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쿄우야: 결국 별 이야기도 없이 차나 마시고, 우아하기도 하지─

 

다 마신 머그컵을 내려놓으며 아카세씨가 중얼거린다.

 

점심 식사 후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모두가 거실에 모였다.

 

하지만 특별히 진전이라 말할만한 것은 없고,

이오치씨가 내려준 차를 전원이 대접받고 있는 중이었다.

 

마모루: 한가한 나머지 자신이 처한 상황마저 잊어버릴 것 같네요.

 

료이치: 아무래도 여유를 갖게 되는 건 여름 방학 시기니까 라는 것도 있으려나.

평소 같으면 수업의 학점 때문에 초조 해질 텐데.

 

미즈키: 서두른다고 여기서 나갈 수는 없으니까 말이지.

긴 휴가라고 생각하면 돼.

 

토모세: 유일한 사회인이 그래도 되나요....

 

미즈키: 사회인도 가끔씩은 장기 휴가가 필요하다구.

 

소우타: 쉬고 싶다면 쉬면 될 텐데.

큰일이네, 사회인은~

 

쿄우야: 아니, 학생이라도 그렇게까지 멋대로인 건 너 정도 아냐....?

 

그렇게 느긋한 분위기를 깬 것은 그의 한마디였다.

 

케이토: 웃기지 마.......

 

히요리: 에?

 

소우타: 케이쨩, 뭔가 말했어?

 

케이토: 웃기지 말라고 했다!

전부 느긋 해 빠져서는, 현실을 제대로 보라고?!

 

료이치: 또 언제나의 발작인가.

 

쿄우야: 에바나는 그야말로 쿨한 안경이라는 이미지면서

금방 흥분한단 말이지─

 

케이토: 시끄러워, 난 침착해!

 

미즈키: 흥분한 상태로 말해도 설득력 없네.

어쨌든...너의 그 분노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거?

 

케이토: ....읏, 그래요.....

우선 첫 번째로.... 냉장고에 있던

삶은 계란 먹은 녀석, 손 들어.

 

타쿠미: 네. 먹으면 안 됐어?

 

케이토: 안 되는 게 당연하잖아?!

그건 앞으로 12시간은 재워서 반숙 계란장으로 만들 생각이었다고!

 

타쿠미: 에─그럼.

바운서에게 부탁해서 계란 돌려줄게.

 

케이토: 그런 게 아니야!

우선은 멋대로 먹지를 마!

 

타쿠미: 맛있어 보여서 그만....

 

히요리: (...그렇다, 무심코 잊곤 하지만,

하이지군은 아직 12살이다.

함께 살면 이런 문제도 발생하지.)

 

히요리: 하이지군, 다음부터 냉장고의 물건은

누구 것인지 확인하고 먹자.

 

타쿠미: 알겠어....

 

히요리: 그럼, 에바나군에게 사과할까?

 

타쿠미: ....미안해요, 에바나 형.

 

케이토: 윽....

 

히요리: 용서해주자, 에바나군.

 

케이토: ...용서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야.

난, 완성되면 먹으라고 말하는 거야.

 

메이: 먹는 건 괜찮은 거냐....

 

케이토: 남은 분이라면.

냉장고에 있는 계란으로 만든 거니까 23개 중에 남는 3개라면....

 

마모루: 다시 들으니 굉장한 양이네요.

10인분의 요리, 고마워요 에바나군.

 

케이토: 아니 별로....가 아니고!

삶은 계란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인내심의 한계라고.

일단 한 가지.

너희들 여기에 와서부터,

한 번이라도 청소한 적 있어?

 

마모루: 청소.......

 

소우타: 할 리가 없잖아.

 

료이치: 내 방이라면 정리하고 있지만.

 

타쿠미: 그렇게 더럽혀져 있었나?

 

케이토: 생각했던 대로다.

내가 매일 혼자서 청소하고 있어서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을 뿐이니까!

 

메이: 에.... 그랬던 거야?

 

히요리: 생각나면 하고는 있었지만,

매일 하지는 않았었네..... 미안.

 

미즈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에바나군의 캐릭터를 잘 모르겠는데,

넌 혹시 가사를 좋아하는 거야?

 

케이토: 지금은 그런 얘길 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쿄우야: 그런 얘긴데.

요리라거나 청소라거나....

 

료이치: 역시 『엄마』는 에바나네.

 

소우타: 정말이네. 전언 철회☆

 

타쿠미: 엄마.

 

케이토: 누가 엄마야!! ....어쨌든!

요리도 청소도 내가 담당하는 건 무리다.

내가 진심으로 화내기 전에 담당을 정해.

 

토모세: 방금까지 진심이 아니었던 겁니까....

