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료이치: 좋아한다는 마음을

믿기 위한 구실로 하고 있진 않아?

 

후타미씨는 거실에서 뱅글을 조작하며

잡담이라도 하는 듯한 가벼움으로 그렇게 말했다.

 

히요리: .....에?

 

나도 모르게 멍하니 되묻자

한번 더 반복한다.

 

료이치: 구실로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묻는 거야.

아카세를, 믿기 위한.

 

하지만 의도를 알 수 없어 후타미씨를 바라보고 있자,

손을 멈춘 그가 나에게 물었다.

 

료이치: 좋아하잖아? 아카세를.

 

히요리: .......어째서......

 

이야기의 대상인 아카세씨는

아침부터 미개방 지역으로 떠났다.

아니, 지금은 『개방지역』 인가.

 

점검이 끝났기 때문에

『곁 잠』 에서 일어나

아침 식사도 하지 않은 채 나가 버렸다.

 

료이치: 보고 있으면 알아.

그 녀석을 눈으로 좇고, 일희일비하는 반응이고.

딱히 숨기지 않아도 돼.

이런 이상한 세계에서 이상한 룰을 강요당하고,

그런 중에 밝게 격려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아할 수도 있지.

 

히요리: ............

 

료이치: 아니, 정말로.

슬픔이나 공포로부터 구해주는 존재는

귀중하고도 소중해.

그걸 사랑과 착각한다 해도 누가 그걸 비난하겠어?

흔들 다리 효과라는 말도 있을 정도니까.

 

─갑자기.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확실히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슬픔과 공포에서 아카세씨에게

구원을 바라고 있을 지도.

 

아카세씨를 믿고 싶으니까,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히요리: (하지만..........)

 

히요리: 그게.... 나쁜 건가요?

 

료이치: 하핫. 그러니까 말했잖아.

비난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비난하고 있지도 않아.

다만......그렇네.

나와의 약속을, 지켜줬으면 해서.

 

2-3.

 

그렇게 말하며 후타미씨는 일어서서

손목의 뱅글을 조작했다.

 

료이치: 자세한 이야기는 메시지로 보냈으니까

시간이 나면 읽어줘.

 

히요리: ? 메시지 말인가요?

지금 말로 해도.........

 

료이치: 너는 그다지 듣고 싶지 않은 얘기일 테니까.

싫다면 읽지 않아도 돼. 좋을 대로 해.

 

그리고 거실을 떠난 후타미씨를 바라보며,

나는 뱅글을 만지작거렸다.

확실히, 메시지가 도착해 있다.

 

히요리: (.....좋을 대로 하면 돼........)

 

여기서 읽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읽고 싶지 않다고 외면하는

자신의 감정도 외면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마음이,

『믿기 위한 구실』이라면─

 

소파에 앉아 뱅글을 조작해 메시지를 열었다.

 

『충고할게.

아카세와 거리를 좁힐 생각이라면

이걸 알아두는 편이 좋아.』

 

히요리: (..........충고..........)

 

서슴없이 화면의 스크롤을 내린다.

 

『우선 한 가지, 아카세의 부모는 스폰서라고 생각된다.

백넘버의 엔딩 롤, 스폰서 명에 아카세라는 성이 있었어.

아카세 쿄우카와 아카세 신야. 아마 부부겠지.

이름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아카세의 시선이 닿는 곳에 그 백넘버를 뒀어.

그러자 그 백넘버를 본 아카세는 동요해서

그 데이터를 가지고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불가능했기 때문에 포기한 걸로 보였다.

도서관의 선반에 돌려놓고 떠났다.

거기까지는 이 눈으로 확인했어.

아래가 백넘버로의 링크야.』

 

히요리: ....................

 

나는 그 링크를 일단 건너뛰고,

다음을 읽기 시작했다.

 

『스폰서의 가족이나 친구, 지인은

마찬가지로 스폰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어.

아카세 자신도 그렇다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을 거라는 확증도 없어.

또─

아카세의 행동은 스폰서를 상기시키는 것이 너무 많아.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이세계인의 취향을 조사하며 돌아다니고 있다.

캐스트를 선정할 때 참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포인트를 모아 귀환한다고 말했으면서

이세계통신에 대한 정보 수집에 힘쓰고 있다.

보다 많은 드라마를 소화하려 하지 않는 이유가 불분명하다.

위의 두 가지.

미개방 지역의 개방에 대해서도 신경 쓰고 있다.

어째서 아카세는 이 지역을 고집하는 걸까.

이러한 의혹이 있다는 걸 기억하고

그와 사귀는 것이 좋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어.

판단은 세나에게 맡길게.』

 

거기에서 메시지는 끝났다.

 

디스플레이를 끄고,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2-4.

 

히요리: (아카세씨의 부모님이, 스폰서─............)

 

후타미씨의 『충고』 를, 머릿속에서 정리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위화감. 모순.

그것을 찾는다. 몇 번이고, 찾는다.

 

히요리: (.....발견되지 않는다.)

 

이 세계의, 이세계인의 진짜 모습을 알고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건 아카세씨다.

대화도 지금까지 해온 대로 했고

악수까지 했다.

 

나에게는 도저히 무리라고 생각되는,

이세계인과 친해지는 일을

전혀 망설임 없이 하는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미개방 지역에 집착하는 아카세씨에게

약간의 의문이 든 것도 나 자신이다.

 

하지만 아카세씨가 그렇게 말한다면 하고

디렉터에게 개방을 부탁했다.

 

그리고 포인트를 모아 원래의 세계에 돌아가기 때문에

이후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거라고 했으면서

밤에 외출해서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냐고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는 눈치채버렸다.

 

지금까지 아카세씨와 그토록 많은 대화를 하고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히요리: (아카세씨에게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어─)

 

그것은 그의 부모가 스폰서였기 때문인 걸까.

이야기하는 중 까발려져, 자신이 스폰서라는 것이

들키지 않도록 하려는 생각인 걸까.

 

깊은 호흡을 하고, 좀 더 냉정한 자신을 되찾는다.

 

히요리: (하지만....그래도, 확실한 증거는 없어.)

 

어느 쪽이라고도 할 수 없다.

지금 단계에서는.

 

조심조심 후타미씨가 알려준

백넘버의 영상을 열려고 하자

뱅글이 울렸다.

 

『통신 스테이터스: 3분 후 드라마 개시
방송 내용: 「연하의 그녀」 제9화
장르: 연애 드라마

캐스트: 쿠라타 - 이오치 미즈키

쥰 - 아카세 쿄우야』 

 

히요리: (어라, 이 드라마.......)

 

두 번 확인했지만, 내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이오치씨와 나는 자주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였지만

오늘 내 차례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대신해서 아카세씨의 이름이 있다.

 

히요리: (.....봐야지.)

 

또 조만간 자신이 출연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야기는 파악해 둬야 하니까,

따위의 이유를 대며 생각했다.

 

히요리: (아카세씨는.....

굉장히 올곧은 성격이고

거짓말은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드라마를 꺼려한다는 모습은 없고.....

혹시, 전혀 마음에 없는 일이라도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거나 하는 걸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언젠가의 드라마였다.

 

 

쿄우야: 『나도 너를 좋아하고, 함께 있고 싶어.

그러니 너는 반드시 내가 지켜줄 테니까.』

 

 

히요리: (그 대사를 쉽게 말했던 건

그런 이유였다고 한다면.)

 

설마라고 웃을 생각이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2-5.

 

『냉담한 형, 쿠라타에게 연인이 생겼다고 듣고

놀라움에 찾아온 동생, 쥰.

 

복잡한 가정 사정을 걱정하면서도

쥰은 형의 사랑을 응원한다.』

 

미즈키: 『그래서?

일부러 밖에서 만나자고 한 이유가 뭐야.』

 

쿄우야: 『그거야, 당신의 약혼자 얘기인 게 당연하잖아.

갑자기 본가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더니 설마─』

 

미즈키: 『약혼자가 아냐. 그저 애인일 뿐이지.』

 

쿄우야: 『그걸로도 충분히 기겁할만한데.

