계선』을 확인하는 걸 부탁해볼까.

 

쿄우야: 되도록 가까운 곳이 좋겠죠.

프로듀서에게 발견되기 전에

서둘러 구역 밖으로 나가려면.

 

미즈키: 그렇지. 주위에 이세계인이 있는지도

확인해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최대한 왕래가 없는 곳이 좋겠어.

 

예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이오치씨는 지식이 풍부하고 머리 회전이 빠르다.

 

게다가 아카세씨의 결단력도 더해져

내가 끼어들만한 일은 거의 없어서,

그저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즈키: 아 맞다, 외출 중 혹시 경고가 오거나

디렉터로부터 뭔가 지시가 있는 경우는

거기에 맞춰서 대피해줘.

어차피 탈출은 팔찌를 제거한 후니까,

예비 조사 단계에서는 무리하지 않아도 돼.

어떻게든 속여서 숙소로 돌아오는 거야.

 

쿄우야: 처음 있는 점검이고

나도 모르게 밖으로 나와 버렸다,

정도의 변명은 통하겠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마침 치가사키씨가 돌아왔다.

 

마모루: 기다리셨죠.

어떻게 되었나요?

 

미즈키: 치가사키군은 세나군과 함께 밖을 보고 와줬으면 해.

지도에 표시를 해뒀으니까, 그 장소를.

 

마모루: ....알겠습니다.

 

미즈키: 그 외에 자세한 건 그녀에게 물어보도록 해.

서둘러서 미안하지만 이제 시간이 없으니까.

 

쿄우야: 그렇죠. 저, 공구 찾으러 다녀오겠습니다.

 

미즈키: 응. 난 내 방으로 갈게.

각각 역할이 끝나면 내 방으로 와 줘.

 

마모루: 네. 세나씨, 갈까요.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고, 분주하게 해산했다.

 

점검까지 앞으로 30분.

4명뿐인 탈출 계획이 시작되었다.

 

 

 

 

 

 

5-2.

 

치가사키씨에게 경위를 간단히 설명한 후,

숙소 밖으로 나가 지도를 확인한다.

 

히요리: (여기에서 가까운 『경계선』은 두 군데.

가게들이 잔뜩 있는 거리의 골목을 조금 지나는 곳,

아니면 큰 공원의 동쪽....)

 

마모루: 두 군데 있네요.

어느 쪽부터 갈까요?

공원 쪽이 조금 더 먼 것 같은데.

 

히요리: (어느 쪽이 좋을까.....)

 

▶뒷골목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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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치가사키씨의 말대로,
나는 가까운 쪽을 택하기로 했다.

히요리: 『뒷골목 쪽으로 가요.』

마모루: 그렇네요.
그럼 뒷골목 쪽으로....저기
손을 잡아도 될까요.

히요리: (에?)

왜 그러는 걸까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자
치가사키씨가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마모루: 걸으면서 메시지를 쓸 수는 없잖아요.
무슨 일이 생기면 제 손을 당겨주세요,
멈춰 설 테니까.
아.
물론, 당신이 싫지 않다면의 얘기지만.

과연, 치가사키씨의 제안에 납득하며
나는 내밀어진 왼손을 잡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큰 그 손을 잡고
아주 약간의 쑥스러움을 느끼며,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향했다.






잡은 손은,
보폭을 나와 맞추기 위한 것도 있는 듯했다.

치가사키씨는 이쪽을 신경 쓰며 앞장서서,
내가 모르는 지름길을 지나 표시가 된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은 인적이 없어서 조금 섬뜩한,
그다지 오래 있고 싶지 않은 장소였다.

히요리: 『10분 정도면 도착하고,
여기가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치가사키씨는 못마땅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모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뭔가 소리가.......

히요리: (.....?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는데)

치가사키씨의 손에 이끌려
길을 돌아 그늘에 숨었다.

그러자 멀리 골목에서 움직이는 그림자가 보였다.

히요리: (아, 정말이다.)

캐스트 중 누군가가 아니다.
이세계인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이세계인1: ................

이세계인2: ................

히요리: (걸어 다닌다기보다....
어슬렁어슬렁 배회하는 느낌.
어떻게 된 일이지.....?)

치가사키씨는 나에게 눈으로 신호하고,
또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결국,
상점이 많은 거리까지 돌아와 버렸다.

히요리: 『그런 곳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그 사람들』

마모루: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쪽은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겠네요.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조금,
투영 디스플레이에 닿았던 손가락을 망설인다.

히요리: (뭘까. 조금이지만 신경 쓰여.)

그리고 그대로 손가락을 움직여 치가사키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길을 잘 알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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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히요리: 『치가사키씨는 길을 잘 알고 있네요』

이제부터 또 다른 표시 장소에 가도,
점검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치가사키씨가 더 빨리 갈 수 있는 길로 안내해준 덕분이다.

마모루: 그렇네요.
저는 다른 분들보다 외출해 있던 시간이 기니까요....

그랬구나, 라는 얼굴로 치가사키씨를 바라보자,
조금 곤란한 듯한 미소가 되돌아왔다.

마모루: ...세나씨.
시간을 낭비해버렸으니, 조금만 서두를까요?

퍼뜩 나는 디스플레이를 닫았다.

그리고 다시 치가사키씨의 손에 이끌려
또 다른 후보지인 공원을 향했다.

▷귀가 좋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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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히요리: 『귀가 좋으시네요.
소리 같은 건 전혀 듣지 못했어요.』

내 메시지를 본 치가사키씨가
약간 굳어지는 것 같았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마모루: .................
종종 듣곤 해요. 귀가 좋다고.