 

미즈키: 모두가 분담해서 가사를 하자는 얘긴가.

응, 그거라면 납득.

 

쿄우야: 분담하는 건 요리, 청소뿐이야?

그보다 가사만 하고 있고,

오늘처럼 아무것도 진전이 없는 건 좀....

 

마모루: 그럼 바깥의 상태를 조사하는 그룹도 만들면 어떨까요?

정보수집을 담당하는 걸로.

 

미즈키: 과연, 그렇네.

맡고 있다는 책임감으로 탈출의 단서를 잡을지도 몰라.

 

토모세: 3개로 반을 나눈다는 건가요.....

어떻게 결정할 겁니까?

 

미즈키: 음~. 여기서는 정하는 방법도 공평하게,

제비뽑기 같은 걸로 하는 게 어때?

 

히요리: 전 그걸로 괜찮아요.

그럼 앱을 이용해서─

 

모두 이견이 없었던 고로,

메모용 앱을 실행하고 제비를 만들었다.

 

친구들끼리 뭔가를 정할 때 사용하던 방법이다.

먼저, 10개의 원을 그리고

그 안에 정보수집, 청소, 요리라고 적어 나간다.

 

다 적은 후에는 원을 일러스트로 숨긴다.

그 후 데이터를 모두에게 공유하고

좋아하는 일러스트를 선택하게 한다.

 

히요리: 10명을 균등하게 할당하면

한 반에 3명씩이라 1명이 남는데,

어떻게 할까요?

 

쿄우야: 빈칸으로 두면 되지 않아?

빈칸을 고른 녀석은 어디든 좋아하는 곳으로 들어가는 걸로.

 

히요리: 그럼 이걸로 완성이에요.

 

앱의 화면을 전원에게 보내어 공유한다.

 

히요리: 좋아하는 일러스트를 고르고 터치해주세요.

그림 아래에 담당할 작업내용을 적혀있어요.

 

타쿠미: 동물 그림? 귀여워.

 

히요리: 앱에 원래부터 있던 거야.

난 결과를 알고 있으니까 남는 걸로 괜찮아.

 

쿄우야: 좋아. 그럼 나부터 해도 돼?

 

아카세씨를 선두로 전원이 디스플레이를 터치해나간다.

 

내키지 않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찌 됐건 잇따라 일러스트를 터치해나가고,

토끼 일러스트가 마지막에 남았다.

 

히요리: 저는.....

 

결과가 기억나는 일러스트다.

 

히요리: 아. 빈칸이다.

 

미즈키: 남은 것에 복이 있다, 인가.

다른 사람도 확인했어?

 

쿄우야: 아─살았다, 난 정보수집!

요리 같은 건 해본 적 없으니까

요리 담당이 되면 어쩌지 싶었어.

 

메이: 똑같아.

아카세랑 같은 그룹은 떠들썩할 것 같네....

 

미즈키: 나도 정보수집.

그럼 정보 수집반은 이렇게 3명이네.

 

료이치: 난 청소네. 그 외에 청소를 뽑은 사람은?

 

토모세: ....네.

 

소우타: 네네

 

료이치: ....개성이 강한 반이네.

 

소우타: 아하하 료이치씨 완전 대놓고 말해버리네~

 

토모세: 교부씨 정도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쿄우야: 괜찮으려나 청소반....

남은 치가사키씨, 에바나, 하이지

세 사람은 요리반이라는 건가.

 

마모루: 저기....죄송합니다.

 

미즈키: 응, 무슨 일이야? 치가사키군.

 

마모루: 모처럼 할당받은 일이지만...

저, 정말로 요리에는 자신이 없어서.

이대로라면 여러분들께 폐를....

 

소우타: 잘할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지~

그렇게 심각해?

독극물 만들어버릴 거 같아?

 

마모루: 네.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기기 전에 라고 생각해서....

 

히요리: 독극물 쪽은 부정 안 하네요....

 

미즈키: 그럼 나랑 교대할까.

난 요리반, 치카사키군은 정보 수집반으로.

 

마모루: 죄송합니다...살았어요.

 

타쿠미: 라는건, 요리는 나랑 이오치씨랑

에바나형이라는 걸로?

 

미즈키: 그런 거지. 잘 부탁해.

 

케이토: 이오치씨에 하이지입니까......

 

미즈키: 뭔가 문제라도?

 

케이토: 아뇨. 저, 상대가 연상이든 연하든

요리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으니까요.

 

미즈키: 하하. 단련될 것 같네.

 

타쿠미: 계란 조림 만들어보고 싶어.

 

메이: 그리고, 빈칸인 세나.

넌 어느 반에 들어가고 싶어?