게다가 상대는 고등학생이고.

.....그보다........

혹시 집을 잇기 위해 선가.

아버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일부러 그 애를 데려왔다거나.』

 

미즈키: 『흥. 냉정한 생각이네, 쥰.

과연 내 동생이야.』

 

쿄우야: 『그 정도는 안다고.

그만큼 인기 있으면서 지금까지 여자 친구 같은 건

만든 적도 없었고. 갑자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아버지 건강도 안 좋아졌고

빨리 안심시켜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무리는 하지 마.

나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형을 신뢰하고 있고......

그런 거, 하지 않아도.......』

 

미즈키: .......?

 

쿄우야: 『그런 거..........하지 않아도..........』

 

미즈키: ............

 

쿄우야: 혀, 형은 집을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니니까.....

좋을 대로 살아가도 돼.

 

미즈키: 『좋을 대로 살고 있어.

너야말로 쓸데없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나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어.

그러니 신경 쓰지 마.

그보다 너는 어떤데?

제대로 대학은 다니고 있는 거냐.

땡땡이치면 가만 안 둘 테니까.』

 

쿄우야: 『어, 어어.

제대로 다니고 있어, 일단.』

 

미즈키: 『일단은 뭐야?

불안한데...........

일단 한 번 보러 가는 게 나으려나.』

 

쿄우야: 『그만둬.

괜찮다니까, 정말로.』

 

 

 

 

 

 

 

 

 

2-5-2.

 

히요리: ...............

 

드라마의 방송이 끝났다.

 

하지만 곧 머릿속에 아카세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연기가 막힌, 아카세씨의 상태가.

 

히요리: (뭔가........상태가 안 좋아 보였어.......

그렇다기보다,

연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포인트를 모으겠다고 말했으면서?

 

또 하나의 내가 묻는다.

 

히요리: (우연히. 우연히 그런 거 아닐까.

평상시엔 제대로 연기하고 있고.)

 

─아침엔 건강해 보였는데?

 

히요리: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었을지도.

예를 들어, 미개방 지역에 뭔가 있었다거나.)

 

─하지만, 밤중에 조사하고 있는 게 뭔지,

아직도 알려주지 않았잖아.

제대로 알게 되면 말해준다고 했으면서.

 

히요리: (그건 분명.......

아직 『알아내지』 못했으니까........)

 

─믿을 구실을, 만들고 있지 않아?

 

히요리: (만들고.....있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재생하려고 했던 영상을

화면채로 끄고 일어섰다.

 

만나러 가자.

만나서, 직접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히요리: (물어보면 대답해 줄테니까.

아카세씨라면, 분명.)

 

마음과는 달리 무뎌지는 다리를 애써 움직이며,

나는 개방된 제2구역을 향했다.

 

 

 

 

 

 

 

2-5-3.

 

아카세씨를 찾아왔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과 만났다.

 

초원의 저편에서 걸어오던 그 사람은

나를 보고 긴 머리카락을 귀에 걸었다.

 

미즈키: 이야, 세나군.

너도 제2구역에 온 거야?

 

히요리: (『너도』.........)

 

히요리: 네. 어떤 곳인지 신경 쓰여서.

이오치씨도 와계셨네요.

 

미즈키: 아아. 하지만 그다지 성과가 없어서

실망하고 돌아가려던 참이야.

자, 그럼 나중에.

 

히요리: 네......

 

단박에 돌아가는 이오치씨를 등지고

초원의 안쪽으로 향했다.

 

그렇다면 분명 아카세씨는 이 안에 있다.

 

 

 

 

 

 

 

 

2-6.

 

하지만 주변 풍경이 바뀌기도 전에

이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히요리: (....아카세씨.)

 

하지만 그 표정은 어둡고, 어딘가 가라앉아 있었다.

아침에 나갔을 때와는 정반대였다.

 

히요리: (다행이다.....)

 

어두운 얼굴을 보고 기뻐하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으로

말을 걸 용기가 났다.

 

히요리: 아카세씨!

 

이름을 부르고 종종걸음으로 뛰어 가자,

아카세씨는 언제나보다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쿄우야: 세나. 너도 왔구나.

 

히요리: 네. 무슨 일 있어요?

 

쿄우야: ....두드러지는 건 찾지 못했어.

모처럼 너한테 부탁한 건데,

뭔가........미안.

 

히요리: 사과할 필요 없어요.

여기에 뭐가 있을지 아무도 몰랐으니까.

게다가 혹시 나중에 어떻게든 도움이 될지도....

 

쿄우야: 아니, 불필요한 조사에 너무 열중해버렸네.

잊어버리자. 포인트를 모아야 하니까.

 

히요리: ........그건 그렇지만.

불필요....인가요.

 

쿄우야: 아....너와의 조사를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고.......

뭐랄까, 너무 무리했구나 싶어서.

어제 같은 일도 반복하고 싶지 않고.

언제까지나 구애돼도 별 수 없어.

 

그것은 예를 들어,

밤에는 별로 돌아다니지 않아야 할 이세계인이

어째서 밤에 행동하고 있었는지, 라거나.

 

왜 서로 때리는 듯한 움직임을 하고 있었는지, 라거나.

제2구역의 상태가 다른 곳과는 꽤 다른 이유가 뭘까, 라거나.

 

그런 것들에 대해서일까.

 

히요리: 알아보지 않아도 되나요.......?

 

쿄우야: 괜찮아. 드라마 쪽에 집중하자.

 

히요리: ..............

 

쿄우야: ....아직 불안해?

그 편이 너도 걱정스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히요리: 분명히 언제나 밤중에 나가는

아카세씨는 걱정됐지만.

 

쿄우야: 그렇지.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부터는 그것도 그만두려고.

그렇게 하면 네가 악몽을 꾼다 해도

내가 아침까지 이야기해줄 수 있잖아.

라는 느낌.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는 손에

꾹 하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제 이 답답함이

도대체 어느 쪽에서 온 것인지 모르겠다.

 

아카세씨를 믿고 있기 때문일까.

믿고 있지 않기 때문일까.

 

그것이 사랑인지,

그렇지 않은지.

 

히요리: (.....확인해보고 싶어.)

 

무엇이 진실이라도

상처 받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확인할 거라면,

스스로 확인해보자.

 

히요리: (아카세씨와 함께 있고 싶으니까.)

 

히요리: ─질문이 있어요, 아카세씨.

 

쿄우야: 으.....응. 뭔데?

 

히요리: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진실을 알려주세요.

 

쿄우야: 언제나 진실만 얘기하고 있는데?

.....뭐,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지.

좋아. 뭐든 물어봐.

 

히요리: ....묻고 싶은 건,

아카세씨의 부모님에 대해 서예요.

 

쿄우야: .............

 

히요리: 대답....해줄래요?

 

쿄우야: 아아.....

 

히요리: 아카세씨의 부모님은─

 

▶ 이미 돌아가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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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히요리: 이미 돌아가셨나요......?

쿄우야: 아니. 살아있어.
얼마 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히요리: 그런가요? 어라..........
그럼, DEAD END는 되지 않았다는.....?

쿄우야: ...우리 부모님은 캐스트가 된 적이 없어.
거기에 대해서는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닐까.

히요리: (거기에 대해서는.........)

▶ 지금도 아카세씨와 연락하고 있나요?

더보기

2-8.

히요리: 지금도 아카세씨와 연락하고 있나요?
.....예를 들어 『이 세계에 와서』 도.

쿄우야: 하지 않아. 벌서 몇 년이나 이야기하지 않았어.

히요리: ........!

쿄우야: 꽤나 돌려서 물어보는구나.
그래도 뭐....하고 싶은 말은 알겠어.

히요리: ..............

 

2-9.

히요리: 그럼......좀 더 솔직하게 질문할게요.


쿄우야: ....아아.

히요리: 아카세씨의 부모님은

 

▶ 스폰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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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히요리:
 ─스폰서인가요?

쿄우야: 그래.

