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노력하면 보상도 받을 수 있고,

언젠가는 해방될 수도 있다.

 

그 말과 실제로 주어진 욕실이라는 보상은

우리의 기분을 어느 정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미즈키: 욕실로 얼버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화나네.

시간은 금이라는데, 언제까지 우리는 감금되는 건지.

 

히요리: 확실히...

 

이오치씨는 차를 마시며 한탄했다.

나도 차를 대접받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거실에는 나를 포함해서 토모세군, 이오치씨, 후타미씨,

다자이군, 교부군이 모여서 잡담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메이: 하지만 우선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네요.

지금 시점에서는 탈출 방법도 모르겠고.

 

료헤이: 그렇네.

기력을 잃는 게 제일 안 좋아.

 

토모세: 이세계통신에 나가서 포인트를 벌면

언젠가 돌아갈 수 있는 거잖아? 간단한 문제다.

 

미즈키: 하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는 거지?

디렉터가 약속을 지킬지도 확신할 수 없고.

 

소우타: 음~ 하지만 그 녀석들 기본적으로 공정하지.

자기네가 말한 것도 지키고, 우리도 제법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잖아.

 

메이: 멋대로 데려와서 이상한 세계에 갇혀있는데서

공정하다는 생각은 하기 힘들데....

 

미즈키: 그들이 정한 룰 안에서의 공정함이라는 거네.

 

소우타: 정해진 룰을 지키기만 한다면 일단은 괜찮은 건가~

그건 그렇고.....

─케이쨩, 아까부터 계속 요리하고 있지 않아?

 

주방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리는

에바나군이 요리하는 소리다.

 

정작 에바나군은 들리지 않는 것처럼

계속해서 요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메이: 바운서에게 부탁해서 이것저것 식재료를 준비시켰지.

카레 재료인 듯 해.

 

소우타: 카레에 그렇게나 재료가 필요해?

 

메이: 글쎄...나한테 묻지 마.

요리는 잘 모르니까.

 

소우타: 요리쯤은 영상 보면 금방 되잖아.

 

메이: 자신만만하네. 평소부터 만들고 있는 건가?

 

소우타: 그럴 리가 없잖아~

요리할 정도라면 인스턴트 먹을 거야.

 

료이치: 인스턴트도 좋지만 채소도 섭취하도록 해.

면류에는 파를 썰어 넣거나, 진공 포장 채소를 쓰거나....

 

소우타: 에, 뭔데? 주부?

 

료이치: ....난 평소엔 자취하고 있으니까.

 

타쿠미: 무슨 얘기 하고 있어?

 

이야기 도중, 하이지군이 계단을 내려왔다.

낮잠이라도 잔 건지, 뒷머리가 뻗쳐있다.

 

소우타: 후타미 엄마가 영양 밸런스에 대해 지도하고 있는 중.

 

료이치: 그만둬. 어머니라면 좀 더 적임자가 있잖아.

 

소우타: ....설마, 그 녀석?

 

메이: ...에바나는 농담이 통하지 않으니까─

 

거실에 모여 그런 식으로 얘기하고 있을 때였다.

 

작은 소리로 뱅글이 울렸다.

이 소리는 나 자신은 드라마에 캐스트로 불리지 않은 경우다.

 

그것을 알고 있던 나는 편한 마음으로 뱅글의 디스플레이를 체크했다.

이번 회는 아카세씨와 하이지군의 드라마인 것 같다.

 

내 뱅글과는 달리,

하이지군의 뱅글은 요란한 알람음을 내며 울리고 있었다.

 

『통신 스테이터스: 3분 후 드라마 개시
방송 내용:「정의의 편」 제3화 
장르: 액션 드라마

캐스트: 사이카와 - 아카세 쿄우야

타나베 - 하이지 타쿠미』

 

료이치: 액션이라니, 괜찮아 하이지?

 

타쿠미: 으─응, 아마......

 

미즈키: 여러 가지 드라마가 있네.

폭이 넓은 건 좋은 일이지만.

 

타쿠미: 뭔가, 대사가 어려워....

 

미즈키: 어려워? 어떤 의미로?

 

타쿠미: 우음~.....

아, 이제 시작하니까 다녀오겠습니다.

 

디스플레이에서 대본을 체크한 하이지군은

그 말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히요리: ....이런 식으로 이동되는 거네요.

직접 본 건 처음이에요.

 

미즈키: 마치 순간이동이라는 느낌이네.

그럼, 두 사람의 드라마는 어떤 드라마일까.

 

 

 

 

 

 

 

3-2.

 

밤의 공원에 서있는 것은 아카세씨와 하이지군.

나는 그것을 디스플레이 너머로 본다.

 

하이지군의 복장은 우리들과 같은 교복 차림으로 바뀌었으나,

입었다기보다는 덮어썼다는 느낌이 드는 감이 있어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아카세씨의 대사가 시작되기 전에, 가볍게 자막이 흐른다.

이전회 영상의 줄거리인 듯했다.

 

모 조직인 RAAL에 소속되어있는 사이카와.

 

조직의 규칙에 납득하지 못하고 거점을 떠나

길에서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던 타나베를 도와준다.

 

쿄우야: ....여기까지 오면 괜찮겠지.

다치진 않았어?

 

타쿠미: 네, 괜찮습니다.

조 금.....해 있지만.

 

쿄우야: ? 아아....

 

하이지군은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그 자신이 말한 대로 연기가 특기는 아닌 것 같았다.

 

대사를 날리는 경우도 많았고,

포인트를 모으려는 의식이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타쿠미: 당신은 지 금의 사람을 알고 있습니까?

저는 갑 자기....져서, 뭐가 뭔지.

 

쿄우야: 확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마도─ 알고 있어.

하지만 너도 노려진 이유는 있다고 생각해.

 

타쿠미: 이유?