하지만 그것은 한순간으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치가사키씨는 이어갔다.

마모루: 그보다, 빨리 갈까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요.

앞장선 치가사키씨의 뒤를 쫓는 형태로
또 하나의 장소인 공원을 향했다.

히요리: (....이제 손은 잡지 않는 건가.)

 

▶공원으로 간다

...더보기

5-6.

히요리: 『공원으로 가봐요.
공원이라면 발견되었을 경우 변명하기도 쉽고.』

내 메시지를 본 치가사키씨는
약간 어두운 표정이 되어버렸다.

마모루: 그렇네요.....

히요리: (? 뭔가 잘못된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디스플레이에 손가락을 갖다 대려는 나를 치가사키씨가 멈췄다.
그 표정은 평소의 부드러운 미소로 돌아와 있었다.

마모루: 가볼까요.
될 수 있다면 점검이 시작되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고 싶네요.

 

5-7.

 

마모루: 이곳의 출입구가 경계선 같네요.

지도대로 공원으로 온 우리는
공원의 북동쪽에 위치한 출입구 앞에 있었다.

이렇다 할 수상한 점은 없고
출입구 밖은 큰길과 연결되어 있다.

시험 삼아 치가사키씨가 나가려 하자,
치가사키씨의 뱅글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감시자: 그 앞은 지정구역 외입니다.
되돌아가 주십시오.

그에 맞춰 감시자씨도 경고를 말해,
나와 치가사키는 공원 안쪽으로 돌아왔다.

마모루: 틀림없는 것 같네요.
문제는 사람의 왕래입니다만....

이 곳에 오기까지 주위를 상당히 경계하며 걸어왔다.

아마 이세계인에게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시간을 꽤나 잡아먹은 부분도 있다.

히요리: 『인기척은 없어요.
여기라면 괜찮지 않을까요?』

내가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자 치가사키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 것을 알려주기 위해
숙소로 돌아가자고 제안했을 때였다.

마모루: ....하지만, 정말로 괜찮은 걸까요?

불안해 보이는 치가사키씨의 목소리가, 내 손가락을 멈췄다.

마모루: 죄송합니다, 이런 말을 해서.....
아카세씨도 이오치씨도 여러 가지 생각하고
노력하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불안해진달까─
우리가 이런 행동을 취하는 걸
프로듀서는 꿰뚫어 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버려서.

히요리: (......꿰뚫어 본다.....)

그 말에 손 끝이 차가워졌다.

히요리: 『이 계획을 그만두는 게 좋다는 뜻인가요?』

마모루: 그런 뜻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렇게 들리겠죠....
죄송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망설여서.

나는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안해지는 마음은 잘 알고,
차근차근 검토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모루: ...못쓰겠네요, 저는.
제일 불안한 건 세나씨일 텐데.....
방금 건 잊어주세요.

그리고 치가사키씨는 고개를 들어
나에게 왼손을 내밀었다.

마모루: 숙소로 돌아갈까요.
점검까지 앞으로 3분 남았으니 조금 서둘러요.

히요리: (앞으로 3분....
지금부터 급하게 숙소로 돌아간다고 해도
시간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히요리: 『점검까지 이제 시간이 없다면
한 가지 시험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마모루: 시험해 보고 싶은 것?

히요리: 『뱅글과 감시자씨가 점검 중에 기능이 정지된다면
그대로 밖으로 나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내 목소리는, 뱅글을 제거하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모두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대가라고 생각하면 괜찮을 지도』

마모루: ? 그 말은.....?

히요리: 『점검 시작을 여기서 기다리고
밖에 나갈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어요.』

마모루: ....세나씨, 뱅글을 제거하는 데에 실패할 경우에
우리들 만이라도 밖으로 나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동의할 수 없어요.
당신 같은 사람이 자기희생을 생각하지 않아도....

히요리: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이오치씨가 말한 대로 누군가가 밖으로 나가서
신고해준다면 모두가 살 수 있고.』

마모루: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

치가사키씨는 몹시 망설였고, 당황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서로를 설득할 말을 찾는 사이에
시간은 지나.

그 시간이, 오고야 말았다.

그 소리는 마을 전체에 울렸고
감시자씨로부터의 아나운스가 흘러나왔다.

감시자: 곧 시스템 점검이 시작됩니다.
카운트다운, 10, 9, 8─

마모루: ....역시 돌아가죠, 지금 당장.

치가사키씨는 경고를 듣고 다급해진 듯 숙소 방향을 보았다.
또 설득하고 있을 여유는 없을 것 같았다.

히요리: (납득해주지 않았어....
어쩔 수 없어, 일단 돌아가서─)

그 사이에도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숫자는
제멋대로 그 수를 줄여나갔다.

3.

2.

1.

 

 

 

 

 

 

5-8.

 

0의 카운트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순간 현기증이 났다.
동시에 갑자기 어두워진 듯한 기분이 들어,
당황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히요리: (에....?
........이건........?)

혹시 드라마 때처럼 순간 이동해버린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치가사키씨의 모습을 찾는다.

마모루: ....................

치가사키씨는 멍한 표정인 채로
내 안색을 걱정스럽게 살피고 있었다.
우리의 거리감에 변화는 없었다.

히요리: (아....이동한 게 아니구나.)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여긴 뭘까.

하늘은 하늘이 아니다.

땅은 땅이 아니다.

콘크리트와 같은 무기질의 바닥이었다.

 

나무도 벤치도 분수도 연석도 없어지고,

공원의 울타리와 주변 건물만 남아 있다.

 

순식간에 모든 자연물이 사라져 버린 것 같은.