히요리: ........그렇게, 쉽게..........
아카세 쿄우카씨와 아카세 신야씨.......?

쿄우야: 이름까지 알고 있다는 건
백넘버를 봤다는 건가.

히요리: 그건......아직, 본건 아니지만.......

쿄우야: 그런가. 뭐, 어느 쪽이든
내 부모가 스폰서라는 건 사실이지.
뭐가 됐든 변하지 않아.

히요리: ...................

▶ 스폰서가 아니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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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히요리: 스폰서가 아니라는.....말이죠?

쿄우야: ...............
그건, 어떤 의미야?
날 믿고 싶어서 그렇게 묻는 건가.
그런 의미라면 기대에 답해줄 수 없겠어.
.....내 부모님은, 스폰서다.

히요리: ..........!!

쿄우야: 아카세 쿄우카와 아카세 신야.
백넘버를 조사해보면 엔드 롤에 실려 있을 거야.

히요리: .......그건..........

쿄우야: 그다지 놀라지 않네.
알고 있었으면서 그렇게 물어본 거야?
って、そんな言い方もねぇよな…
너는 날 믿고 싶다고 생각한 거구나.
.........미안.

히요리: ...................

 

2-12.

쿄우야: ─내 부모가 스폰서라는 걸

알게 된 건 내가 14살 때야.

두 사람이 이세계통신에 협력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이세계통신이 그저 소문만은 아닌
정말로 있는 거라는 걸 알았어.
그때부터 스스로도 이세계통신에 대해 조사했고,

부모님과 여러 가지 이야기해봤지만....

뭐....결국 나는 지금, 자신의 의지로 이곳에 있어.

 

히요리: (자신의 의지로─)

 

그것을 듣고 나는 마지막 질문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히요리: (아카세씨는. 아카세씨 본인은─)

 

▶ 스폰서인가요?

▶ 스폰서가 아닌 거죠?

*선택지만 나뉨

 

2-13.

 

라고, 입 밖으로 쏟아질 것 같은 의문을 삼켰다.

히요리: (........아니, 물어볼 필요는 없어.)

히요리: 감사합니다.
아카세씨의 입으로 들어서 다행이에요.

쿄우야: 아니, 아직 중요한 걸 묻지 않았잖아?
스폰서는.....스폰서의 가족은,
많은 수가 그 영향을 받고 이세계통신에 협력해.
우리 부모님도 그건 마찬가지로
친척이나 친구, 거기에 아들인 나까지도
스폰서로 끌어들이려고 했어. 그리고─

히요리: 하지만 아카세씨는
스폰서가 아닌 거죠?

아카세씨는 열었던 입을 조용히 닫았다.
그리고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히요리: 고민하기도 하면서
언제나 우리를 믿으려고 해 줬어요.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고,
침묵할 수도 있지만....
하지만 그건 스폰서이기 때문이 아니라
모두와 함께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라고.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저는....아카세씨가 좋아요.
하지만 좋아하기 때문에 믿고 싶은 게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들이
아카세씨를 믿어도 된다는 이유가 되고 있어요.
그러니까, 믿고 있으니까,
아카세씨의 힘이 되고 싶고............
안심할 수 있으니까, 함께하고 싶어요.......
아카세씨는,
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처럼....
나쁜 꿈을 꾸지 않도록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줬으면 하는 사람이에요.

 

내 옆에서 밤새도록,

그렇게나 많은 이야기를 해주던 아카세씨가,

지금은 그저 말없이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리고 곤란한 듯한 얼굴로 짧게 숨을 내쉬고

그 양팔을 벌렸다.

 

쿄우야: 그럼, 이리 와.

 

히요리: .......엣.

 

쿄우야: 가장 가까운 곳이 좋은 거잖아? 자.

 

망설이며 한걸음 내디뎠을 때,

 

상냥하고 강한 팔이 등 뒤를 휘감는다.

 

히요리: 저, 저기........

 

내 말의 의미가

얼마만큼 전해졌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조금의 틈도 없도록

단단히 내 몸을 끌어안는 모습은

확실히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쿄우야: 역시, 그랬구나.

 

히요리: ........역시?

 

쿄우야: ....나도,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면 네가 좋아.

슬픈 일도, 괴로운 일이나 힘든 일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힘이 되어 줄 거지만

어떻게 해도 누군가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다면,

네 손을 잡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분명 너는 구할 수 없고.........

나 자신도, 후회할 거야. 그 정도로

내 안에서 너는 특별해.

너도 그렇다고, 생각해도 좋은.........거지?

 

히요리: 그렇, 지만...........

저기.......분명, 저와 아카세씨의

이미는 조금 다른 것 같은.........

 

쿄우야: 그런 거야?

그건 내 여자 친구가 되어준다거나

그런 의미가 아닌 거야?

 

히요리: ........! 무,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은데요?

저, 아카세씨에게 의식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고.........

 

쿄우야: 에, 어째서?

 

히요리: 그, 그치만.........옆에서 같이 자면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었고.......

 

쿄우야: 아니, 그거는─

침대 빌려 쓴 건 나지만

네가 먼저 잠들었다고? 내 옆에서.

 

히요리: 에?! 기....기억 안 나...........

 

쿄우야: 그렇지?

이 녀석 나를 남자로 의식 안 하는구나 생각했어.

 

히요리: 에에에에.............

 

쿄우야: .......그렇다고 해도,

그때는 그걸로 됐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야.

그 정도로 안심하고 있구나 싶어서 기뻤고.

게다가....나도 너에 대해서

여동생이라는 기분이 강했으니까.

너를 내버려 둘 수 없는 것도 그래서인가 하고.

하지만, 지금은...........

 

한층 더 강하게, 그 손이 내 몸을 떠받쳤다.

 

쿄우야: ─듣고 나서 깨닫다니, 안 되겠는걸.

지키게 해달라고 너에게 말했던 그때부터,

너는 이미 특별했던 거라고 생각해.

....... 좋아했던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거짓말하고 있는 나에게 그럴 자격은 없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을지도.

역시, 널 좋아하게 된다면.......

전부 숨기고 있는 것 따위, 절대로 무리니까.

 

다정한 속삭임이, 갑자기 그 형태를 바꾸었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그 음색으로 진지함이 전해져 왔다.

 

쿄우야: 언젠가 모두에게도 들킬 때가 올 거라고 생각했어.

내 부모가 스폰서라는 걸.

진실이니까 어쩔 수 없어.

그렇게 된다면 나는 분명 의심받겠지 하고.

그런데도 너는 날 의심하지 않고

스폰서가 아니라고 말해줬는걸.

어쩔 셈이야?

지금 이 순간도 널 속이고 있을 뿐이라면.

전부 거짓일지도 몰라, 아까 말했던 것도.

....네가 특별하다는 얘기도,

거짓이라고 한다면─

 

히요리: 하지만, 믿고 있어요.

 

쿄우야: ............

 

히요리: 그래도.....좋아해요.

이상한가요.........

 

쿄우야: ....아니. 이상하지 않아.

나도 언제나 그렇게 해왔으니까.

어떤 거짓도 배신도,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

그것이 믿음이라는 거라고 생각했어.

....뭐, 정말로 그게 될지 어떨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르지만.........

하지만....나도, 네가 좋아.

네가 나를 믿어준다고 생각할 때마다

엄청나게 기쁘고.

네가 옆에서 웃어준다면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해져.

아마, 어떤 순간 보다도........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언제나 너에게....구원받길 바란다고 생각해......

 

손을 떼고, 먼 곳을 쳐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모습을 보며, 되뇌었다.

 

히요리: 구원......?

 

쿄우야: ─이 세계에. 구원은 없어.

누구나가 죽음을 향하도록 벼랑 위에 서서,

서로 의심하도록 짜여 있어. 나 자신도.

 

그리고 뱅글을 조작해 나에게 메시지를 송신했다.

 

거기에 표시된 것은

아카세씨의 상세한 개인정보였다.

 

히요리: 아카세 쿄우야, 18세,
.....정보관리국, 소속........