 

히요리: 에, 저는

 

정보수집반

...더보기

4-2.

히요리: 정보수집반에 들어가도 될까요?

쿄우야: 오, 우리 반인가!
물론 환영이야.

마모루: 잘 부탁드려요.

메이: ....잘 부탁해, 세나.

쿄우야: 세나가 있으니 분위기가 밝아져서 좋네~

히요리: 아카세씨가 있는 걸로 충분히 밝아졌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저기.

쿄우야: 응? 왜 그래?

아카세씨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건 상관없지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듯한 동작에
머리카락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마모루: 아카세씨, 상대는 여성이니까....
좀 더 상냥하게.

쿄우야: 아아, 그렇네요.
미안, 뭔가 좋은 위치에 머리가 있어서 나도 모르게.

히요리: 아뇨, 괜찮아요.

하하, 하고 웃는 아카세씨.
나도 무심코 여동생들의 머리를 쓰다듬곤 하니까
조심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메이: .............

쿄우야: 그럼 우린 정보수집 담당이라는 걸로,
아직 조사하지 않았던 장소에 가거나,
다른 세계 사람과 접촉해볼까.

마모루: 이세계인....괜찮을까요?
그들과 이야기가 통할 거 같지는 않은데요.

메이: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쿄우야: 그렇지. 간단해 보이진 않지만
그만큼 단서는 잡을 수 있지 있겠지?

마모루: 그렇네요....
맞다, 과거의 방송도 조금 조사해 보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참고가 될 지도.

쿄우야: 확실히....전에 봤던 방송에서
전원이 DEAD END가 됐던 게 신경 쓰였었지...

히요리: 신경 쓰였다는 건?

쿄우야: 지금 우리들은 그 나름대로 드라마에 해내면서 생활하고 있어.
포인트도 쌓여가고 있고 그렇게 큰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하지만 녀석들은 전원이 캐스트 실격이 됐어.
어째서 그런 상황이 된 건지 신경 쓰여.

마모루: 거기까지 몰린 이유는 뭘까요....?

메이: ...지금 생각해봤자 모르겠지.
그것도 합해서 조사해보자.

히요리: 응, 그래.

▶청소반

▶요리반

 

4-5.


각각의 역할과 반도 결정되었고
이야기도 정리되어가고 있을 무렵.

언제나처럼 드라마의 알람이 울려 퍼졌다.

히요리: (또 드라마야.)

미즈키: 하이지군과 세나군과 교부군인가. 힘내.

『통신 스테이터스: 3분 후 드라마 개시 
방송 내용:「용서의 학교」 제11화
장르: 학원드라마』

캐스트: 와타리 - 하이지 타쿠미
에가와 - 세나 히요리
키타쿠라 - 교부 소우타

히요리: (이거,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이지메가 테마고....)

이 드라마를 연기하는 건 두 번째다.
하이지군이 괴롭힘 당하는 학생 역이고
나와 교부군이 괴롭히는 학생 역.

드라마 중에 서라곤 하지만,
누군가를 욕하고 따돌리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우울한 기분으로 한숨을 쉬자,
아카세씨도 비슷한 상태로 투덜댔다.

쿄우야: 이전의 이지메 드라만가.
뭔가 이런 싫은 드라마가 많단 말이지.
보고 있어서 뭐가 재밌는지 모르겠지만.

메이: 연애나 서스펜스물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뭔가 이유가 있는 건가.....

소우타: 글쎄~. 이세계인들이 좋아한다거나?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 풍경이 바뀌어,
드라마를 위해 이동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히요리: (아, 그렇지. 대본 읽어야지.)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이라도
이세계통신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어쨌든 연기해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대본을 읽어가는 도중,
하이지군이 말을 걸어왔다.

타쿠미: 누나, 이 한자는 어떻게 읽는 거야?

히요리: 아, 그건 말이지...

하이지군을 가르쳐주는 사이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어,
나는 도중에 대본을 읽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히요리: (제법 익숙해지기도 했고,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고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4-6.


『이지메의 대상이 되어버린 와타리였지만,
담임교사와의 면담을 통해 상황은 호전되었다.

그러나 안심한 것도 잠시,
이지메의 주모자인 에가와와 키타쿠라에게 호출된 것이었다.』

디스플레이에 흐르는 줄거리를 훑어보았다.
나는 이 드라마에서 이지메의 주동자인 에가와 역이다.

소우타: 제대로 왔네.
그건 칭찬해 줄게. 장하다 장해.』

타쿠미: ...이번엔 무슨 일이야?
이제 전부 끝났잖아. 

소우타: 전부 끝났어? 하하. 

히요리: 제법 당당하네. 