그런 광경이었다.

 

히요리: (하지만, 역시.........

어딘지 모르는 장소에 이동된 걸지도.
그런 게 아니라면, 이상하잖아.

이상해.)

 

가정했다가 취소하고,

가정했다가 취소했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치려고 했지만

디스플레이가 표시되지 않는다.

뱅글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 같다.

 

거기에서 퍼뜩 알아차렸다.

감시자씨도 기능을 중지하고

어느새 바닥에 착지하고 있었다.

 

히요리: (어느 쪽도 기능이 정지되어 있어.

역시, 그 부분은 맞았어.

그럼 『경계선』은─)

그리고 나는 『경계선』이 있는

출입구를 확인하려고 되돌아보았다.

 

호흡 방법을 잊었다.

 

히요리: (...........)

 

마모루: 세나, 씨........

 

그곳에는 출입구 따위는 없었다.

 

출입구가 있어야 할 1미터 정도 앞에는

그저 새까맣고 평평한 벽만이 우뚝 솟아 있었다.

 

울퉁불퉁한 벽은 위를 향해 솟아,

이윽고 천장과 직각으로 교차한다.

 

그래.

천장이 있었다.

 

히요리: (벽에, 천장......이 곳은......)

 

『마을이, 아니었던 걸까요?』

 

만약 메시지를 쳤다면

그런 식으로 썼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안고 뒤를 돌아보니

치가사키씨도 마찬가지로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주저 없이 벽으로 다가가, 만진다.

 

마모루: ....밀폐공간, 이네요.

이래선,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어............

 

그 벽은 완만한 원을 그리며

마을이었을 장소를 둘러싸고 있었다.

 

만약 그 벽이

모든 『지정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라면.

 

반경 1킬로미터의 광대한 토지는

벽과 천장으로 뒤덮인,

원통형의 밀폐공간이었던 것이다.

 

믿기 어렵지만,

이 눈이 이상한 게 아니라면

이것은 현실이겠지.

 

우리들은 닫힌 상자 안에 있는 것과 같다.

 

히요리: (뭐야. 결국, 도망칠 수 없어.
하하....바보 같아.)

 

지나친 절망 때문에

왠지 이상해져 버린다.

 

그토록 고민하고 논의했는데.

토모세군과도 엇갈리고.

하지만 아무 의미도 없었다.

 

히요리: (즉 치가사키씨의 말대로

프로듀서는 우리들의 생각 정도는 간파하고 있었어.
역할을 마칠 때까지,

그들의 희망대로 될 때까지,

우리를 놓아줄 생각 따윈 없는 거야.)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릴 것만 같다.

그런 나에게 다가와 살짝 몸을 붙인 것은 치가사키씨였다.

 

마모루: ....진정하세요.

이렇게 된 이상, 더는 이곳에 있어도 의미가 없어요.

빨리 숙소로 돌아가요.

이 일을 아카세씨와 이오치씨에게 보고해야죠.

 

히요리: (그런가....그렇지.

어떻게 하든 여기에서 나갈 수 없다면,

뱅글을 제거하는 것은 위험할 뿐이야.)

 

마모루: 괜찮아요.

침착하고....세나씨는, 혼자가 아니니까.

 

그리고 힘없이 늘어진 내 손을

치가사키씨의 왼손이 잡아 올렸다.

 

따뜻한 온기와 말이

나를 현실로 이끌어 주었다.

 

히요리: (.....치가사키씨의 손도 떨리고 있어.
불안한 건 치가사키씨도 마찬가지야.

정신 차리지 않으면.....)

 

 

 

 

 

 

 

치가사키씨의 손에 이끌려

마을이었을 장소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 갔다.

 

건물의 형태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외형이 완전히 다르다.

그 때문에 여기가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이 근처까지 공원이었을까.

이곳은 거리였을까.

 

나무나 화단, 자연물과 장식품은 일절 없다.

색이 없는, 마치 흑백의 세계와 같다.

 

숙소가 있었을 방향을 치가사키씨가 향하고,

나는 그저 따라갈 뿐이었다.

 

그 풍경을 보는 것 만으로, 미칠 것 같았다.

 

히요리: (나는 대체 어디 있는 거지?

대체 뭘 하는 거야, 이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마모루: 우리가 보고 있던 그 마을의 광경은......

아마 영상 같은 무언가라거나....

전부 만들어진 것이었던 거겠죠......

 

내 두려움을 느낀 것처럼

치가사키씨가 대답해 주었다.

 

마모루: 하지만, 전부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이야기의 도중에 치가사키씨가 멈춰 섰다.

 

히요리: (? 치가사키씨.........?)

 

마모루: 이쪽은 안 돼, 저 쪽 길로......

 

창백한 얼굴로 다른 길로 가려했지만,

결국 그쪽에서도 멈춰 섰다.

 

마모루: ............

 

이쪽으로 저쪽으로 가려할 때마다 멈춰 서다가,

마지막에는 태연한 표정으로─

치가사키씨는 내 손을 놓았다.

 

마모루: ......역시, 밖에 나갈 때가 아니었어........

 

그 목소리에,

나는 쭈뼛쭈뼛 앞을 보았다.

 

히요리: (.........?!)

 

그곳에 있는 생물을

뭐라고 부르는 것이 정답일까.

 

아니, 생물이기는 한 걸까?

하지만 움직이고 있으니 생물이겠지.

 

기분 나쁘게 꿈틀거리며 지면을 기어 다닌다.

진흙 같은 덩어리가 흐물흐물 형태를 바꾸며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

 

마치 민달팽이 같지만,

민달팽이보다 더 기괴하다.