 

그 문자에 시선이 박혔다.

 

정보관리국.

 

정보관리국이라 불리는 그 기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라 생각한다.

 

일본 국내의 정보를 총괄하고, 검사를 행하는 행정기관.

 

네트워크 상의 범죄나 위법 행위는

현재 경찰이 아닌 이 이관의 관할이 되어,

독자적으로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들을 지금 이런 식으로 감금하고 있는

위법 통신인 이세계통신도,

본래라면 정보국이 단속해야 할 안건이다.

 

히요리: (그렇다는 건......)

 

히요리: 정보국의....조사를 위해 여기에.......?

 

쿄우야: 난 조사원이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래. 내가 모은 정보는 전부

정보국의 요원이 집약해서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지.

뭐, 체스 말 같은 거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정보국은 제대로 움직이고 있어.

이세계통신은 반드시 정지될 거야. 안심해.

 

히요리: ....................

 

뜻밖의 사실에 아연해져 굳어 버렸다.

지금까지 어째서 정보국은 이세계통신을

단속하지 않는지 몇 번인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이렇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눈 앞에서.

 

히요리: .....그랬구나, 그래서............

 

아카세씨의 이세계통신에 대한 강한 반발도,

정보 수집에 집착하는 초조한 자세도,

그런 이유였던 것이다.

 

쿄우야: 밤에 외출하거나 했던 것도 그 때문이야.

모두가 있는 시간대에는 마음먹은 만큼

조사할 수 없으니까.....

지금까지 말 안 해서 미안.

아니, 사실은 지금도 말하면 안 되긴 하지만....

뭐 이세계통신 측이 그걸

파악하지 않았다고는 생각지 않고,

대단한 비밀도 아니라는 얘기지만.

상사 명령이라서, 일단은.......

저기, 듣고 있어? 세나?

 

그 말에, 겨우 제대로 호흡할 수 있게 되었다.

 

히요리: 드, 듣고 있지만.......

깜짝 놀라기도 했고, 안심해서........

 

쿄우야: ....안심, 했다고?

정보국이라고 하면 반발하는 녀석도 있고

좀 더 빨리 어떻게든 하라고 하고 싶잖아.

 

히요리: 그런 말은 안 해요!

눈 앞에서 아카세씨가 노력하는 걸 봤으니까.

 

쿄우야: 그래? 나, 제대로 노력한 걸까.

잘 모르겠지만.......

여기에 있는 모두를 구하겠다고 생각해.

 

사실을 알고 나서 들으니,

그 말이 훨씬 무겁게 울려 퍼진다.

 

히요리: .....전해지고 있어요.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스폰서인데 어째서........?

 

그리고 알고 싶었던 모든 것을

아카세씨는 말해주었다.

 

쿄우야: ...옛날에는 사이좋은 가족이었어.

아버지도 어머니도 조금 엄격한 부분은 있었지만

나한테는 최고의 부모였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칭찬해주니까

나도 축구를 좋아하는 만큼 할 수 있었어.

정말, 보통의 사이좋은 가족이었다고 생각해.

두 사람이, 스폰서라는 걸 알기 전까지는.

그걸 알았을 때부터.....

몇 번이고 부모와 다투고 설득하려고 했지만 안됐어.

그리고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집을 나왔지.

나에게 『올바른 것』 을 알려준 부모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용서할 수 없었어.

그래서 나는 그 정보를 갖고 정보국으로 갔어.

하지만, 이세계통신에 대해서는

정보국도 아직은 거의 파악을 못하고 있어서

정보국이 움직인 건 그보다 훨씬 뒤였어.

 

히요리: 그럼, 아카세씨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쿄우야: 죄상을 추궁당하는 건

우리가 저쪽으로 돌아가서부터라고 생각해.

아직 평범하게 스폰서하고 있지 않을까.

 

히요리: ...................

 

쿄우야: 하지만 정보국은 나를

정보제공자로서 서포트해주고 있고

그 덕분에 기숙사가 있는 고등 학원에 들어갔어.

사실은 당장이라도 요원에 지원하고 싶었지만

공부는 제대로 해두라고 들어서.

뭐 요원이 아니었던 덕분에

이번 멤버로 선택된 거지만.

 

히요리: 이번 멤버?

 

쿄우야: 잠입 조사의 멤버.

이세계통신의 정보가 너무 적었으니까

실제 캐스트가 되어 조사하는 걸로 결정됐어.

하지만 요원인 아저씨들이 잠입하면 아무래도 수상하잖아?

나 같은 학생인 쪽이 자연스러우니까.

그래서, 스폰서에게 접촉해서

캐스트로서 여기에 온 거야.

너한테는 계속 말하지 않고 도움을 받았지만.

 

푹 한숨을 쉬고 아카세씨는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맹세하듯 양손을 포갰다.

 

쿄우야: 그 조사도 일단락됐어.

이 이상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달까.........

상사의 판단을 기다리고 움직일 거야.

....내 비밀은 이걸로 전부.

너에게 숨기고 있던 거짓도, 이게 전부야.

 

히요리: 거짓.....이랄까..........

정보국의 조사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쿄우야: 그렇게, 너라면 말해주지 않을까 하고 나도 생각했어.

......... 오만한 걸까, 역시.

 

히요리: 그건.......

믿고 있었다,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쿄우야: .....그렇네. 그걸로 됐어..........

 

겹친 두 손으로 내 손을 끌어당기고

입을 맞추는 듯한 몸짓을 했다.

 

입술은 닿지 않았지만

손끝으로 그 한숨을 느꼈다.

 

쿄우야: 네가 좋아.

나는 너와 자신이 믿는 정의를 위해

이세계통신을 부수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겠어.

여기에 와서,

역시 내 부모는 틀렸다고 확신했어.

이 세계는, 잘못됐어.

이렇게 너에게 닿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수도 없는 세상 따위....

모양뿐인 이상은 필요 없어.

 

내 손을 부드럽게 감싸며

아카세씨는 그런 말을 했다.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되는 이야기에 정신을 빼앗겼다.

 

쿄우야: 그걸 강요하는 프로듀서도,

협력하는 스폰서도.........

내.........부모도.........전부 틀렸어.

아니, 같은 취급은 할 수 없어.

아버지도 어머니도, 되돌릴 수 있었을 거다.

그런데......잘못돼서─

잘못되어 있어.

멈추지 않으면 안 돼......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어서.

누군가를 희생시키거나....그런 건...........

.............안 돼, 절대로............

 

히요리: .....아카세씨.............?

 

그 손이 작게 떨리고 있어, 힘이 들어갔다.

상태가 신경 쓰여 이름을 부르자

휙 하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쿄우야: 아......미안.

뭔가....이 얘기만 하면, 감정이 북받쳐 올라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돼서......

좀 더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도

있을 것 같은데......... 안 되겠네, 나.

 

히요리: (생각할 수 없게 돼......?

뭐랄까, 지금 모습을 보고 있으면....

『생각할 수 없게끔 하고 있다』 는 걸로 보여.)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모습은 분명 언제나의 아카세씨와는 달랐고,

마음에 응어리처럼 남았다.

 

히요리: (그리고.....

그건 어쩐지, 나도 기억이─)

 

쿄우야: 어쨌든 해야 할 일은 확실히 해야지.

그걸 위해 협력해 줄래?

 

히요리: 아─ 네!

물론이에요, 지금까지와 같이.

다른 사람들에겐 얘기하지 않을 테니까.

 

쿄우야: 그래. 고마워.

도움이 되고 있어....... 상당히.

너는 언제나 날 도와주네.

지금도....이제부터 어떡하면 좋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는 참이었고.

계속 거짓말하고 있다는 죄악감을 갖고.....

무거운 마음인 채로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어.

하지만 이걸로, 조금 정도는 가슴을 펼 수 있어.

생각했던 것보다 거짓말이 능숙한 자신도

싫어하지 않고 나갈 수 있어.

 

아카세씨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안아줄 수 있어서.

 

굉장히 기뻤을 텐데.