 

그렇게 말한 아카세씨는

하이지군이 갖고 있는 가방을 멋대로 뒤졌다.

 

타쿠미: 아, 맘대로만 지지 말 아주세요.

 

그리고 학생증을 꺼내어 내용을 확인했다.

 

쿄우야: 타나베 코우타....아버지의 이름은?

 

타쿠미: 타나베 케이타.

 

쿄우야: 그거로군.

물리학자 타나베 케이타의 아들─

네 아버지는 지금쯤 RAAL에 숨겨져 있을 거야.

아들인 너도 지금부터 보호하려 한 거겠지만,

한발 늦었다....라는 건가.

하지만, 결국 나도 이렇게

RAAL에 엮이게 된 건가.....젠장.

 

타쿠미: ...............

 

쿄우야: .....?

 

타쿠미: 으음~.....

저기, 대본의 이 한자 못 읽는데.

 

쿄우야: 에?!

 

히요리: (......!

아직 영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쿄우야: 그러니까....

어, 어쨌든 RAAL로 가자.

거기에 있으면 안전할 거야.

 

아카세씨가 애드리브로 도왔다.

하이지군이 대사를 읽지 못해도

어떻게든 이어갈 작정인 듯했다.

 

타쿠미: 그렇다 해도.....

이 다음 문장도 못 읽는단 말이지.

히라가나로 써줬으면 좋겠는데.

 

쿄우야: .....!!

 

 

 

 

 

 

히요리: (하, 하이지군.....!

아직 방송 중인데!

출연을 거부하거나, 연기를 거부하면

벌칙 게임을 당하게 되는 거였지, 분명.

이렇게 연기를 멈춰버리는 건

연기를 거부한 게 돼버리는 거 아냐...?!)

 

 

 

 

 

 

타쿠미: 적....어쩌구 자?

음─.............

 

쿄우야: ....마, 만약 네가 타나베 케이타의 적자가 아니더라도,

그들과는 관계없을 테니까.

그러니 조용히 날 따라와, 자!

 

아카세씨가 뻗은 손을,

하이지군은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완전한 평소의 하이지군으로

연기가 머리에서 빠져있는 것만 같았다.

 

쿄우야: 빠, 빨리 해.

대사는 됐으니까....!

 

타쿠미: 알겠어─

 

그리고 하이지군은 아카세씨의 손이 이끌려 공원을 빠져나갔다.

 

 

 

 

 

 

 

 

3-3.

 

방송이 종료되고, 하이지군이 거실로 돌아왔다.

그러자 모두가 각각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히요리: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

 

미즈키: 어렵다는 건, 한자를 못 읽어서

어렵다는 의미였던 거네.

 

타쿠미: 응. 지금까지의 대본은 적당히 얼버무렸지만

이번에는 읽을 수 없는 한자뿐이었으니까─

 

히요리: 좀 더 준비 시간이 있었다면

가르쳐 줄 수 있었는데.

 

그런 식으로 얘기하고 있자,

복도에서 황급히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료이치: 오, 오고 있네 이번에 고생한 사람이.

 

쿄우야: 하이지, 너 말이지!

그 정도 한자는 읽을 수 있도록 해봐!

안 그러면 나중에 곤란해진다고?!

 

타쿠미: 에─

 

쿄우야: 『숨기다』 나 『적자』는 그렇다 쳐도,

『놀라다』 라던가 『덮치다』 는 그렇게 어려운 한자도 아니잖아.

 

타쿠미: 으음─, 그런 한자 배웠던가?

기억이 안 나는데─

 

미즈키: ....안 배웠어?

 

쿄우야: 안 배웠다니 그럴 리 엇잖아.

이 정도 한자는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미즈키: 잠깐 기다려.

하이지군, 네 나이를 아직 못 들은 거 같은데.

몇 살이야?

 

타쿠미: 나? 난 12살이야.

 

미즈키: 엣.

 

쿄우야: 하아?!

 

토모세: 열둘이라니....... 초등학생이라는 건가?

 

타쿠미: 웅.

 

히요리: 그랬던 거야......?!

전혀 눈치 채지 못했어..........

 

그 말을 듣고 다시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하이지군의 행동의 의미가 이해된다.

 

 

 

위세가 좋은 사람: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이상,

통신장비가 필요해. 이 건물은?

 

???: ....숙소라고 했었지.

 

아까부터 쭉 침묵이었던 그가,

발끝으로 땅을 끄는 것을 그만두고 숙소를 올려다보았다.

 

 

 

타쿠미: 그렇네... 확실히,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네.

나는 하이지 타쿠미.

학교는, 우토 제1이지만....

 

쿄우야: 우토 제1? 들어본 적도 없네.

 

타쿠미: 응. 그럴 거라고 생각해.

나도 모두의 학교 모르고.

그럼 다음 사람 부탁해.

 

 

 

히요리: (모두의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조용히 있다거나,

꽤나 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런 게 아니라, 대화를 따라 올 수가 없었던 것뿐이었어.)

 

심심해지면 바닥을 통통 발끝으로 차거나

모르는 대화일 때는 고개를 갸웃하거나.

 

말투나 동작도 초등학생이라고 생각하면 적정 연령의 그것으로 보인다.

 

쿄우야: 이게 초등학생 얼굴이냐!

 

메이: 얼굴이랄지, 키랄지.....

어딜 봐도 초등학생으로는 안 보여.

 

료이치: 꽤 커다란 초등학생도 있는 법이네.

 

소우타: 하이지군, 이리 와 봐.

 

교부군이 손짓한 뒤, 자신의 옆에 서게 한다.

그리고 하이지군의 키를 확인하고 한숨을 내 쉬었다.

하이지군 쪽이 조금 더 키가 크다.

 

소우타: ....하아. 납득이 안되네─

너, 정말 초등학생이야?

 

타쿠미: 그런데......이상해?