 

이쪽을 눈치챈 듯이 신체의 일부를 들어 올려

다가오는 모습이, 이상했다.

 

만약 지금 목소리가 나온다면

엄청난 비명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지만 비명이 나오지 않아서,

더 혼란스럽고, 더 무서웠다.

 

히요리: (이건 뭐야? 괴물..........?!)

 

마모루: 세나씨....보지 마세요.

숙소까지 뛰어서 가요,

눈을 감은 채로도 좋으니까─

 

하지만 그런 우리들을 막으려는 듯,

괴물들은 이쪽을 향해 모이며 기괴한 소리를 내었다.

 

우는 소리, 로도 들렸다.

 

괴물: 오오오오오.........

 

괴물: 구에에에에에에........?

 

히요리: (어째서, 이런─)

 

다리가 떨렸다.

현기증과 토기가 심해진다.

 

괴물: 오오오오옹.......!

 

괴물: 후슈우우우우......

 

어느 틈엔가 괴물에 둘러싸여 있었다.

어째서 이쪽으로 오는 거야.

섬뜩한 소리를 내면서.

 

히요리: (오, 오지 마........!)

 

마음속의 외침은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괴물이 달라붙는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오싹하고 무서워서,

私は断じる。

 

히요리: (기분 나빠.)

 

괴물: 우오오오오오......?

 

히요리: (오지 마─......)

 

나는 그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하는 것도, 보는 것도 포기하고─

 

마모루: 세나씨.....!!

 

어느새 지면이 어디에 있는 지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뭔가가 기어서 다가온다.

기분 나쁘게 꿈틀대면서

이쪽을 향하고 있다.

 

히요리: (그만둬, 오지 마.)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감정만이 마음속에 폭풍처럼 소용돌이친다.

 

히요리: (기분 나빠. 만지지 마.)

 

하지만 그것들은 천천히 다가와,

나를 만졌다.

 

히요리: (싫어.....싫어.........)

 

혐오감이 지나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울지도 못한 채로,

그저 마음을 죽여나갔다.

 

히요리: (이젠 싫어....누군가, 도와줘........)

 

도와줘.

 

계속 그 한마디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으니 마음에 담아두었다.

 

하지만 정말은,

빨리 누군가 도와줬으면 했다.

 

히요리: (도와줘.

돌아가고 싶어. 가족들과 만나고 싶어.

보상 따윈 필요 없어.

누구라도 좋으니까, 도와줘.)

 

의미를 알 수 없는 장소에 갇혀,

의미를 알 수 없는 드라마를 강요당하고 있다.

 

그곳에서 도망갈 수도 없고,

목소리까지 빼앗겨 버렸다.

 

원하는 모든 것을 차례로 빼앗겨가는 느낌.

가진 것들이 소용없다고 들이대어지는 것 같다.

 

히요리: (도와줘.....누군가...........)

 

절망에 가라앉는 듯한 느낌 속에, 그저.

 

나를 만지는 그 기분 나쁜 생물은,

이상하게도 상냥하게, 따뜻하게─

평온하게 나로부터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5-9.

 

히요리: (...........?)

 

토모세: 히요리. 일어난 건가.

 

히요리: (어라? 여긴....)

 

주위를 둘러보았다.

숙소의 방인 듯했다.

 

토모세: ....네 방이다.

밖에서 쓰러진 걸 치가사키씨가 데려 왔어.

 

히요리: (치가사키씨가....)

 

하지만 그 순간, 기억나 버렸다.

 

히요리: (욱.....)

 

밖에 서 본, 그 광경을.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거기에서 꿈틀대는 기분 나쁜 생물.

울려 퍼지는 기괴한 울음소리.

 

메스꺼움을 느껴 입가를 틀어 막자,

토모세군이 의자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토모세: 괜찮아?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은 들었지만.......

 

엣, 하고 토모세군의 얼굴을 보자, 그 표정이 어두웠다.

그것만으로 제대로 정보가 전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에게 어디까지 들었는지 확인하려고

뱅글을 만졌지만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당연히 메시지도 보낼 수 없다.

 

토모세: 아직 점검이 계속되고 있어.

역시 하루 종일 할 모양이야.

 

히요리: (그런가.....어떡하지.

탈출에 대한 것만 생각하고

그 부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토모세: 점검에 들어가기 전에

펜과 종이를 리퀘스트해뒀어야 했는데.

숙소에는 구비되어 있지 않고.....

 

그런 식으로 토모세군이 이야기하고 있는 도중, 문이 열렸다.

 

미즈키: 잠깐 괜찮을까?

이야기해두고 싶은 게 있어.

 

쿄우야: 오, 일어났구나.

다행이다~ 쓰러졌다고 들었을 때 진심으로 걱정했다고.

 

토모세: ....나는.

 

미즈키: 아아, 있어도 돼.

넌 이번 계획을 알고 있으니까.

 

방으로 들어온 이오치씨와 아카세씨는

내 안색을 살피고 고개를 끄덕인 후

묘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즈키: 먼저 결론부터 말하면, 탈출 계획은 실패다.

우리 쪽에서 뱅글을 제거할 수 있는지 구조를 조사해봤지만.

 

거기서 이오치씨는 뱅글을 손톱으로 살짝 튕긴다.

 

미즈키: 꿈쩍도 하지 않았어.

평소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뱅글은

금방이라도 풀어낼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건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것 같네.

우리의 손목 형태에 맞게

완전히 고정돼서 채워져 있어.

이걸 풀려면 손목을 자르는 수밖에 없겠지.

뭐, 최후의 수단이지만.