지금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히요리: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나와 이야기할 때도.......)

 

쿄우야: 그건 그렇고....

내 부모가 스폰서라는 걸 어떻게 조사한 거야?

백넘버를 샅샅이 뒤져서 조사한 건 아니잖아.

 

히요리: 후타미씨로부터 들었어요.

우연히 발견했다고........으음...........

 

쿄우야: ....나를 조심하라고?

 

히요리: ....네.

악의가 있었다기보다는, 저에 대한 충고로.

 

쿄우야: 흐응─..... 뭐, 상관없지만.

나도 숨겼던 건 아니고.

 

원망하지 않는다는 듯,

아카세씨는 앞을 향해 선언했다.

언제나와 같이.

 

쿄우야: 나는 너를, 모두를 믿어.

배신자는─ 『나오지 않아』 모두가 무사히 돌아간다.

모두의 앞에서 맹세했던 대로.

이세계통신은 이번 회로 끝내겠어.

그걸 위해 여기에 온 거야.

 

히요리: (.....하지만..........)

 

히요리: 역시 아카세씨는 아카세씨네요.

비밀이 있어도, 없어도.

 

쿄우야: 응? 무슨 의미야?

 

히요리: 똑같아요.

모두의 앞에서 선언했을 때랑....

변함없는, 제가 좋아하는 아카세씨예요.

그러니까 저도 변함없이 협력할 수 있어요.

 

쿄우야: ....그런 거 말이지...........

 

히요리: 에?

 

쿄우야: 나한테 말해달라고.

비밀이 있든 없든

변함없이 네가 좋다든가 그런 식으로.

정말 치사하다니까.

.....좀 더 너를 좋아하게 돼버려.

 

다시 한번 나를 끌어안은 아카세씨가

평소와 같은 미소로 웃었다.

 

 

 

 

 

 

 

2-14.

 

이렇게 우울하지 않은 아침은 처음이었다.

이 세계에 와서부터는.

 

한 가지 각오를 하고 거실로 갔더니

아침 식사 시간대이기도 하고

몇 명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었다.

 

히요리: (아카세씨는....벌써 아침식사를 마친 걸까.)

 

주방에서 자신의 몫을 가지고 테이블로 향했다.

 

그곳에는 다자이군과 하이지군,

그리고 토모세군이 있었다.

 

히요리: 안녕.

다자이군, 잠깐 괜찮을까.

 

메이: 응.

 

각각 인사말을 돌려주는 가운데,

나는 트레이를 들고 다자이군의 옆에 앉았다.

 

히요리: 저번에 보여줬던 백넘버,

어디서부터 볼 수 있는지 알려줄 수 있어?

 

메이: 저번이라니.... 네 친구의...........?

 

히요리: 응. 다시 한번, 제대로 보려고 생각해서.

 

메이: .....알겠어.

나중에 메시지 보내줄게.

 

히요리: 고마워.

 

토모세: .....백넘버?

 

히요리: 그래. 지금이라면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타쿠미: 뭐야? 무슨 얘기?

 

료이치: 나도 자세하게 듣고 싶은걸.

 

히요리: ....후타미씨.

 

주방에서 커피를 내려온 것 같은 후타미씨가

머그컵을 들고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현관 쪽에서 소리가 났다.

 

쿄우야: 아─, 잠깐!

거기, 세나 옆자리, 내가 예약!

 

료이치: 에?

 

히요리: 아, 아카세씨?

 

그리고 엄청난 기세로

나와 후타미씨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리를 빼앗긴 후타미씨는

쓴웃음을 지으며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료이치: 넌 이미 아침 먹었잖아.

 

쿄우야: 잠깐 운동하고 왔으니

앉아서 쉬어볼까 해서.

 

료이치: 아침에도 뛰었으면서?

넌 무슨 참치 같네.

 

타쿠미: 어째서 참치?

 

토모세: .....참치는 수영하는 걸 멈추면 질식사하니까

평생 수영하며 살아가.

 

쿄우야: 지금 쉰다고 말했는데.

 

료이치: 일부러 세나 옆에 앉으려고

돌아온 것 같이 보였는데?

 

쿄우야: 그것도 그렇지만.

세나 옆은 평생 제가 예약해서.

 

메이: 평생이라니....

 

료이치: 야단법석은.

 

쿄우야: 야단법석이라뇨.

지나치게 접근하는 것도 금지니까요.

특히 후타미씨!

 

료이치: 어째서 날 지명하는 거야.

 

쿄우야: 세나한테 작업 거는 거 좋아하잖습니까.

하지만, 이 녀석은 제 여자 친구라서.

 

료이치: ......에?

 

메이: ........하?

 

히요리: 저, 저기, 그러니까, 아카세씨.......!

 

쿄우야: 응? 말하지 않는 편이 좋았어?

 

타쿠미: ? 무슨 얘기?

 

토모세: ───뭣

 

튀어나갈 듯 서는 토모세군을

다자이군이 신속히 다시 않게 하고,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메이: 저기 뭐 그런 느낌은 있었으니까........!

그렇죠 후타미씨.

 

료이치: 에? 아아....

세나가 아카세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말이지.

꽤 예전부터.

 

히요리: 후타미씨 쉿, 쉿─!

 

쿄우야: 왜 후타미씨가 알고 있는 건데? 치사하지 않아?

 

타쿠미: 세나 누나, 아카세형 좋아해? 치사해~

 

메이: 치사하다던가 할게 아니잖아.

아카세도 하이지도 얘기가 어긋 나있어.

 

쿄우야: 어긋난 건가? 하지만 우선,

후타미씨는 역시 옆에 앉지 말아 주세요.

전과가 있으니까.

 

료이치: 전과?

 

쿄우야: ....이오치씨랑 합세해서

세나를 놀렸던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건 금지인 걸로 부탁합니다.

 

료이치: 알겠어.

질투가 많은 남친이라 큰일이네, 세나.

 

부끄러운 나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히요리: (설마 이렇게 바로 모두의 앞에서 말할 줄은.

역시 아카세씨, 당당하다고 할까........)

 

토모세: ....정말이네요. 견제하려는 건가 했지만

이 녀석의 반응을 봐서는

사전 동의 없이 공개한 듯하고.

 

쿄우야: 견제랄까,

나 그런 거 가만히 둘 수 없는 것뿐인데.

싫었어, 세나.....?

 

히요리: 싫은 건.... 아니지만.........

 

쿄우야: 그래. 하지만, 미안해?

먼저 물어봤으면 좋았을걸.

 

히요리: 아뇨, 그런....

 

토모세: .............

 

메이: ..............

 

료이치: 한순간이라도 둘만의 세계 만드는 건 그만둬줄래?

커피가 달아져 버리니까.

 

타쿠미: 좋겠다아, 재밌어 보여.

 

정말로,

아침 식사를 할 상황이 아니게 돼버렸다.

 

 

 

 

 

 

 

 

소란스럽게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토모세군이 가장 먼저 말을 걸어왔다.

 

토모세: 히요리. 잠깐 할 얘기가 있어.

 

히요리: 뭔데?

 

토모세: ...여기선 좀 그러니까, 정원에서.

 

그리고 반강제적으로 끌려갔다.

언제나 있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아카세씨의 반응이 신경 쓰여 뒤돌아 보았다.

 

메이: 아카세, 잠깐 괜찮을까.

 

그러자 아카세씨도 똑같이

다자이군에게 불러 세워져

둘이서 이야기하러 가버렸다.

 

히요리: (....그럼 괜찮겠지.)

 

이런 주고받음도 연인 사이가 되면

신경 쓰이는 걸까 싶었지만,

그렇지도 않은가 하며 일어섰다.

 

 

 

 

 

 

 

2-15.

 

정원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토모세군의 시선의 날카로움에서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토모세: 그만큼 말했는데

내 말은 전혀 듣지 않았구나,

히요리.

 

히요리: 듣지 않은 게 아니야.

들었기 때문에 아카세씨와 이야기한 거니까.

 

토모세: 그럼 역효과였다는 건가.