나와 교부군은 하이지군의 퇴로를 끊듯이 창가로 몰아넣었다.
대본의 지시였다.

이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지만,
협박하는 대사가 하이지군을 향했다.

히요리: 『...약속을 어겼네.
그렇게 충고했는데. 

타쿠미: 『그게 충고?
그건 협박일 뿐이다. 

히요리: 『어느 쪽이든 같아.
약속을 어긴 건 변함없으니까. 

소우타: 『어떻게 보상받아볼까?
사죄? 배상? 근데 나는─ 

히요리: (.....!)

고통스러울 것 같은 소리가 교실에 울렸다.
교부군이 때리고, 하이지군이 바닥에 쓰러졌다.

소우타: 『이제 네 얼굴, 보고 싶지가 않단 말이지.』

히요리: (아아........싫다.)

그리고 쓰러진 하이지군의 등을 교부군이 짓밟았다.

연기라는 걸 알고 있지만
나는 거기에서 눈을 돌렸다.

타쿠미: .....아파.』

소우타: 『뭐라고? 내가 말해도 된다고 했었나? 

다음이 내 대사.
알고 있지만, 목소리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히요리: ....................

소우타: .....................

말 안 했지.
입 다물고 있어? 

내가 대사를 내뱉지 않은 탓인지,
교부군이 대신해서 대사를 말해 주었다.
한심하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타쿠미: 더는 못 참아.
나는 너희들 같은 거에 지지 않아.

소우타: 그게 아냐, 와타리.
이건 승부 같은 게 아니야.

그리고 교부군은 하이지군의 멱살을 잡고
교실의 창문을 거칠게 열었다.

소우타: 승부는 처음부터 나 있었어.
이 학교에 왔을 때부터, 넌 패배견 이었으니까.

그 대사와 동시에 하이지군을 강하게 떠밀었다.

하이지군은 창틀을 잡고 멈춰 섰지만,
창밖으로 반쯤 나가 있는 듯한 자세가 되었다.

히요리: (이 앞은, 대사를 못 읽었어─)

싫은 예감에 나는 디스플레이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몇 번의 드잡이가 반복된 다음의 지문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그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에가와는 와타리를 창문 밖으로 떨어뜨린다.』

히요리: (엣)

다시 한번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대본 전체를 읽는다.

『창문 밖으로 떨어뜨린다.
2층에서 떨어진 와타리를 확인하며,
에가와는 미소 짓는다.』

히요리: (오타가....아니야.)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마찬가지였다.
이지메의 표적인 학생을 창문에서 밀어 떨어뜨리며
제11화는 끝났다.

이야기로써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텔레비전 속의, 드라마의 이야기라면.

나는 초조해하며 고개를 들고
교부군과 하이지군의 얼굴을 보았다.

히요리: (어떡하지.)

두 사람 다, 이 지문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저 내 연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히요리: (창문에서 떨어뜨린다.
하이지군을─)

타쿠미: .......?

히요리: (여기, 2층이야?
분명 다칠 거야.)

하지만 그 연기를 하지 않으면 드라마는 끝나지 않는다.
포인트도 들어오지 않는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는 강한 힘으로 자신의 손을 쥐었다.

히요리: (포인트?
포인트를 위해 하이지군을 떨어뜨린다고?
그런 거, 이상해.)

하이지군의 나이를 듣고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남동생이었다.

나에게는 14살과 9살의 여동생,
그리고 12살의 쌍둥이 남동생이 있다.

두 사람의 남동생은 장난꾸러기라 언제나 혼나기 일쑤다.
제일 아래의 여동생에게는 심술만 부린다.
하지만 함께 쇼핑 갈 때에는 꼭 짐을 들어주고,
가족의 생일은 절대 잊지 않는다.

히요리: (하이지군에게,
나를 친누나처럼 생각해도 좋다고 했는데.
.....아니. 내가, 남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언제나 가족과, 그리고 여동생이나 남동생들과 함께였다.
떨어진 일 따위는 손에 꼽을 정도다.

눈을 감아도 그린 것처럼 떠올릴 수 있다.
이 세계에 와서부터 계속 얼굴을 보지 못한 남동생, 여동생.

울지 않고 엄마 말은 잘 듣고 있을까?

나를, 걱정하고 있을까.
그런 동생들을 떠올리자

히요리: ─못하겠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저었다.

히요리: 드라마라고 해도, 그런 건 못하겠어.
무리야, 절대..............!

타쿠미: .............................

소우타: ....하지만........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두 사람의 옆에서
디스플레이가 점멸했다.