 

쿄우야: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최후의 수단이네요.

 

아카세씨는 웃고 있지만, 나는 그다지 웃을 수 없었다.

다음을 이어간 것은 아카세씨였다.

 

쿄우야: 그래서, 밖의 상태에 대해서는...

실은 점검 중에 밖으로 나간 건

세나와 치가사키씨 뿐만이 아니야.

 

토모세: 그렇습니까?

 

쿄우야: 다자이는 점검이 시작된 후,

신경 쓰여서 숙소 밖으로 나간 것 같아.

그리고 방금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어.

 

미즈키: 지금 거실에 모여서 모두가 얘기하고 있어.

치가사키군은 없지만.....

 

히요리: (에?)

 

궁금함에 내가 일어서려 하자,

이오치씨는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미즈키: 숙소에 너를 데려오고 나서부터

상태가 안 좋아져서 방에 틀어박혀 버렸지.

 

쿄우야: 그래서 치가사키씨에게선

그다지 얘기를 들은 게 없어.

안색도 안 좋았고─

 

히요리: (그런 광경을 본다면 당연한 일이야.

쓰러진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미즈키: 그런 고로, 이 이야기의 다음은 거실에서 하자.

다만 탈출계획에 대해서는 덮어두도록 하자.

 

토모세: ...왜 잠자코 계획했는지

비난받는 게 싫어서 그렇습니까?

 

미즈키: 맞아. 5명 중에 프로듀서가 있다면

보여주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쿄우야: 사정은 알고 있잖아.

이 이상 분란이 되는 원인은 만들지 마.

 

토모세: 그 원인을 만든 게 아카세씨네 아닙니까.

 

쿄우야: .....하아.

알겠다고, 미안하다니까.

무모한 계획을 세워서.

 

토모세: 정말로, 무모해요.

 

미즈키: 실패했으니 할 말이 없네.

어쨌든 거실로 가자.

세나군도 갈 거야?

 

거실로 가기 위해 침대에서 나와,

이오치씨와 아카세씨, 그리고 토모세군이

방에서 나가는 것을 뒤쫓았다.

 

하지만.

 

히요리: (이야기의 다음인가.....)

 

갑자기 오한이 서렸다.

 

히요리: (아아, 기분 나빠─)

 

한동안은 그 광경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5-10.

 

거실로 내려오는 도중, 갑자기 뱅글이 울렸다.

 

놀라서 확인하니, 디스플레이가 떠있고

메시지가 와있었다.

 

점검 종료.

시스템을 재기동했습니다.

 

히요리: (점검, 끝났구나.
시작하기 전에는 점검에 희망을 걸고 있었는데.

지금은.......

점검이 끝나서 안심했어.)

 

료이치: 무슨 일이야? 이건....

 

그 음성에 뱅글에서부터 눈을 떼고 모두의 모습을 찾았다.

 

그러자 그 대부분이 창가에 모여 밖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메이: 점검이 끝난 순간,

원래 풍경으로 돌아왔다....?

 

료이치: 조금 전까지 삭막한 천장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소우타: 천장 쪽이 좋았어─?

 

료이치: 농담이지.

그런 숨 막히는 걸.

 

타쿠미: 아....세나 누나, 이제 괜찮아?

 

하이지군이 말을 걸자 모두가 일제히 이쪽을 보았다.

 

나는 그 시선에 당황하면서도,

부활한 메시지 기능을 사용했다.

 

히요리: 『응. 모두, 밖을 보고 있었어?』

 

료이치: 아아.

....우선 앉아서 상황 정리를 해볼까.

 

후타미씨의 말에 각자 자리에 앉았다.

모두 침착하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다자이군이 제일 먼저 말을 꺼냈다.

 

메이: 결국 점검 중에 밖에 나간 건

나하고 세나, 치가사키씨 뿐인가?

 

료이치: 난 지시에 따라서 방에 있었어.

특별히 나갈 이유도 없었고.

 

소우타: 난 카드 게임하고 있었어.

 

타쿠미: 나는 계속 잤어.

 

미즈키: 난 아카세군과 방에서 얘기하고 있었어.

에바나군은?

 

케이토: 똑같이, 방에 있었어.

 

쿄우야: 역시 3명뿐인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다시 한번 설명해주겠어? 다자이.

 

메이: 아아. 나도 처음엔 방에 있었지만,

점검에 들어가고 창 밖을 보게 됐어.

그랬더니 하늘이 보이지 않고, 대신 그 천장이 있었어.

그게 신경 쓰여서 확인차 밖으로 나갔다.

밖의 모습은 완전히 변해 있었고,

거기는 『마을이 아니었어』.

건물은 일단 있었지만, 폐허 같은 느낌으로....

화학 무기 등으로 인간과 생물, 식물은 전멸하고

그대로 백 년 정도 지나면 같은 풍경이 될지도 몰라.

그 정도로 생기가 없는 전망이었다.

그리고, 멀리서 벽이 보였어.

랄까, 전방위가 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천장에 덮개가 덮여있어서.

상자에 들어있는 죽은 마을....

또는 커다란 쉘터─, 였지.

내 감상으로는.

 

미즈키: 쉘터인가. 과연....

 

소우타: 에─. 그럼 최악의 경우 뱅글을 풀고

마을 밖으로 강행돌파!

같은 것도 무리라는 얘기~?

 

메이: ....뭐, 그런 거지.

그 벽을 파괴할 전차 같은 게 없는 한은.

 

교부군의 발언에, 식은땀이 느껴진다.

그 강행돌파를 하려다 실패했는데,

계속 모르는 척하지 않으면 안 된다.