 

쿄우야: 이상하달까, 뭐랄까.........

그런 거라면 처음부터 말해.

알았더라면 도와줬을 텐데.

 

하이지군을 중심으로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치가사키씨가 돌아왔다. 외부를 조사하러 갔던 모양이다.

 

이걸로 모두가 거실에 모이게 되었다.

 

마모루: 무슨 일 있었나요?

 

료이치: 하이지군이 12살이라는 사실이 발각돼서,

모두가 놀라고 있던 중이었지.

 

하이지 타쿠미: 우토 제1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

 

마모루: 12살?

그랬던 건가요, 그렇게 안 보이네요.

 

히요리: 하이지군...내 남동생이랑 같은 나이네.

 

타쿠미: 그렇구나.

그럼 누나라고 부르는 게 딱이겠네.

 

히요리: 응.....

 

히요리: (누나, 인가.....

아직 초등학생인데 이런 일에 말려들다니.

가족이 그리울 거고, 힘들겠지.)

 

히요리: ....하이지군!!

 

나는 무심결에 하이지군의 손을 세게 잡았다.

 

타쿠미: 에. 뭐야?

 

히요리: 여기 있는 동안, 날 진짜 누나라고 생각해도 되니까........!!

 

타쿠미: 세나 누나.....

 

토모세: 나왔군. 히요리의 버릇이....

 

메이: 버릇?

 

토모세: 연하라는 걸 알면 전부 동생 취급해서

싫을 정도로 돌봐 주는 거.

 

메이: 과연.

 

히요리: 싫을 정도라니,

나 그 정도로 끈질긴 적은 없었는데?!

 

토모세: 있었어. 배는 고프지 않은지,

졸리지 않은지까지 묻는 버릇은

지금도 없어지지 않았어.

 

히요리: 웃.....

 

타쿠미: ....아직 안 졸리니까?

 

히요리: 우웃.

그건 계속 여동생이나 남동생을 돌봐줬으니까,

묻는 버릇이 생겨버렸는걸....!

 

쿄우야: 헤─. 남동생? 여동생?

 

히요리: 여동생이 둘에, 남동생이 둘........

 

쿄우야: 4명인가. 그럼 버릇될 만도 하지.

 

마모루: 확실히, 세나씨는 누나라는 느낌이 있네요.

 

미즈키: ....과연. 우리들 좀 더 서로에 대해 알 필요가 있겠어.

어이─, 에바나군!

 

갑자기 이오치씨에게 불려, 불쾌해 보이는 에바나군이 거실로 얼굴을 비쳤다.

 

케이토: 뭔가요.

카레라면 아직 안됐는데요.

 

미즈키: 지금 끓이는 중이지?

그렇다면 잠깐 얘기 좀 하자.

서로에 대해서 말이야.

 

케이토: 서로에 대해서?

 

미즈키: 공동생활을 하면서,

덤으로 협력해서 드라마까지 연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건 상당히 힘든 일이지.

서로를 어느 정도 이해하지 않으면 어디까지 파고들어도 될지,

아니면 어디까지 파고들면 안 되는지를 모르잖아.

그러니까 우리들은 서로의 특성이나 취미 같은 것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린 것은 

아카세씨와 다자이군, 그리고 후타미씨였다.

 

쿄우야: 좀 더 알아야 한다니....

그렇다면 먼저 자기 성별을 좀.

 

메이: 아아..... 결국 어느 쪽인지 지금 와서는 수수께끼니까.

 

료이치:  뭐,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녀.....아니, 그?

....저 사람 나름의 농담인 거겠지.

 

히요리: (다 들려요, 세 사람 다...)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것이 새어 나와

나는 무심코 쓴웃음을 지어버렸다.

 

미즈키: 덧붙여서 내 취미는 양궁이고

칵테일 만들기 같은 것도 가끔씩 하고 있어.

좋아하는 음식은 배랑 사과.

 

그런 세 사람을 제쳐두고,

이오치씨는 상관없다는 듯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그 뒤를 이은 것은 아카세씨였다.

 

쿄우야: 뭔가요 그 셀럽스러운 프로필은....

나는, 그래. 굳이 말하면 아침 조깅이 취미랄까?

아, 축구도 꽤 좋아해. 보는 것만이지만.

 

료이치: 장기전을 각오로 친목을 도모한다는 건가.

뭐 어쩔 수 없네.....

나는 전에도 말했던 것처럼 미술 전문에 다니고 있어.

전공으로 하고 있는 건 입체 조형.

은공예를 특히 좋아하니까 리퀘스트가 있다면 만들어줄 테니 말해줘.

 

쿄우야: 만들다니, 여기서 말인가요?

 

료이치: 아아, 그 정도 재료라면 관리자에게 말하면 준비해줄 테니까.

그 점은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쿄우야: 헤이. 그런 부분에서는 후하네요.

 

메이: 나한테도 그런 취미가 있었다면 어느 정도는 참을만했으려나.

난 특별히 이거다 싶은 취미도 특기도 없어서.

좋아하는 거나 싫어하는 것도 딱히.........

 

소우타: 아침에 그라탕 먹으면서 『그라탕 맛있어....』 하며 울었지.

 

메이: 아니 울지는 않았다고?!

좋아하는 건 맞지만.

 

토모세: 하지만 당근은 남겼지.

 

메이: 흥미 없는 척하면서 쓸데없는 거 너무 보잖아, 너희들.

 

히요리: 그라탕 좋아하는구나.

그럼 또 만들게.

아, 에바나군 쪽이 나으려나?

 

케이토: 어째서 내가 저 녀석 취향에 맞추지 않으면 안 되는 건데.

 

메이: .....세나, 부탁할게.

 

히요리: 으, 응.

 

소우타: 그럼 내 취미도 얘기해둘까☆

내 취미는~.......

 

료이치: 교부의 취미는 게임이지?