의심하라고 부추긴 탓에, 믿는 결과가 되었다.

 

히요리: .....그렇네. 그래서 감사하고 있어.

 

토모세: 감사라니, 너.......

 

히요리: 나도 말이지, 모두를 믿고 싶어.

토모세군도, 아카세씨도, 다른 모두도.

아카세씨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믿고 싶었던 걸 떠올리게 돼.

그것만으로──

원래 세계에 돌아가기 위해 노력할 수 있어.

 

토모세: ...............

 

긴 침묵이 지나갔다.

 

하지만 내 손을 잡고 있는 채인 그 모습에,

옛날을 떠올린다.

 

히요리: (....언젠가, 싸웠을 때 같아.)

 

이것도 싸움인 걸까 하고 멍하니 생각하고 있자

토모세군이 갑자기 큰 소리를 내었다.

 

토모세: ──윽, 아카세씨!

이 녀석을 배신하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명심해 두세요!

 

에, 하고 뒤를 돌아보니 아카세씨가 있었다.

 

쿄우야: 그렇게 되면 내가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테니까.

얼마든지 비난해줘.

 

착잡한 듯 보였지만,

토모세군은 내 손을 놓아주었다.

 

히요리: ...고마워 토모세군.

토모세군도 아카세씨를

믿어준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

 

토모세: 글쎄. 이 녀석의 행동에 달렸지.

간단히 결론지을 정도로 난 어른도 아니고.

게다가, 정말은.........

내 쪽이 먼저 마음을 전했는데──

 

작게 투덜대는 목소리를 눌러 죽이며

토모세군은 거실로 돌아갔다.

 

남겨진 나와 아카세씨는

잠깐 동안 침묵한 후 눈을 맞췄다.

 

쿄우야: ....방해해서 미안.

난 저 녀석 이상으로 어른은 못돼서.

 

히요리: 그런 건........

 

쿄우야: 저 녀석은 너랑 한번 키스한 적 있으니까

그다지 둘이서 있지 말아줬으면 싶은 마음?

어린애 같은 질투라고 스스로도 생각하지만.

 

히요리: 엣........그건, 드라마에서였고.

 

쿄우야: 그런 건 알고 있어.

알지만.....치사하다고 생각해.

 

순식간에 끌어당겨져서

정신이 들자 입술이 겹쳐져 있었다.

 

쿄우야: ............

 

수줍음이나 부끄러움보다는 놀라움이 앞서,

완전히 경직되어 버렸다.

 

쿄우야: ...역시, 안 되겠어.

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면 몰라도.

저 녀석은 그렇지 않으니까........

절대로 나 같은 기분이 될 테니까.

 

히요리: .....나 같은 이라니.......

 

쿄우야: ──널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같은 기분.

 

몸을 떼자마자,

아카세씨는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쿄우야: 미안....이쪽도 사전 승낙, 필요했어?

 

히요리: 아뇨, 그렇지는.

 

즉각 부정했지만

아카세씨의 얼굴에 웃음기가 없다.

그것이 신기해서, 그만 물어보고 말았다.

 

히요리: ....무슨 일 있었나요?

 

쿄우야: 어?

 

히요리: 차, 착각이었다면 미안해요.

평소와는 조금 다르구나 싶어서....

그....질투라던가, 그런 거랑은 별개로.

 

무언가에 쫓기 듯이

초조한 아카세씨를 보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쿄우야: ....그러게.........

뭔가....너무 많이 일어나서

제대로 컨트롤 못하는 걸지도. 미안........

 

히요리: 그건 제가 물으면 안 되는 얘긴가요?

저는 의지가 되지 않나요.

 

그렇게 묻자, 난처한 듯이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쿄우야: ....의지가 안된다고 생각한 적 없어.

의지가 되는 만큼, 이야기할 수 없는 것도 있어.

이건....내 문제니까.

 

히요리: (문제라는 건, 정보국 쪽의......?)

 

히요리: 그, 런가요...........

 

그렇다면 이 이상 파고 들 수도 없어,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러자 그런 나와의 거리를 다시 좁히고

아카세씨가 물었다.

 

쿄우야: 너는, 내가 기다려 달라고 한다면

계속해서 기다려 줄 수 있어?

 

히요리: (.....기다려.........?)

 

그 눈을 봐도 의도를 모르겠다.

그러나 아카세씨는 진지하게 내 손을 잡고

다시 한번 반복했다.

 

쿄우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래도...기다려 줄 수 있을까.

 

하지만, 의미를 알 수 없어도

대답은 같다고 생각했다.

 

히요리: 네. 기다릴게요. 언제까지나.

 

쿄우야: .....그래.

 

아카세씨는 그제야 겨우 부드럽게 웃었다.

 

쿄우야: 포인트를 효율적으로 모으는 방법을 생각했어.

점심 전에 반 모두 한번 모이자.

협력하면 분명 곧 일거야.

괜찮아, 절대로 할 수 있어.....

너를 원래 세계로 보내줄게. 절대로.

 

그것을 마지막으로, 내 손을 놓고

거실로 돌아가 버렸다.

 

히요리: (....뭘까.)

 

불안이 마음속을 덮는다.

 

얇고, 넓게.

이 손에 잡히지 않는, 안개처럼.

 

 

 

 

 

 

 

 

2-16.

 

마모루: .....과연.

확실히 이 방법이라면 잘 될 것 같네요.

 

자신의 뱅글에 포인트를 확인해보며

치가사키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세씨의 제안대로

오늘은 점심 전에 정보 수집반의 네 명이 모여

서로 이야기했다.

 

주가 되는 내용은 효율적으로

포인트를 모으는 방법에 대해서였다.

 

히요리: 우리들 쪽에서 이세계통신의

리퀘스트 같은 걸 할 수 있는 거였네요.

전혀 몰랐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알게 된 거지만,

관찰자씨에게 『지금부터 드라마를 하고 싶다』라고 부탁하면

언제든지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것 같다.

 

연기하고 싶은 드라마의 타이틀과 화수를 알려주면

그것을 연기할 수 있고, 타이틀을 몰라도

장르를 지정해서 연기할 수도 있다.

 

그 『지정』 만 틀리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 서스펜스나 과격한 내용의 이야기만 피하면

안전하게 포인트를 적립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방금도 시험 삼아

치가사키씨가 리퀘스트해서

드라마 하나를 연기한 참이었다.

 

쿄우야: 나도 몰랐지만 이오치씨가 알려줬어.

그것도 교부에게 들었다던가 하는 얘기지만.

 

메이: 교부가? 헤에....

 

쿄우야: 뭐, 이후로는 이런 형태로 포인트를

모아가자고 생각하는데 어때?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동의했다.

 

쿄우야: 뭐 가장 안전한 건

지금까지 연기했던 위험한 씬이 없는

드라마를 이어서 연기하는 거야.

그 드라마를 계속 리퀘스트해서 다음을 연기하면

상당히 포인트가 쌓일 거라고 생각해.

특히 마지막 회는 포인트가 높은 것 같아.

 

메이: 첫 화부터 시작하는 거라면

청춘드라마나 학원드라마가 무난하겠지.

위험한 건 서스펜스나 액션인가.

 

쿄우야: 연애 드라마도,

딱히 위험한 건 아니지만.....

 

메이: ....그만두자.

높은 확률로 세나가 상대가 될 테고.

가끔은 이오치씨나 남자 상대일 때도 있는 것 같지만.

 

쿄우야: ...............

 

메이: 그보다 그런 얼굴 할 거면 처음부터 화제로 꺼내지 마.

아무도 한다는 얘기 안 했잖아.

 

쿄우야: 에? 아, 아니, 나는......

 

마모루: 연기라는 걸 알고 있어도

연인의 러브신은 보고 싶지 않지요.

 

히요리: .....치, 치가사키씨도

벌써 알게 됐네요.........

 

마모루: 하이지군이 알리면서 돌아다녀서요.

 

히요리: (하이지군~.......!!)

 

쿄우야: ......솔직히 보고 싶지는 않지.