『연기를 계속해주십시오. 
연기를 계속하지 않을 경우, 
벌칙게임을 실행됩니다.』

히요리: (벌칙 게임............
하지만, 무리인 건 무리인 거야.
하이지군을 창문에서 떨어뜨리는 건
동생을 창문에서 떨어 뜨리는 것과 같아.
그런 거, 절대로 못해...........!)

히요리: 이런 대본은 따를 수 없어.
이런 위험한 연기를 해서 다치기라도 하면 어쩔 거야?!

타쿠미: 나는 괜찮아.
신경 쓰지 말고 연기를 계속 해.

소우타: ....히요리쨩.
연기를 계속하는 게 좋아. 후회할 거야.

히요리: 연기하는 쪽이 후회할 거라고 생각해.
하이지군을 떨어뜨리다니, 나한테는 무리야...........!!

내가 그렇게 단언한 그때,
디스플레이가 사라졌다.

소우타: ...................!!

타쿠미: .....세나 누나..............

디렉터: 최후의 확인입니다.
이대로 연기를 종료하면, 
당신은 벌칙 게임의 대상이 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히요리: ....대본을 바꾸는 건 안될까요?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지만─

디렉터: 유감입니다. 그럼.....

히요리: (무시당했다....)

나는 이때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벌칙 게임의 내용을 묻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 그 이야기가 나왔을 때 들어뒀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는, 이미 늦어버려서─

『실행 스테이터스: 3초 후 기능 정지 
실행 내용: 목소리 
대상 캐스트: 세나 히요리』

뱅글의 디스플레이에 그런 문자가 표시되었다.

히요리: 엣─
......................?!

언제나처럼 목은 떨리지 않고,
공기만이 그곳을 그저 지나갔다.

손을 대어 자신의 목을 만졌지만 보이는 외상은 없다.

히요리: (하지만.....목소리가.)

그저 목소리만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


 

 

 

 

4-7.


『통신 포인트:  -15
합계 통신 포인트: 19』

이세계통신이 중단되고
나와 교부군과 하이지군은 거실로 돌아왔다.

나는 자신의 만지고 있는 채로,
멍하니 서 있었다.

히요리: (이렇게.......
이렇게 간단하게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다니.)

토모세: 히요리, 괜찮아.........?

히요리: .........

대답은 할 수 없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니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눈만 깜빡였다.

토모세: .....말을 못 하는 건가..........?

모두의 뱅글에도 통지된 걸지도 모른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숨을 삼키는 모습을
나는 그저 보고 있었다.

디렉터: 준비된 대사도 말할 수 없는 목은 필요 없으니까 말이죠.
음성 기능을 정지시켜 드렸습니다.

쿄우야: 너...........!!

디렉터: 그러고 보니 이 캐스트에서 벌칙 게임은 처음이네요.
한번 더 설명드리고 드리겠습니다만,
드라마 중 연기를 중지하면 벌칙 게임을 받게 됩니다.
드라마가 중단되므로 포인트도 마이너스됩니다.
포인트가 제로가 되면 캐스트 실격이 되므로,
이 쪽도 주의해 주세요.

쿄우야: 잠깐 기다려!
벌칙게임이라니, 이런.....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는 건가?!

디렉터: 해당 캐스트의 일부 기능을 중지시켰습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야 있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미즈키: 일상생활도 그렇지만, 드라마도 마찬가지잖아?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대사를 칠 수가 없는데,
연기는 어떻게 하라는 거지?

디렉터: 드라마라면 손짓 발짓으로 어떻게든 해주세요.
물론 연기로써는 불충분하지만....
애초부터 캐스트 실격이 될만한 행동을 한건 캐스트 본인이니까,
당연한 결과입니다.

마모루: 그런.....
그런 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해요....!

디렉터: 이렇게 되고 싶지 않으면
캐스트로서의 역할을 다해주세요.
또, 이건 이번 회부터의 룰입니다만,
원래 세계에 돌아가게 되면 잃어버린 기능도
원래대로 돌아오므로 안심해주세요.
지금까지는 페널티 상태 그대로였습니다만.....
너무 심한 것 같아서요.
어쩜 이리 관대한 배려인지!
그럼, 이상 벌칙 게임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케이토: .....하. 제멋대로잖아, 정말.....

소우타: 잠깐 기다려.
그럼 지금 같은 경우에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이었던 거야?
하이지군을 떨어뜨리면 다치게 되잖아.
그럼 연기에 지장이 생기고.
그걸 해결했다고 생각할 수는 없어?

디렉터: 드라마 중의 상처는 일상생활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에, 하고 전원이 움직임을 멈췄다.

디렉터: 드라마가 종료되면,
부상이나 몸의 이상도 모두 복구됩니다.

토모세: 뭣.....그걸 빨리 말해야지!!
그걸 알고 있는가 아닌가에 따라서
대응이 달라지잖아?!