듣지 않아도 알겠어.

 

마모루: 언제나 게임하고 있는걸요.

 

소우타: 뭐 그렇긴 하지만,

게임이라고 해도 여러 가지 있으니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아날로그 게임.

카드게임이나 테이블 위에서 보드를 펼치고 하는.....그런거.

기계나 PC도 꽤 특기려나.

아, 참고로 외동이야─

 

료이치: 그럴 거라 생각했어.

 

쿄우야: 지나치게 자유인이니까.

 

소우타: 음─, 편견이 느껴져.

 

마모루: 그럼, 저도 일단.....

사람에게 자랑할만한 특기나 취미는 없지만

선인장 수집을 좋아합니다.

요리는 그다지 특기는 아니라서

될 수 있으면 여러분들께 맡기고 싶은 마음이에요.

 

미즈키: 라는데. 에바나군.

 

케이토: 맛없는 요리를 먹는 거보단

자신이 만든 걸 먹는 게 낫긴 하지만....

 

소우타: 케이쨩은 어째서 요리가 특기인 거야?

남자 고교생이 요리가 특기인 건 드물지.

 

케이토: .............

그런 건 아무래도 좋잖아.

나도 세나랑 같이 가족한테 만들어줬던 것뿐이다.

 

소우타: 아무래도 좋다고 말하면서도

제대로 대답해주는 츤데레.

 

케이토: 너 밥 없어.

 

소우타: 에─.

그럼 히요리쨩한테 만들어 달라고 해야지.

 

히요리: 엣....만들어 주는 거야 언제든 괜찮지만....

사이좋게 지내는 게 좋다구?

 

토모세: 멋대로 이쪽에 민폐 끼치지 말아 주세요.

 

히요리: 민폐라고 할 것 까지는.....

아! 에바나군은 요리 이외에 특기가 있어?

좋아하는 거라도 좋아.

 

케이토: 별로 취미 아니거든.

.....굳이 말하자면 게임을 좋아하지만

이 녀석이랑 같이 묶이고 싶지 않아.

 

소우타: 에, 그랬던 거야?

그렇다면 같이 하자!

컴퓨터 게임이라도 좋아.

 

케이토: 절대로 싫어.

 

히요리: 아, 아하하.....

공통의 취미가 있어서 다행이네.

그럼, 나는─

벌써 얘기했지만, 동생들에게 자주 만들어주고 있어서

요리랑 과자 만들기는 꽤 잘하는 편이야.

어려운 건 레시피 없이는 무리지만.

그 외에는 소품을 모으는 걸 좋아해.

감시자씨의 외형도 귀엽고 꽤 좋아할지도.

 

내 말을 들은 건지, 내 전용의 감시자씨가

공중에 뜬 채로 빙글 돌았다.

 

토모세: 어째서 반응하는 건데....

 

메이: 기뻐하는 것처럼 보여....

 

미즈키: 우리들은 그들에게 감시당하고 있는데

귀여워서 좋다는 건 꽤 거물이네.

 

히요리: 죄, 죄송합니다.......

 

토모세: 애초에 그런 성격이에요.

태평하다고 할지 대범하다고 할지.....

일부러는 아니에요.

 

미즈키: 응, 그런 거겠지 하고 생각했어.

그래서, 반죠군은 어때?

세나군의 기사님 같은데 말이야.

 

히요리: 기사라니...

 

토모세: 소꿉친구예요.

저는...딱히 여러분과 친하게 지낼 생각은 없지만.

 

히요리: 잠깐, 토모세군.

 

히요리: 하지만 이 녀석이 시끄러우니까

표면적으로는 나름대로 친하게 지낼 거고

연극부니까 드라마는 제대로 할 겁니다.

 

쿄우야: 세나의 서포트는 할 거면서

자기 서포트는 전부 차단해버리는구나.

 

토모세: 이 녀석이 배신자로 의심되는 건 싫으니까요.

저 자신은 아무래도 좋지만.

 

쿄우야: 쿨하구만─.......

하이지는?

말해두고 싶은 거 없어?

 

타쿠미: 말해두고 싶은 거.........그러게

 

메이: 뭔가 없어? 취미나, 특기나.

 

타쿠미: 취미....특기.............

 

미즈키: 아직 초등학생이니까,

자기 어필은 어려울지도 모르지.

 

타쿠미: 아. 나, 사육 위원이야.

학교에서 토끼 키우고 있어.

 

미즈키: 사육......위원........

 

료이치: 그리운 얘기네....

 

미즈키: 몇 년 전이더라....

 

료이치: 아직 있구나, 그 풍습.

 

마모루: ....이건 저도 끼어야 할 부분일까요....?

 

먼 눈을 한 이오치씨와 후타미씨의 옛날이야기가 섞이며,

 

저녁 식사 시간까지 모두의 잡담은 계속되었다.

 

히요리: (이 분위기를 보면

제법 잘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빨리 돌아가고 싶은 것이 제일이지만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는 한때였다.

 

 

 

 

 

▶정원으로 간다

 → 쇼트 에피소드 4

▶숙소 밖으로 간다

 → 쇼트 에피소드 5

▶거실로 간다

 

 

 

 

 

 

3-4.

 

히요리: (음─.....)

 

나는 조용히 숨을 토해내고

뱅글의 디스플레이를 껐다.

 

히요리: (드라마의 출현은 비교적 많지만

포인트는 조금씩밖에 쌓이지 않네.)

 

뱅글에서 통신 포인트를 확인할 수 있어서

지금까지 얼마나 쌓여 있는지를 보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걸 보고 있자니

어쩐지 우울한 기분이 든다.

 

히요리: (토모세군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역시 연기력의 차이일까.

아니면 내가 드라마를 내켜하지 않아서 일까....)