아무튼, 리스크는 가급적 줄여가면서

포인트를 모으자. 그리고

이세계인과는 되도록이면 이야기하는 게 좋아.

그것도 최대한 우호적으로.

 

메이: 우호적으로? 무슨 뜻이야.

 

쿄우야: 사이가 좋아진 이세계인은

드라마의 포인트를 많이 넣어주는 경우가 있어.

내 경험상.

 

마모루: 포인트를, 많이..........?

 

쿄우야: 아는 사이니까 응원한다거나

그런 감각이라고 생각해.

기쁜 듯이 보고 받았으니까.

이전의 드라마, 내가 나왔으니까

포인트 많이 넣었어요 라고.

이세계인이 얼굴을 기억할 수 있게 된 덕분이려나.

 

마모루: 과연......

하지만 그건 아카세씨라서

가능한 재주라는 생각도 드네요.

 

메이: 확실히. 초면인 녀석과도

금방 사이좋게 되니까, 아카세는.

 

쿄우야: 아니 아니, 그 녀석들 꽤나 우호적이니까

할 수 있다고. 그렇지, 세나!

 

히요리: 그럼 저도 틈을 봐서 친해져 봐야겠어요.

이세계인도 전보다는 덜 무섭게 되었고.

 

쿄우야: 좋아! 그럼─ 귀환을 목표로 힘내자!

 

 

 

 

 

 

 

 

2-17.

 

아카세씨의 어드바이스대로

오늘은 통상적으로 있을 이세계통신과 별개로

몇 갠가의 드라마를 여분으로 연기했다.

 

덕분에 평소보다 많은 포인트를 받아

목표로 하는 포인트에 크게 가까워졌다.

 

목표는 3000포인트.

 

귀환을 부탁하기 위해서는 3000 포인트라고

디렉터는 말했다.

 

그리고 지금 내 포인트는 1650 포인트.

최근에는 거의 100포인트 가까이 받을 수 있게 되어

골은 그다지 멀지 않다.

 

히요리: (하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도망쳐선 안 되겠지.)

 

나는 다자이군에게 받은 메시지를 열고

링크를 터치했다.

 

히요리: (괜찮아.

만약 무서워져도, 눈물이 나와도,

격려해줄 사람이 있으니까.

제대로.... 봐 둬야만 해.)

 

그리고 백넘버를 재생했다.

 

한 번은 잊어버렸던 친구를

두 번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2-18.

 

그렇게 시작된 포인트 모으기는 순조로웠다.

 

통상적으로 행해지는 이세계통신 외에

이쪽에서 감시자씨에게 리퀘스트해서

추가적인 이세계통신을 행하여 포인트를 번다.

 

벌칙 게임이 될 것 같은 과격한 드라마는 피하고,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드라마는 적극적으로

다음 이야기까지 연기해 나간다.

 

그렇게 하는 걸로 비교적 안전하게

포인트를 쌓아갈 수 있었다.

 

또한 이세계인의 포인트를 넣는 방법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우리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면

대량의 포인트가 들어오고, 반대로 끔찍한 연기를 하면

포인트가 마이너스가 될 때도 있었다.

 

이세계인은 이제까지 과격함만을 추구하고 있었지만

좋든 나쁘든 드라마의 『평가하는 기준』 이 바뀐 것이다.

 

쿄우야: 그런데 너도 말이지,

이렇게 드라마 하는데도 전혀 연기가 안 느네.

 

메이: 시끄러워. 내버려 둬.

 

쿄우야: 뭔가 수줍음이 있단 말이지.

연애 드라마도 아닌데.......

 

메이: 그럼 안 되냐?!

사람에겐 잘하고 못하는 게 있는 거라고.....!

 

쿄우야: 그건 그렇지, 미안 미안.

협력해주고 있는 것만으로 고맙다는 걸로,

지금 건 잊어주라.

 

메이: 그렇게 형편 좋게 잊어버릴까!

게다가 협력이랄까.... 전원이 돌아가기 위해서겠지.

너를 위해서가 아냐.

 

쿄우야: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다행이야.

 

히요리: (아카세씨와 다자이군, 정말 사이가 좋네.....)

 

그런 이유로 오늘은 아카세씨,

다자이군과 함께 드라마를 연기했다.

 

같은 반인 치가사키씨도 물론 드라마는 협력해주고 있지만,

다리 문제도 있고 무리시키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아카세씨와 다자이군이라는

멤버로 드라마를 리퀘스트해서 포인트를

버는 일이 태반이 되어가고 있었다.

 

히요리: 우선, 오전은 이 정도로 끝낼까?

슬슬 원래의 통신이 시작될 거고.

 

쿄우야: 아─. 그치만 아까 리스트 중에서

괜찮아 보이는 드라마를 발견했어.

그러니까, 어디였더라.

 

그렇게 말하며 아카세씨는 화면을 스크롤했다.

 

이세계통신을 리퀘스트할 때,

감시자씨에 일일이 확인받기가 힘들기 때문에

리퀘스트 가능한 드라마를 목록으로 받아두었다.

 

그 목록을 보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3가지가 있다.

 

먼저, 그 드라마의 캐스트 인원.

남자 역 1명, 여자 역 1명이라고 정해져 있지만

반드시 성별은 일치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인원은 반드시 맞춰야 하기 때문에

네 명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세 명이서 할 수는 없다.

 

다음으로 드라마의 장르.

드라마에는 연애, 서스펜스, 미스터리, 청춘 등

여러 가지 장르가 설정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그 드라마가 몇 화째인가.

1화째라면 완전히 새로운 드라마이고,

2화째, 3화째라면 이어서 하게 된다.

 

그리고 반대로 말해서,

그것 이외의 정보는 목록을 봐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 적은 정보에서

안전한가 어떤가를 판단하고

리퀘스트를 할 필요가 있었다.

 

메이: 안전해 보이는 드라마야?

 

쿄우야: 이거 이거, 가족 드라마.

장르가 가족이라면 분명 안전하겠지?

게다가 이거 최종화야.

 

히요리: 최종화.........

 

쿄우야: 최종화를 연기하면

통상보다 많은 포인트가 들어와.

평소 드라마를 연기하는 것에 수배는.

 

메이: 인원수는 둘인가....

그럼 아카세랑 세나가 하면 되겠네.

두 사람 쪽이 나보다 포인트도 높고.

 

히요리: 포인트 『도』?

 

메이: .....그리고, 연기력도........

 

료이치: 다자이는 아직 수줍음이 있으니까 말이야.

내려놓고 연기하면 드라마도 의외로 즐거워.

 

화제에 끼어들 듯 후타미씨가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우리가 연기했던 드라마를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쿄우야: 그 이야기는 아까 했었던 참이네요~

 

메이: ................

 

료이치: 훗, 그랬었나.

....그래서, 아카세와 세나의 포인트는 지금 몇 포인트지?

 

히요리: 2300을 넘은 정도예요.

 

쿄우야: 난 2500 가까이려나.

 

료이치: 귀환에 필요한 건 3000이었던가.

제법 노력했는걸.....

그럼 나와도 드라마를 해볼까?

 

쿄우야: 엣. 괜찮습니까?

 

료이치: 아아. 포인트 버는 법도

여러 가지로 생각해둔 모양이고.....

아무래도 이 상황에서 협력하지 않는 건

좀 그러니까 말이야. 그렇지 반죠,

너도 그렇게 생각해서 내려온 거지?

 

그 말에 후타미씨의 안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곤란한 얼굴의 토모세군이 있었다.

 

히요리: 토모세군?

 

토모세: ......나는, 별로..........

 

료이치: 반죠의 교력이 있으면 일당백이라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인 감정이 앞서서 힘을 빌려줄 마음이 안 드는 건가?

 

토모세: 그렇게까지 말한 적 없잖아요.....!

 

히요리: 그럼, 도와줄래.....?

 

토모세: .........그건...............

 

히요리: .........................

 

료이치: 차가운 소꿉친구구나.

 

메이: 아니, 뭐..........