쿄우야: 맞아, 그걸 알고 있었다면 세나도.....!!

디렉터: 하지만, 아픔은 있습니다.
리얼리티가 이세계통신의 별미니까요.
그 부분은 양해해 주십시오.

마모루: ....부상을 당하면 아픔은 있지만
드라마가 종료되면 상처는 낫는다.
그런 뜻인가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히요리: (상처는 낫는다.
하지만 아픔은 있다.....
연기를 중단하면 벌칙 게임을 받는다.
벌칙 게임은, 신체의 기능을 빼앗기는 것.....
그것을 먼저 알았더라면,
나는 하이지군을 떨어뜨렸을까?
그건.....무리였을 거라고 생각해.....)

타쿠미: 누나......

불안해 보이는 얼굴로 하이지군이 다가오자,
나는 최대한의 미소를 돌려주었다.

히요리: (괜찮아. 괜찮다는 마음을 담아서.....)

하이지군의 손을 잡았다.
사실은 머리를 쓰다듬어주려고 생각했지만,
내 키가 닿지 않았다.

타쿠미: .................

하이지군은 처음에는 멍하니 있었지만,
손을 잡고 있는 사이 안심한 듯한 얼굴로 옅게 웃었다.

그리고 잡은 쪽과는 반대의 손을 내 등에 둘렀다.

히요리: (엣)

뭐지 하고 생각하는 사이,
부드럽게 나를 안고 있었다.

내용물은 12살이라고는 하지만
겉보기는 나와 거의 같은 학년으로 보인다.

그런 하이지군에게 안겨버리면

아무래도 초조해진다.

 

하지만 내 귀에 속삭여지는 하이지군의 말은,

의외의 것이었다.

 

타쿠미: ....고마워.

나, 누군가가 그런 식으로 걱정해 준거 처음이야.

 

히요리: (처음, 이라니.)

 

디렉터: 특별히 질문도 없는 것 같으니 통신은 종료하겠습니다.

이후의 방송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디렉터의 아나운스는 거기에서 끊겼다.

 

그리고 하이지군도 나에게서 떨어져,
겨우 자리가 진정된 것처럼 보였지만.

히요리: (아냐....가라앉았을 뿐이야)

모두가 어두운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이전과 마찬가지로

토모세군이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토모세: ....평소의 대화는 뱅글의 메시지를 사용하면 돼.

전원에게 이야기하고 싶을 때는 그룹으로.

 

히요리: (아, 그렇구나.

메시지 기능을 쓰면 되겠어.)

 

토모세군의 어드바이스대로

전원을 한 곳에 모은 그룹을 만들고

메시지를 일제히 전송했다.

 

히요리: 『발목을 잡게 돼서 미안해요.

하지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 외에는 건강하니까

평소대로 괜찮아요.』

 

그것을 본 모두의 안색은 다양했다.

조금 안심한 듯한 표정, 나를 위로하는 표정, 곤혹스러운 표정.

 

쿄우야: 발목을 잡는다니,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야....

하지만, 드라마는 어려워지겠지.

 

료이치: 될 수 있는 만큼 주위의 사람들이 협력하자.

다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겠지만.

 

나는 다시 한번 디스플레이를 조작해

전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히요리: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될 수 있는 한 스스로 어떻게든 할게요.』

 

메이: ....그건, 혼자 떠안을 문제가 아니야.

언젠가는 누군가가 벌칙 게임을 받게 됐을 거다.

그게 우연히 세나였을 뿐이고.

세나의 성격으로는 달리 선택지가 없어,

마치 함정에 빠진 듯한 상황이었지.

 

그 말을 신기하게 생각하며 다자이 군을 보자,

날카로운 시선이 하이지군을 향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한순간으로, 금방 눈을 내리깔았다.

 

히요리: (? 기분 탓인가....)

 

소우타: 그렇네.

네가 벌칙 게임을 받게 돼서야 겨우

벌칙 게임의 룰을 확실히 알게 되었고☆

 

쿄우야: 아아.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다음을 향해야지.

포인트를 모으면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걸로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모두가 협력해서 해나간다면, 분명─

 

토모세: .....뻔뻔하기 그지없군.

협력 따위는 이제 필요 없어......!

 

쿄우야: 뭐, 뭐야 갑자기.

에바나 같은 말투로.

 

토모세: 이 녀석은 목소리를 읽었어.

포인트도 크게 잃었을 거다.

히요리, 지금 몇 포인트야?

 

히요리: (........그건.......)

 

15포인트를 잃어 지금은 19포인트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것을 본 모두가 입을 다물고, 몇 명은 고개를 숙였다.