 

다행히 처음 연기한 키스신 같은,

연기가 주저될 정도의 드라마는 그때부터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마음에도 없는 대사를 읊는 것은 꽤나 어려워서

대본을 읽는 것이 고작이다.

 

히요리: (게다가...우리들의 드라마를

이세계인들이 보고 있다고 했는데....)

 

 

히요리: 저기...여기는 어디인가요?

 

아이스크림 점원: 여기는 『이세계』랍니다.

 

히요리: 그 이세계라는 건, 어디인가요.

일본.........인가요?

 

아이스크림 점원: ...................

 

히요리: 저기요?

 

아이스크림 점원: 안녕하세요. 아이스크림은 어떠신가요.

 

히요리: ............아니, 저기.......괜찮습니다.

아이스크림 감사했습니다.

 

 

히요리: (그런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섬뜩하다.

섬뜩하다고 생각하는 건 실례인 걸까. 하지만─)

 

공원에서 만난 이세계인의 행동, 말투, 표정 따위를 떠올려 본다.

 

이야기했을 때의 위화감을 떠올려 보았지만,

사실 세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는 그다지 여유가 없었던 것도 있다.

 

히요리: .....좋아!

 

나는 과감하게 마음을 정하고 가볍게 몸치장을 했다.

 

히요리: (다시 한번, 이세계인과 이야기해보자.

어쩌면 내 착각일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예전의 아이스크림 가게 점원씨와 만나러

공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히요리: (오늘도 점원씨가 있다.

게다가,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이나 놀고 있는 아이도.....

이렇게 보면 보통 사람과 다른 것은 없어 보인다.)

 

나는 그중에서도 벤치에 앉아있는 여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히요리: 저기, 실례합니다.

조금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여성1: 네, 뭔가요?

 

히요리: 저기...당신은 이세계통신을 보고 있나요?

 

여성1: 네, 물론 보고 있어요.

 

히요리: 저, 그 이세계통신에 출연하고 있는데, 알아보시겠어요...?

 

여성1: 그런가요. 잘 보고 있어요, 힘내세요.

 

히요리: (모른다는 건가? 음─.....)

 

히요리: ....이세계통신은 재미있나요?

 

여성: 네, 재미있어요.

 

히요리: 하지만 저, 연기가 서툴러서.

좀 더 잘 연기할 수 있다면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여성1: 그런가요. 힘내세요.

 

히요리: ....!

 

히요리: (또다. 또 이런 느낌.....)

 

제대로 대화가 성립되지 않는다.

얘기가 통하지 않아.

 

그럼 이건 어떨까, 하고 화제를 바꿨다.

 

히요리: 저기! 저...사실은 이세계통신에 출연하고 싶지 않아요.

멋대로 캐스팅되어서, 곤란해요.

 

여성1: ?

 

눈 앞의 여성은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에도 나는 강한 톤으로 말을 이어갔다.

 

히요리: 『이세계』 밖으로 연락할 수단을 알고 있나요?

그게 아니라면 여기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호소하듯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때, 내 뒤에서 감시자씨가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었다.

 

감시자: 이것은 어드바이스입니다.

이세계인과 직접 접촉하는 것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히요리: 에? 무슨 말이야?

 

감시자: 권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강제는 아닙니다.

 

히요리: 그게 아니라.

어째서 어째서 추천할 수 없다는 건가요?

 

감시자: 당신의 정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히요리: 정신에, 영향.........?!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아연해하고 있자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 세나? 여기서 뭘 하고 있어?

 

히요리: 후타미씨........

지금, 이세계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료이치: 이세계인과?

 

히요리: 이세계인들은 어떤 식으로

이세계통신을 보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저, 능숙하게 연기할 수가 없으니까

보고 있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뭔가 변할까 싶었어요.

그런데....

 

료이치: ....하하, 굉장하네 너는.

간이 크다고 해야 하나.

그 긍정적인 면은 본받아야겠어.

 

히요리: 그런가요....

하지만, 저기....제대로 대화가 되지 않아서.

 

후타미씨에게 다가가 목소리의 톤을 약간 낮춰 속삭이자

후타미씨도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료이치: 그렇지, 나도 그랬고.

....여기선 좀 그러니까 숙소에 돌아가서 이야기할까?

 

후타미씨는 슬쩍 이세계인 여성에게 시선을 맞췄다.

 

이쪽이 하는 대화를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이대로 이야기하는 건 실례일지도 모른다.

 

히요리: 그렇네요...알겠습니다.

 

료이치: 좋아.

거실에서 차라도 마시면서 얘기하자.

 

이세계인과 이야기할 때는

마음속의 응어리가 더 심해질 뿐이었는데.

 

후타미씨의 산뜻한 미소 덕에

숙소에 도착했을 때쯤엔

내 기분도 꽤 평온해져 있었다.

 

 

 

 

 

 

 

 

료이치: 그들은 정해진 것 밖에 말할 수 없다.

난 그렇게 느꼈어. 감시자들과 마찬가지로.

 

거실의 소파에 앉아,

후타미씨는 감시자씨를 가볍게 가리켰다.

 

히요리: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마치 기계 같네요.

 

료이치: 기계인가, 과연.

기계가 스스로 골라서 드라마를 본다니,

뭔가 재미있는 그림이네.

 

히요리: 그러게요....

기계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히요리: (좀 더 제대로 이야기해보면....)

 

그러게 하면, 위화감의 정체가 손에 잡힐지도 모른다.

 

빙글빙글 생각이 소용돌이친다.

생각이 얽히기 시작했을 때,

후타미씨가 살짝 웃는 것이 느껴졌다.

 

료이치: .................

너는 상대가 이세계인이라 해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건가.

여자애다운 상냥함인가?

기계라면 기계인 걸로 됐다고 난 생각했지만

넌 그렇지 않은 모양이네.

 

히요리: 엣. 그럴 생각은 아니고....

좀 더 포인트를 모으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요.