 

메이: 그리고....

아까는 말하지 않았지만....

 

거기에서 다자이군의 말이 막혔다.

창밖이나 나에게 시선을 옮기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메이: 밖에서 기묘한 생물을 봤어.

 

료이치: 기묘한 생물?

 

메이: 진흙을 뭉쳐놓은 것 같지만, 움직이고 있고....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어.

....이것도 설명하기 어렵군.

 

소우타: 뭐야 그게. 괴물 같은데.

 

메이: ...그말대로, 괴물이라는 거다.

 

자리에 물이라도 끼얹어진 듯 조용하기 그지없다.

 

그 침묵이 무거워서, 나는 양손을 잡았다.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했다.

 

미즈키: 하지만 그 풍경은 점검이 끝난 순간

원래의 풍경으로 돌아왔다. 그렇지?

 

메이: 네. 그 자체는 모두가 보고 있었죠.

 

소우타: 아까, 히요리쨩이랑 치─쨩도

밖에 나갔다고 했었는데, 같은걸 본거야?

어떤 느낌이었어?

역시 괴물이라는 느낌~?

 

타쿠미: 치─쨩은 누구?

 

쿄우야: 치가사키씨 말하는 거지.

그보다 교부, 아까부터 말투 좀....!

 

나는 열어두었던 디스플레이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하지만 손이 무겁고, 손가락이 떨렸다.

 

히요리: (........괴물...........
진흙 같은, 그.........)

 

마모루: ....지금, 무슨 얘길 하고 있는 건가요?

 

목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창백한 표정의 치가사키씨가 서 있었다.

 

쿄우야: 치가사키씨. 상태는 괜찮아요?

 

마모루: 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대로라고는 할 수 없는 발걸음으로 다가가,

가까운 의자에 앉았다.

아직 좋은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마모루: 그보다, 지금 무슨?

 

메이: 밖에서 본 생물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소우타: 치─쨩은 봤어?

밖에서, 이상한 괴물.

 

마모루: 괴물........

 

쿄우야: 너 말이야, 말투 좀 어떻게 해봐.

세나도 치가사키씨도 상태가 안 좋다고.

 

소우타: 에~어떤 말투로 하라는 거야?

 

메이: 뭐... 얘기하는 게 주저될 만큼은

수수께끼의 생물이었다. 내가 본 것은 이상.

 

마모루: 저기, 이상한 생물에 대한 건가요....

확실히, 저도 봤습니다.

하지만 자세한 건 몰라요.

세나씨를 데려가는 데에 필사적이었어서.

 

미즈키: ....그렇군.

그럼, 나도 한마디 괜찮을까.

 

그렇게 말한 이오치씨는 책상 위에 종이 한 장을 올려놓았다.

 

료이치: 뭐지? 사진......?

 

그 사진을 보고 안색이 바뀐 것은

나....그리고, 치가사키씨와 다자이군 3명이었다.

 

미즈키: 실은 이 사진 데이터,

이전에 도서관의 자료에서 가져온 거야.

출력한 것은 한 장 밖에 없지만, 그 외에도 몇백 장이나 있어.

이제까지는 어딘가 모르는 곳의 사진이라고 스루 했었지만.

지금의 우리는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그렇지? 다자이군, 치가사키군, 세나군.

 

메이: .....아아. 이 사진은,

점검 중의 『이세계』가 틀림없어.

 

마모루: 그렇네요.....

이건 숙소 근처의 거리예요.

 

나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 본 풍경과 이 사진은 완벽하게 일치했다.

 

쿄우야: 하지만 어째서 점검 여부에 따라서

밖의 풍경이 바뀌는 거지?

풍경을 폐허처럼 바꾸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어?

 

타쿠미: 그건 생각을 반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폐허를 『지금의 풍경으로 바꾸고 있다』잖아.

 

쿄우야: ...................

저게 원래의 모습이라고?

 

나도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어째서일까 기억을 더듬으면,

치가사키씨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란 걸 알아차렸다.

 

마모루: 우리가 보고 있던 그 마을의 광경은......

아마 영상 같은 무언가라거나....

전부 만들어진 것이었던 거겠죠......

 

무심코 시선을 보내자,

치가사키씨는 한 번 눈을 내리뜨고 이야기를 꺼냈다.

 

마모루: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원래의 풍경이 너무나 살풍경이라,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꾼 게 아닐까 하고.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여길 아르카디아라고 부를 정도니까,

그런 연출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미즈키: ....응. 그 의견은 납득할 수 있어.

즉 디렉터 측이 말하는, 시스템이라는 건─

우리들의 뱅글, 바운서, 그리고 이 세계의 풍경을 관리하는

모든 시스템을 말하는 거겠지.

뱅글로 가짜 시각정보를 보내면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것 정도는 가능하니까.

 

토모세: 하지만....저는 밖에 나갔을 때, 나무를 만져봤습니다.

제대로 나무의 감촉이었어요.

 

미즈키: 그 부분은 잘 모르겠네.

─............

 

모든 정보를 끌어내고 모두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싸늘한 어조로 시선을 모은 것은 에바나군이었다.

 

케이토: ─그런 거, 생각해봤자 뭔가 의미가 있는 겁니까.

 

료이치: 에바나.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매번 그런 식으로 분위기를 깨는 건....

 

케이토: 그럼 묻겠습니다만,

그 수수께끼의 드라마의 시스템에 대해서,

누군가 구조를 알아낸 사람이 있습니까?

 

료이치: .........그건.......

 

케이토: 드라마가 시작되면 갑자기 다른 장소로 이동된다.

복장도 정신이 들면 바뀌어 있다.