 

토모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큰 핸디캡이야.

또 벌칙 게임을 받을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포인트를 보면

앞으로 한 번 밖에 유예가 없는 걸 알 수 있어.

2번 벌칙 게임을 받으면...........

 

거기서 토모세군은 머뭇거렸다.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었다.

 

히요리: (그렇게 되면, 나는....죽는다.)

 

실감이 전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목소리를 잃은 이번처럼

그것도 갑자기 오게 되는 걸까.

 

토모세: 하지만 그걸 보고 혼자 웃는 흑막이 있어.

함께 밥을 먹고, 태연한 얼굴로 이야기하고.

이 드라마를 하는 중에도 마음속으로 웃는 녀석이 있었겠지.

프로듀서인지 뭔지 웃기지도 않은 녀석이.

 

나는 토모세군을 멈추려고 디스플레이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하지만, 어떤 문장을 입력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토모세군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케이토: 그래서 난 처음부터 말했어.

사이좋은 동료 놀이로 극복하자니 생각이 너무 물러.

 

토모세: 네, 확실히 알았습니다.

배신자가 이 안에 있고, 그 녀석이 히요리의 목소리를 빼앗았다.

처음부터 그 녀석을 끌어내는 것에 집중하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목소리를 잃는 일도 없었을 거야.

 

료이치: ......뭐, 하고 싶은 말은 알겠지만.....

 

마모루: 그렇네요....

반죠군이 화내는 기분도 이해합니다.

에바나군의 주장도....

 

미즈키: 그래.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 조금 진정하지 않을래.

진정하고 이야기해보자.

 

토모세: 이 이상 뭘 얘기한다는 겁니까.

 

미즈키: 내 안에서 한 가지 명확해진 게 있어.

일단은 그걸 들어주지 않을래?

 

히요리: (명확.....?)

 

미즈키: 지금 드라마로 우리가 알게 된 유용한 정보가 2가지 있어.

한 가지는 아까도 말했듯이 벌칙 게임의 룰이야.

이후엔 벌칙 게임을 받지 않도록 서로가 주의해서 드라마를 연기하자.

애드리브든 뭐든 해서.

 

토모세: ..................

 

미즈키: 또 한 가지는, 세나군이 프로듀서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정보다.

확정은 아니지만.

 

소우타: 에─?

 

마모루: 무슨 뜻, 인가요?

 

미즈키: 먼저, 여기에 왔을 때부터 그녀.... 라기보다

그녀와 반죠군이 배신자일 가능성은 제법 낮다고 느꼈어.

왜냐하면 그들은, 서로의 신원을 증명할 수 있어.

소꿉친구인 것 같으니까.

 

소우타: 소꿉친구라서라니,

그게 증명이 되는 걸까나~?

 

미즈키: 적어도 두 사람은 월계 고교의 학생이잖아?

프로듀서는 이제까지의 통신에서도

캐스트에 섞여 있다고 말했었어.

그런 짓을 하면서 학교에 다니는 게 가능한 걸까.

두 사람은 제대로 학교에 다니고 있었지?

 

토모세: 당연합니다. 개근상이에요.

저는 학생증을 가지고 있으니까

데이터를 읽어내면 그걸 알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이 녀석도 결석은 거의 없어요.

걱정된다며 여동생의 통원에 어울리느라

지각할 때는 있지만.

 

히요리: (그, 그건 말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미즈키: OK. 완벽하진 않지만 좋은 대답이야.

거기에 또 한 가지 뒷받침하자면.....

캐스트 각각은 프로듀서의 지명이라고 말했어.

그게 사실이라면 보통 친한 사람을 선택하지는 않겠지.

 

쿄우야: 확실히....

이렇게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친한 사람을 몰아넣지는 않겠죠. 보통은.

 

미즈키: 그래. 마음속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세나군이 반죠군을 소꿉친구로서

신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반죠군은 세나군에게 소꿉친구 이상의

친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그런 사람을 이세계통신에 부르진 않겠지.

 

료이치: ....그 부분에선 이의 없어.

 

미즈키: 그리고 이번회에,

세나군이 스스로 벌칙 게임을 받는 것으로

그녀는 보다 결백에 가까워졌다.

 

마모루: 결백.....

 

미즈키: 반죠군이 말한 대로

그녀는 지금 꽤나 위험한 상태야.

만약 그녀가 프로듀서였다고 했을 때,

스스로 그런 상황으로 자신을 밀어 넣을까?

 

소우타: 훼이크라는 것도 있지 않아?

 

미즈미: 물론 있지. 그래서 확정이라는 건 아냐.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봐선

그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듯 하지만.