 

료이치: 하하, 솔직하네.

아아, 그럼 이건 알고 있어?

뱅글로 과거의 영상도 볼 수 있어.

 

그렇게 말한 후타미씨는 옆에 앉아서 내 뱅글을 조작했다.

그 거리의 가까움에 잠깐 동요하고 말았다.

 

히요리: 으음.....

 

료이치: 여기. 여기에 영상이 저장되어 있어.

시범 삼아 하나 봐 볼까. 포인트를 원한다면 도움이 될 거야.

으음, 어떤 게 좋을까........

 

영상이 재생되고, 불길한 BGM이 흐른다.

출연자의 얼굴이 공포로 굳어져, 박진감 넘치는 연기였다.

 

료이치: 서스펜슨가. 한낮에 볼만한 건 아니네.

그럼 이쪽 걸로─

 

그리고 재생된 것은 연애 드라마였다.

바로 캐스트 두 사람의 포옹신이 디스플레이에 표시된다.

 

이건 이거대로, 두 사람이 연기하는 건 긴장되지만.

 

료이치: ..........아─, 다른 드라마 쪽이 좋으려나?

 

히요리: 아, 아뇨, 괜찮아요.

 

그렇게 물으면, 그건 그거대로 대답하기 힘들어서

나는 드라마 쪽에 집중하기로 했다.

 

히요리: (하~. 분명 연애물이든 뭐든,

후타미씨는 상관없는 거겠지.

어른이구나....)

 

후타미씨가 타 준 차를 마시며

영상을 확인해 나갔다.

 

모두가 연기하고 있는 드라마와 큰 차이는 없지만

모르는 캐스트가 연기하고 있는 모습은 신선하다.

 

히요리: ...이 사람들도, 우리들처럼 강제로 끌려온 걸까요.

 

료이치: 그렇겠지.

디렉터도 그런 식으로 말했었고,

캐스트는 상당히 떨고 있어.

 

후타미씨의 말대로, 드라마 안의 그들은 위축되어

마음먹은 대로 연기를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료이치: 이래서야 포인트로 제대로 들어오지 않겠는데.

.....뭐, 연기란 건 어려우니까.

간단히 할 수 있으면 배우가 설 자리가 없지.

 

히요리: 배우인 사람을 데려오면

좀 더 스무스하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료이치: 그렇네.

초보를 고르는 것도 뭔가 의미가 있는 걸까.....

 

그리고 후타미씨는 차를 죽 들이키고는

영상의 재생을 종료했다.

 

히요리: .....역시, 1화 1화가 짧네요.

벌써 끝나버렸어요.

 

다른 영상을 보기 위해 뱅글로 손을 뻗었지만

그 손을 후타미씨가 잡았다.

 

료이치: 잠깐 기다려.

방금 전 부분, 조금 돌려 볼 수 있을까?

 

손을 붙잡혀, 나도 모르게 굳어버렸다.

가뜩이나 거리가 가까운데

이렇게 되면 의식해버릴 수밖에 없다.

 

히요리: 그러니까.....어, 어디....인가요?!

 

목소리마저 뒤집혀,

결국 후타미씨와 눈이 마주쳤다.

내 표정을 본 후타미씨는 작게 웃었다.

 

료이치: ....아, 그러니까........미안.

함부로 여자애 손을 잡으면 안 되는데.

 

히요리: 죄....죄송해요.

 

료이치: 아니. 배려가 부족했어, 주의할게.

 

미안하다며 후타미씨는 다시 한번 사과한 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히요리: (뭘까, 이 느낌.

연상의 남성은 모두 이런 걸까....

당황한 기색도 없고.....나만 이런 걸까?

우, 긴장된다.... 그러고 보니 연상의 남성과는

그다지 가까이 있던 적이 없었을지도.)

 

평소 토모세군이나 동급생들 하고만 얘기하고 있어서일까.

후타미씨의 여자아이 취급에 두근두근 해버린다.

 

히요리: (드라마 때도 전혀 망설임 없었고,

역시 그런 것에 익숙한 거겠지.)

 

슬쩍 후타미씨의 모습을 보자

후타미씨가 작게 웃었다.

 

료이치: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히요리: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렇게 어색해하면서 영상의 시간을 돌려 재생하자

후타미씨가 『여기』라고 지적했다.

 

료이치: 이때, 다른 캐스트가 드라마에 참가했을 때야.

이때의 자막을 봐.

 

히요리: 즉흥 참가.....?

 

료이치: 캐스트 명도 대사도 적혀있지 않아.

그러니까 그 이름대로 즉흥으로 드라마에 참가한 거 아닐까, 이 캐스트는.

 

히요리: 헤에에.....

이런 일을 해서 뭘 얻을 수 있는 걸까요?

 

료이치: 한화분 더 출연하는 걸로 보다 포인트를 벌 수 있다, 라는 걸까.

 

히요리: 하지만 대사 전부를 애드리브로 해야 하고,

저한테는 어려울 거 같아요.

 

료이치: 하하, 그렇지.

하지만 이런 식으로 우리들이 모르는 룰이

달리 있을지도 몰라.

그런 부분을 찾으며 포인트를 모으는 것이

드라마를 해내가는 요령일지도 모르겠네.

 

히요리; 과연...!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뱅글을 조작하려 했을 때

경고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통신 스테이터스: 3분 후 드라마 개시 
방송 내용: 「연하의 그녀」 제5화 
장르: 연애 드라마

캐스트: 쿠라타 - 이오치 미즈키

사리나 - 세나 히요리』

 

저랑 이오치씨로 연애 드라마......?!

 

료이치: 의외의 캐스팅이네.

이오치씨는 남성역으로 설정되어 있는 건가?

 

히요리: 그런 것 같아요.

대본에도 그 라고 적혀 있고.