다쳐도 드라마가 끝나면 낫는다.

점검 중에만 변하는 풍경 따위보다 훨씬 이상해.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전부.

그런데 이렇다 저렇다 얘기만 하고,

그래서 우리가 돌아갈 수 있기라도?

아니잖아. 의미 없다고, 이 딴 거.

 

한층 공기가 무거워졌다.

 

그 말대로였다.

맞는 말이기에, 내뱉는 모든 것이 한숨으로 돌아왔다.

 

소우타: 모처럼 내가 분위기 읽었는데 말이지~

정곡을 찔러서 모두 할 말이 없어졌잖아.

 

케이토: 시끄러워.

넌 이런 때만 분위기 읽지 마.

 

소우타: 그럼 모처럼이니까,

떨어질 때까지 떨어져 볼래?

언제가 돼도 말을 안 하길래 하는 말이지만 말이야~

메이쨩이 말했던 괴물이란 거, 이세계인 아냐?

마을 안을 걸어 다니고, 말을 하고 있었댔나.

 

히요리: (............!!)

 

메이: 메이쨩이라고 하지 마.

 

소우타: 이런 상황이 돼서도 아직 거기에 태클 거는 거?

그보다 동요가 없는 걸 보니, 메이쨩도 알고 있었다는 거네.

 

메이: ..................

 

다자이군이 부정하지 않은 것으로,

그 자리의 모두가 숨을 삼켰다.

 

소우타: 봐봐─, 치─쨩도 조용하네.

알면서도 잠자코 있었다니 치사하잖아?

아직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그녀』 때문인 건가.

 

마모루: .........그건........

 

료이치: 하..........

질척질척한 괴물이....이세계인?

농담치곤 심각하네.

 

소우타: 그치만, 전부 그 이세계인이랑 얘기해 봤어?

이상하다고, 전부.

일본어로 얘기하고 있지만, 말이 안 통하는걸.

인간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단 말이지.

하지만 정체가 진흙 괴물이라면 납득이 가네.

겉보기만 인간으로 보였던 거네~

 

교부군의 그 발언에.

 

 

히요리: 저기...여기는 어디인가요?

 

아이스크림 점원: 여기는 『이세계』랍니다.

 

히요리: 그 이세계라는건, 어디인가요.

일본.........인가요?

 

아이스크림 점원: ...................

 

히요리: 저기요?

 

아이스크림 점원: 안녕하세요. 아이스크림은 어떠신가요.

 

히요리: ............아니, 저기.......괜찮습니다.

아이스크림 감사했습니다.

 

 

감시자: 이것은 어드바이스입니다.

이세계인과 직접 접촉하는 것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히요리: 에? 무슨 말이야?

 

감시자: 권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강제는 아닙니다.

 

 

괴물: 오오오오오.........

 

괴물: 구에에에에에에........?

 

 

모든 것이 들어맞았다.

....맞고 말았다.

 

히요리: (........웃)

 

순간, 메스꺼움이 치밀어 올라 나는 급히 입가를 막았다.

 

메이: 세나.......!

 

식은땀이 배어 나오고, 시야가 빙빙 돈다.

굽힌 등을 누군가가 문질러 주었지만,

그것이 누군지도 모르겠다.

 

히요리: (어라, 이세계인이었구나.

나..... 『그것』 과 이야기하고,

그리고─

아이스크림도 받고, 그걸 먹었어.)

 

머릿속에 삐걱대며 귀를 찌르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기분이었다.

 

그것이 소리가 되지 못한 비명이란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히요리: (진정해진정해진정해.

스스로 먹었으면서.

뭘 이제 와서─)

 

거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그렇게 하는 사이,

내가 몸을 굽히고 마루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닥에 뚝뚝,

눈물과 땀이 떨어졌으니까.

 

메이: ....이 얘기는 관두자.

어쨌든, 세나는 좀 더 쉬는 편이 좋겠어.

 

토모세: 너 말이야.......!!

 

소우타: 우에~이.

어쨌든─, 이 손 좀 놔줄래 토모군─.

괴롭다니까.

 

토모세: 네 녀석 때문이잖아.

알고 있는 거냐?!

 

소우타: 진실을 말한 것뿐인데,

왜 화내는 거람.

 

디렉터: 여러분, 모여있었습니까?

 

쿄우야: !!

 

토모세: 젠장, 이런 타이밍에....!

 

미즈키: ─아아, 모여있었어. 뭔가 볼일이라도?

 

디렉터: 이번에는 간단한 확인입니다.

점검 중에 숙소 밖으로 나간 캐스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분의 정신상태는 안정되어 있습니까?

건강상태에 문제는 없습니까.

 

미즈키: .......그건.........어떤, 의미려나.

 

디렉터: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이제까지 통신에 참가한 캐스트분 중에는

밖의 광경을 본 것 때문에.....

정신에 이상이 생긴 분이 계셨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입니다.

 

쿄우야: 하아.......?!

 

디렉터: 물론 그때부터 환경을 개선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위해 시각 계통의 시스템을 그레이드 업 했으니까.

다만, 점검 중에는 시스템이 다운되어 버리므로,

본래의 풍경이 보이고 맙니다.

그런고로, 여러분의 정신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도,

점검 중에는 아나운스에 따르도록 부탁드립니다.

 

료이치: 뭐라고 해야 할지.... 친절하기도 하지.

이쪽의 정신 상태까지 배려해 줄 줄은.

 

디렉터: 업그레이드 이전의 조건에서는

캐스트 여러분에게 부하가 걸렸던 건지

캐스트 실격이 속출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본의 아니게 귀환한 캐스트가 없었던 고로,

이렇게 사양을 변경했습니다.