제일 처음 드라마 때 대응도 그렇고,

일상의 행동 하나하나를 봤을 때도 그렇고,

의심할 요소가 너무 적어.

이게 전부 연기라고 한다면,

이제 난 영원히 간파할 수 없을 것 같네.

그녀는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대 여배우가 될 수 있을 거야.

 

히요리: (그런...연기 따윈 하고 있지 않아....)

 

쿄우야: 만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세나는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해, 나는.

 

타쿠미: 누나는 연기 같은 건 안 했어.

드라마 때도, 언제나 진심으로 보였어.

 

미즈키: 아니 아니,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만약의 이야기야.

그러니까 절대 아니겠지, 라고.

 

뭔가 신기한 기분이지만,

즉 이오치씨가 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나는 프로듀서가 아니다.

그런 말이었다.

 

스스로 봤을 때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이 증명된다는 것은 확실히 큰일 일지도 모른다.

 

히요리: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도

누가 프로듀서인지 전혀 모르겠어....)

 

토모세: ....그런 건, 전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저와 히요리는 결백하다. 그래서 뭡니까?

 

미즈키: 너는 아직 그렇게 정해진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뭐 됐어.

어쨌든 모두가 결탁할 수는 없다고 해도,

그녀와 결탁해서 손해는 없을 거야.

그 부분은 이해했으려나.

 

료이치: ......과연.

이 중에서 결백하다고 증명된 건 세나뿐.

그녀를 죽게 하는 건 마이너스 밖에 안된다.

 

미즈키: 그래, 신뢰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을 잃게 되는 거니까.

『결백』한 인간이라면, 그녀에게 협력할 수밖에. 그렇지?

 

마모루: 그건....물론.

저는 처음부터 세나씨에게 협력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쿄우야: 저도예요.

하지만, 진심은 전원이 협력하고 싶어.

프로듀서도 이쪽으로 끌어들여서.....

 

케이토: 끈질겨.

그 생각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걸 알아둬.

 

쿄우야: .............

 

케이토: 만약 세나를 서포트해 나간다고 해도,

이 9명 중에는 배신자가 있어.

난 그 녀석과는 절대로 협력하지 않아.

 

소우타: 나도~

게임의 교섭은 좋아하지만, 일방적으로 속는 건 싫어서 말이지.

 

토모세: 이 녀석에게 협력하는 건 나 하나도 충분합니다.

다른 녀석들은 신용할 수 없어.

 

미즈키: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네.

나로서는, 세나군에게 될 수 있는 한 협력할 생각이지만.

 

토모세: 말해두지만, 전 당신을 가장 신용할 수 없습니다.

 

미즈키: .....헤에?

 

토모세: 언제나 이것저것 지시하고, 이야기를 정리하고.

자신의 사정에 맞춰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미즈키: 하하, 확실히. 반론할 수 없네.

 

료이치: .....이런이런, 결국 제각각이 돼버렸네.

언젠가는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메이: 이렇게 실랑이해봤자

프로듀서가 원하는 대로 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제 와서 말해도 늦은 것 같네.

 

히요리: (.............)

 

이 자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가시를 드러내고,

서로를 노려보며, 속내를 파헤치려 하고 있다.

 

각각의 주장은 알 것 같다.

의심하는 기분도, 믿고 싶은 기분도.

 

하지만, 감정이 따라잡지 못한다.

 

히요리: (이런 상황에서.....

대체 뭘 믿으면 좋은 거야.)

 

함께 밥을 먹고, 협력해온 사람들이,

내 행동 때문에 대립하고 말았다.

이런 것을 원한 건 아니었다.

 

히요리: (모두가 협력해서 포인트를 모아서

이 세계로부터 벗어나려고 했었는데.

내가 망가뜨려버린 걸까.

그런─)

 

타쿠미: 어려운 거,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나는 누나를 믿고 있고, 도와주고 싶어.

나 때문에 벌칙 게임을 받게 되었으니까.

 

그런 내 마음속의 폭풍을 간파한 것처럼

하이지군이 손을 잡아 주었다.

 

히요리: (하이지군.....)

 

그 손의 온기에, 정신이 돌아왔다.

잃어버릴 뻔했던 원래의 자신을

하이지군이 되찾아 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히요리: (맞아. 후회해도 소용없어.

내가 죽는다면 하이지군이 가장 슬퍼하겠지.

자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탓할 것이다.

나는 죽을 수 없어. 아니, 죽지 않아.

그것만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걸

기억해 두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죽음은 가깝게 찾아오고 만다.

 

뇌리를 스친 것은, 누군가의 이세계통신.

사는 것을 포기하고 죽어갔던 친구.

 

그 『죽음』만이 명확하게,

우리들 앞에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 발을 내딛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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