 

료이치: 우연인지 정말 그런지는 의문이지만

우선, 힘내. 여기서 보고 있을 테니까.

 

히요리: 더 긴장되네요.......

 

료이치: 하하하.

 

나는 당황하며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대본을 읽었다.

 

그러나 그것을 완료하기도 전에

주위의 풍경이 바뀌었다.

 

 

 

 

 

 

 

3-5.

 

미즈키: 이야. 상대역이 나라서 미안하네.

 

히요리: 아뇨, 그런....

 

히요리: (이오치씨, 정장이다.....

평소와는 분위기가 달라.)

 

미즈키: 연애물은 처음이라 잘 될지 어떨지.

 

히요리: 저야말로, 서투른걸요....

 

미즈키: 그래? 그렇다 해도 신경 쓰지 마.

연상인 내가 리드할 테니까.

지금 나는 남성인 것 같으니.

 

히요리: (지금의 나?

변함없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모르겠네..)

 

미즈키: 아니면 넌, 날 여자라고 생각하는 쪽이

긴장하지 않고 할 수 있으려나?

 

히요리: 에.....어, 어떨까요..........

 

미즈키: 후후, 어느 쪽이든 괜찮아.

긴장되지 않는 쪽으로.

.....그럼, 잘 부탁해.

 

그리고 이 오치 씨는 디스플레이를 곁눈질로 보며 나와 거리를 좁혔다.

 

잠깐의 텀을 두고,

드라마 시작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지나가던 사리나에게 갑자기 사랑 고백을 받은 쿠라타.

 

하지만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쿠라타는 반대로 사리나를 꼬시기로 한다.』

 

줄거리 표시가 끝나고,

이오치씨의 표정이 변했다.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데도,

그 시선은 강하게 나를 묶었다.

 

미즈키: 너는 나쁜 아이구나.

나는 네 고백을 듣고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었는데.

전부 거짓말이었다니.』

 

나는 이오치씨─쿠라타를 속이고,

그것을 전혀 반성하지 않는 여고생 역이다.

 

가시 돋친 대사를 늘어놓으며

쿠라타를 부추기지 않으면 안 된다.

 

히요리: (하지만, 잘할 자신이 없어....

심한 말 뿐이야.......)

 

한숨 돌리고 대사를 시작했다.

 

히요리: ......뭐, 뭐야.

잠깐 이용당해줬으면 한 것뿐이잖아.』

 

미즈키: 사람의 기분을 가지고 놀 거라면

가지고 놀아질 각오도 했어야지.』

 

히요리: 몰라....난 끈질긴 스토커남을

떼어 놓고 싶었을 뿐이야.

그 녀석이 없어진 이상,

당신도 필요 없어졌으니까.

잘 있어.』

 

지독한 여자구나 생각하며

나는 뛰어서 그 자리를 떠났다.

 

아니, 떠나려 했다.

 

미즈키: 『기다려. 넌 날 이용했어.

그렇다면 나도 널 이용해야지.

그렇지?』

 

히요리: 『당신 사정 따윈 몰라. 이거 놔.』

 

미즈키: 『나도 네 사정 따윈 몰라.

그래...앞으로 3개월, 나와 사귀는 걸로 할까.』

 

히요리: 『3개월?

농담이겠지. 절대 싫어.』

 

미즈키: 『그러니까 네 사정 따윈 모른다고 했잖아.

잊어버렸어? 난 너의 비밀을 알고 있어.』

 

히요리: 『..................』

 

미즈키: 『다행히....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난 너처럼 기가 센 아이는 싫지 않아.

그러니 너도, 사양 말고 날 좋아하게 되어도 좋아.』

 

히요리: 『뭐야 그거, 이상해 당신.

좋아할 이유가 없잖아.』

 

미즈키: 『자신 있다면 내 눈을 봐.

눈을 피한 상태로 말해도 설득력 없다고?』

 

히요리: 『....좋아하게 될 리가 없어!』

 

미즈키: 『핫, 좋은 얼굴이네.

....넌 절대로 날 좋아하게 될 거야.

네 쪽에서 손을 잡고 키스해주는 걸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히요리: 『...............

기분, 나빠. 놔줘.』

 

연기라는 걸 알고 있어도

상대에게 던지는 호된 말들마다 죄책감이 더해진다.

 

이오치씨에게 면목없게 되어 그의 표정을 살짝 엿보았지만 

신경 쓰고 있는 기색은 없었다.

 

언제나의 이오치씨와는 거리가 먼 표정을 하고 있지만.

 

미즈키: 『그 기분 나쁜 남자와,

넌 사귀는 척을 하고 있었지.

꽤나 용기 있구나.』

 

히요리: 『그만둬.

난 당신과 두 번 다시 만날 생각 없으니까.

따라오지 말아 줘.』

 

미즈키: 『그래. 그럼 내일 봐.』

 

히요리: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잖아.』

 

 

 

 

 

 

 

3-6.

 

『통신 포인트: 2
합계 통신 포인트: 34』

 

히요리: 하아아아아............

 

료이치: 어서 와. 왜 그래?

 

히요리: 굉장히 피곤한 역할이었어서....

포인트도 전혀 안 늘어났고.

 

료이치: 아직 부끄러움이 남아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마음껏 연기하는 게 좋아. 자신을 버리고 말이야.

 

히요리: 하지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건

상당히 괴롭고, 부끄러워요.

 

료이치: 반죠와는 키스했으면서?

 

히요리: 그건!

.....사고 같은 거여서.......

잊고 싶어요, 잊어 주세요.

 

넘어가려 했지만,

갑작스러운 말에 다시 떠올리게 되어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 반응을 본 후타미씨는 그런가, 라며 짧게 중얼거렸다.

 

료이치: 네가 그렇다면 잊어도 좋지만

앞으로도 그런 드라마가 있을지도 몰라?