 

히요리: (......!!)

 

미즈키: 귀환한 캐스트가 없었다니,

그건 구체적으로─

 

디렉터: 전해드리고 싶은 것은 이상입니다.

특별히 문제가 없다면 됐습니다.

그럼.

 

디렉터가 한 이야기에서 뜻밖의 사실에 직면했다.

 

모두가 같은 충격을 받았는지,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런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아카세씨였다.

 

쿄우야: 귀환한 캐스트가 없었다니....

몇 명이나 죽었다는 거야?

이 미쳐버린 세계에서.

 

소우타: 글쎄? 하지만 사양을 변경했다고 말했으니까 괜찮겠지.

조금은 난이도 낮춰준 거 같고.

 

케이토: 그건 감사할 부분이군.

부디 이지모드로 살아 돌아가고 싶으니.

 

미즈키: 지금까지는 하드모드였던 거네.

그렇다 치고 녀석들은 사후통보가 많군.

질문에 대한 답변도 제멋대로고.

 

모두의 대화가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다.

먼 세계의 이야기 같다.

 

옷소매로, 세게 눈가를 닦았다.

두 번, 세 번 심호흡을 하자,

겨우 사고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히요리: (지금부터는, 도망칠 수 없어.

어딘지도 모르는 장소에 갇혀서,

주위는 괴물들 천지.

덤으로 지금까지 내가 보고 있던 것은

전부 가상의.... 단지 이상의 모습으로,

모든 내용물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문득 머리를 스친 것은,

종업식에서 들은 선생님의 말이었다.

 

 

교사: 그전까지는, 우리 모두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똑똑히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판단합시다.

 

 

히요리: (...........실망이네.

눈에 보이는 것조차, 믿을 수 없는 것 같아.

게다가 여기에서 도망갈 수 있었던 캐스트는 한 명도 없어.

모두가 죽어가고 있었다.......이 곳에서.

지금의 나처럼, 절망하면서.)

 

눈물의 흔적을 다시 한번 세게 닦았다.

볼품없이 소매가 젖어 있어서,

얼마나 감정을 흘려보내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히요리: (하지만─ 이런 걸로.

이런 걸로 져버린다면,

분명 돌아가는 것도 무리일 거야.)

 

몸을 일으키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등을 문질러주고 있던 것이 다자이군이라는 걸 알았다.

 

고마워, 라고 입모양을 만들었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지만.

 

히요리: 『두려워하지 말고

좀 더 다양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되겠어.

모르는 채로 죽어가는 건 싫으니까.』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 모두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분위기는 다시 바뀌었다.

 

이것이 최대한의 허세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겠지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즈키: ─그렇네.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조금만 더 이야기할까.

10분 정도면 돼, 나머지는 내일. 어때?

 

케이토: 어째서 제 쪽을 보는 겁니까.

..............알겠다구요.

 

료이치: 10분 지나면 저녁 식사를 합시다.

난 점심도 안 먹어서 배고파.

 

쿄우야: 찬성. 나도 안 먹었어.

 

히요리: (에, 식사.....)

 

그 말을 듣고, 공원에서의 사건이 다시 머리를 스친다.

 

모처럼 분발했던 기분이

핏기와 함께 사라져 가는 걸 스스로 느꼈다.

 

메이: ...어이, 바운서.

여기 있는 식사는 먹어도 괜찮은 건가?

사실은 다른 물체였다 거나 한건 아니겠지?

 

내 안색을 헤아려준 것인지,

다자이군이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바운서에게 질문을 던졌다.

 

감시자: 음식물에 대해서는

시각 정보 보정이 행해지지 않습니다.

준비된 식재는, 당신들이 평소 섭취하는 것과

같은 성분으로 되어있습니다.

 

케이토: 아무래도 먹을 것이 가짜라면 금방 알아차리겠지.

 

타쿠미: 그럼, 먹어도 괜찮은 거네.

 

미즈키: 그런 것 같네.

그럼, 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도

이야기가 끝나면 식사를 하도록 하자.

 

소우타: 에, 이 공기라니?

이거 내가 나쁜 놈인 전개?

 

메이: 조금쯤은 반성해 둬, 너는.

 

음식물에 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다소 마음이 편해졌지만

그래도 한번 품은 혐오감은 좀처럼 지울 수 없다.

 

히요리: (먹을 것은 괜찮아도,

그것이 건네준 것을, 나는.....

하지만, 힘낼 거라고 결심했으니까.

기분을 바꾸지 않으면─)

 

타쿠미: 누나, .....괜찮아?

 

토모세: 너무 무리하진 마.

 

걱정스럽게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두 사람에게

나는 『괜찮아』 라고 미소를 보냈다.

 

더 이상 아무 말도 없는 두 사람에게는

내 속마음 모두가 간파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모루: ......................

 

료이치: 치가사키? 안색이 안 좋은데.

 

마모루: 아.....죄송합니다.

아직 조금, 상태가.....

이야기가 끝나면, 전 방으로 돌아갈게요.

 

그 후에 몇 가지 정보만을 교환하고,

일단은 해산되었다.

 

약간 길어진 15분 후,

사라져 가는 모두의 등을 보면서

나는 조용히 심호흡을 했다.

 

히요리: (괜찮아, 괜찮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불안과 공포로 떨고 있기만 할 것 같았으니까.

 

히요리: (괜찮아, 돌아갈 수 있어. 분명 잘 될 거야.

목소리도 돌아올 거고, 집에도 갈 수 있어.

괜찮아.........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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