키스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좀 더─ 엄청난 내용의 지시가 나올지도.

 

히요리: ......!!

 

갑자기 허리에 손이 감긴 채 끌어당겨졌다.

그런 일을 당하면, 긴장은 손을 잡은 때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히요리: 저, 저, 저기.........?!

 

료이치: 아까 손을 잡았을 때의 반응이나

드라마의 분위기를 봤을 때 생각한 거지만....

 

허리에 팔을 두른 상태에서 후타미씨는 관찰하듯 나를 보고 있었다.

 

료이치: 조금쯤은 익숙해지는 편이 좋지 않을까?

세나는.... 남자 친구라던가 있어?

 

히요리: 없......어요.........

 

료이치: 역시. 그럴 거 같았어.

 

히요리: 무슨 의미인가요......?!

 

료이치: 익숙지 않는구나 했지. 하하.

 

불평하면 좋은 것인지 밀쳐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나도 모르게 경직되어 버렸다.

 

료이치: ─랄까, 미안.

그렇게까지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었어.

익숙해졌으면 하는 건 본심이지만.

네가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놀려주면 긴장을 풀까 싶었는데....

역효과인 것 같네.

 

그렇게 말하고 쓴웃음을 지은 후타미씨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아까 드라마에서 들은 목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미즈키: 어라. 사리나군이 바람피우고 있어.

 

히요리: 이, 이오치씨.......?!

 

료이치: 이오치씨, 이 타이밍은 혹시 노렸나요?

 

미즈키: 무슨 소릴까나?

그보다 연하의 여자애를 놀리면 안 되지, 후타미군.

그녀는 특히나 초심자 같고.

 

료이치: 놀리는 게 아니에요.

초심자니까 더욱, 드라마에서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해주는 편이 좋을 거라 생각했어요.

 

미즈키: 그래?

하지만 그건 그녀 마음이지 않아?

 

료이치: ....그렇게 말하면서 꽤나 가까이에 앉네요?

 

미즈키: 나도 익숙해지고 싶거든.

여성을 꼬시는 건 좀처럼 없는 일이니까.

 

료이치: 남자라면 꼬시나요?

 

미즈키: 심술궂은 질문인걸.

솔직히 이 중에서 꼬신다면,

후타미군보다는 세나군이 좋아.

 

료이치: 하하, 주고받았네요.

하지만 저도 꼬신다면 이오치씨보다 세나가 좋아요.

 

히요리: 저기.......그것보다........

가까워요, 후타미씨도 이오치씨도.

 

농담인 것은 알겠지만,

두 사람에게 갇힌 형태로 앉게 되어서

움직일 수가 없다.

 

미즈키: 뭐 어때.

날 좋아해도 된다고 말했잖아?

 

히요리: 그건 드라마 쪽 이야기잖아요....

 

료이치: 그런가.

난 다자이 말고도 세나를 두고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히요리: 그것도 드라마 이야기잖아요?!

장난은 그만둬 주세요,

이런 상황에서.........!

 

도망갈 곳도 없는 상황에서 거리는 더 좁혀져,

수줍음보다 당혹스러움이 앞선다.

 

히요리: (두 사람 다 연상이니까 불평하기도 힘들어....!)

 

덤으로 이오치씨에게 손까지 잡혀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을 때,

계단에서 아카세씨가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히요리: 앗, 아카세씨!!

 

쿄우야: ....뭐하는 거야, 당신들.

세나가 찌부러질 것 같잖아요.

 

히요리: 도와주세요.........

 

쿄우야: 엄청나게 절실하잖아.....

자자, 떨어져요, 떨어져.

다 큰 어른이 이런 장난하면 안 돼요.

 

미즈키: 후후. 이런 때일수록

이렇게 농담도 하고 그래야지.

 

료이치: 맞아 맞아.

딱딱한 분위기로 하는 쪽이 힘들잖아?

 

쿄우야: 어른의 변명은 치사하네─

하지만, 사이좋게 하는 편이 좋다는 건 저도 동의해요.

 

히요리: 그건, 이런 의미로..........?

 

쿄우야: 아니, 그건 아니지만.

 

분위기를 살핀 건지,

후타미씨도 이오치씨도 떨어져 앉아 주었다.

 

진정되었다 싶음을 확인하자,

아카세씨는 조금 진지한 얼굴로 말을 계속했다.

 

쿄우야: 전에도 말했지만,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려면

우리들이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10명 안에 프로듀서가 섞여 있다는 건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고...

그러니, 정말로 프로듀서가 있다고 하면

차라리 이쪽으로 끌어들이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료이치: 끌어들여?

 

쿄우야: 우리 동료로 삼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프로듀서도 협력하게 만든다.

그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누가 프로듀서인지 모를 정도로 익숙해진 셈이잖아요. 지금 시점에서는.

 

미즈키 훗....뭐, 확실히.

 

료이치: 역으로 생각해서 라는 건가.

그 발상은 해본 적 없네.

 

히요리: 확실히 그렇지만.....

프로듀서인 사람이 협력하게 만든다면,

예정보다 빨리 돌아갈 수 있을지도.

 

쿄우야: 그런고로, 협력 부탁드립니다!

연상인 당신들 말이라면 모두 들어줄지도 모르니까!

 

료이치: 아카세는 형편 좋게 연상을 취급하고 있는 느낌이네....

 

미즈키: 될 수 있는 한의 일은 할 생각이야.

지금까지도, 지금부터도..

잘 부탁해, 아카세군, 후타미군.........세나군.

 

쿄우야: 今なんでためたんですか?

 

미즈키: 왜일까?

강한 의지를 담아 봤어.

 

히요리: 저기, 이오치씨........

손 놔주세요.......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이오치씨의 손이,

어느샌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미즈키: 이상하네, 나도 모르게 잡고 말았어.

 

료이치: 당신도 비밀이 많은 사람이네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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