기분을 모르는 건 아니니까.

 

토모세: 큭.....

합니다, 하면 되잖아요........!!

 

히요리: 정말?! 고마워 토모세군!

 

쿄우야: 도와줘서 고마워, 반죠.

 

토모세: 그런데 죄송하지만 당분간은

아카세씨를 무시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드라마에서는 얘기하겠지만.

 

쿄우야: 오우, 알겠어!

 

료이치: 대단히 솔직한 무시 방법이구나.

 

메이: 신선하네.....

아카세, 우선은 아까 드라마를 끝내 보는 게 어때?

그다음에 또 후타미씨나 반죠랑 짜서 포인트를 모으자.

로테이션하면 휴식도 취할 수 있겠지.

 

쿄우야: 그렇지. 으음, 그럼..........

 

아카세씨가 화면을 터치하자 알람이 울려 퍼지고

뱅글에 드라마의 방송을 알리는 문자열이 떠오른다.

 

『통신 스테이터스: 1분 후 드라마 개시
방송 내용: 「안녕 나의 마을」 최종화
장르: 가족 드라마 

캐스트: 에미 - 세나 히요리

죠 - 아카세 쿄우야

 

히요리: ...............?

 

그 드라마의 제목을 보는 순간

어라,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퀘스트용의 목록에 올라가 있는 것은

현재 정기적으로 방송되는 드라마가 아니다.

 

즉, 한 번이라도 우리가 연기한 적이 있는 드라마는

이 목록에 실려있지 않다.

 

그래서 『원래의 세계에서 본 적이 있는 각본』 등의

특별한 예외가 아닌 한,

본 기억이 있는 제목은 나오지 않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느끼는, 정체 모를 불안.

 

메이: ! 세나..........

 

그리고 타이틀을 확인한 다자이군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쿄우야: 아──

 

대본을 확인하고 아카세씨도 말을 잇지 못했다.

나도 당황해서 대본을 보았다.

 

료이치: 왜 그래?

뭔가 위험한 내용인가.

 

메이: 아니, 내용 자체는....

하지만 이 드라마는

 

쿄우야: .....미안. 이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았어.

그런가, 그럴 수도 있는 건가.......

 

메이: 바운서─!

지금부터 리퀘스트의 취소는 안 되는 건가?

 

감시자: 일단 리퀘스트 한 드라마는

도중에 취소할 수 없습니다.

 

메이: 젠장....안되나...........

 

그 주고받음을 들으며,

나는 아카세씨와 다자이군의 초조함의 의미를 이해했다.

 

대본의 대사를 읽으면 금방 알 수 있다.

타이틀도 본 적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히요리: 이거....유키의 드라마.......

 

친구의 최후의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

나는 이 드라마를 보았기 때문이다.

 

료이치: 유키?

 

메이: .....세나의 친구입니다.

과거의 캐스트로 DEAD END가 됐습니다.

여기에 온 첫날에 영상을 보여줬었죠.

 

료이치: 아아, 과연......

 

메이: 어떡할래?

라고, 얘기하는 사이에도 드라마가 시작돼.

 

히요리: .....응, 그렇네.

아카세씨, 잘 부탁드려요.

 

쿄우야: 잘 부탁한다니, 너──

 

아카세씨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언제나의 『이동』 이 시작되었다.

 

 

 

 

 

 

 

 

2-19.

 

무대는 학교.

아무도 없는 교실에, 두 사람.

 

마주한 아카세씨는 재차 입을 열었다.

 

쿄우야: ──그만두자.

이 드라마를 고른 내가 나빴어.

 

그 『그만두자』 가 의도하는 것은 한 가지뿐이다.

드라마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히요리: 그만두지 않아요.

저와 함께 마지막까지 연기해주세요, 아카세씨.

 

쿄우야: 무리하지 마.

벌칙 게임을 받는다 해도 곧 3000에 도달하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면 빼앗긴 기능도 원래대로 돌아와.

벌칙 게임은 내가 받을 테니까.

미안해, 눈치 채지 못해서......

 

그렇게 말하고 나로부터 시선을 떼고는

디렉터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것을

팔을 잡아당겨 멈췄다.

 

히요리: 아카세씨!

저......아카세씨처럼 되고 싶어요.

 

쿄우야: ....나처럼?

 

히요리: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넘어서야 할 때다』

그렇게 말했었죠. 아카세씨라면 할 수 있으니까,

저에게도 그걸 권했다고 했었어요.

 

쿄우야: 그랬었, 지만...........

 

히요리: 그 후에 유키의 영상을 봤어요.

역시 울어버렸지만 마지막까지 봤어요.

혼자서라도, 어떻게든.

드라마 속 유키의 모습은 절대로 잊지 않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유키를 대신해서

이 드라마를 연기합니다.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아카세씨가 함께 연기해준다면

무엇도 두렵지 않아요.

 

눈 깜짝할 사이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그 수가 꾸준히 줄어드는 가운데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던 아카세씨도 수긍했다.

 

쿄우야: 알겠어.

 

조용히,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죽은 자가 된 에미는

어떻게 해서든 산자의 세계가 잊히지 않아 바랐다.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살아 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그리고 그녀는 과거의 하루를 반복한다.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하루의 끝에서,

연인인 죠와 만난 에미는──』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하루.

 

하지만 지금의 나는 죽은 자다.

과거의 자신을, 하루만 반복한다.

 

그러니 분명 눈 앞의 아카세씨는....

만나고 싶었던 사람일 게 분명하다.

 

쿄우야: 『......에미. 벌써 돌아간 건가 생각했어.』

 

주저하면서도 대사를 읽은 아카세씨에게

나는 미소로 대답했다.

 

히요리: 『으응.

오늘은 부활동이 늦어진다고 말했었잖아.

도서관에서 시간 보내고 있었어.』

 

쿄우야: 『그랬나. 조금만 기다려, 지금 돌아갈 준비 할게.』

 

히요리: 『응.....』

 

그리고 에미는 예전의 자신을 연기하며

무심코 본심을 흘렸다.

 

히요리: 『후후.

다시 당신과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니, 기뻐라.』

 

쿄우야: 『응? ....뭘 그렇게 과장해서 말하는 거야.

언제든지 얘기하잖아.』

 

히요리: 『....그렇네.』

 

언제 든지라는 말은 에미에게는 힘든 말이겠지.

죽은 자가 되어버린 에미에게

이제 『언제나』 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나는 그렇게 드라마 속

캐릭터의 심정을 헤아렸다.

 

쿄우야: 『맞다, 그러고 보니까.

요전에 우리 집에 손수건 놓고 갔잖아.

그거 있잖아, 우리 바보형이 더럽혀버려서』

 

히요리: 『....그랬었나. 기억 안 나......』

 

쿄우야: 『지금 세탁 중이니까 내일 돌려줄게.

그보다 내일 우리 집 올래? 나 부활동 없고.』

 

히요리: 『그렇구나.

그럼 내일은

내일은.........죠의 집에 가는 거네......』

 

드라마 속에, 에미는 이루어지지 않을 약속을 한다.

반복되는 건 하루뿐이니까,

에미는 죠의 집에 갈 수 없다.

 

히요리: (이 대본을....

유키가 연기하려 했었어......)

 

쿄우야: 『좋아, 그럼 돌아가자. 자, 손.』

 

죠를 연기하는 아카세씨가

매우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대본 대로이고, 나 또한 대본대로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가슴이 답답해진다.

 

드라마 속의 에미의 기분도,

영상 속의 유키의 기분도,

양쪽 다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히요리: (──잔혹해.)

 

히요리: 『..... 손..... 잡는 거네.』

 

쿄우야: 『어? 뭔가 너 오늘 이상하지 않아?

언제나 하는 일이잖아.

....잡고 싶지 않은 거?』

 

히요리: 『........언제나.........

으응, 언제나였지.

언제나 그랬어........』

 

그리고 나는 아카세씨의 손에 닿으려다,

그만두었다.

 

히요리: 『─하지만, 이제 무리.

더는 못하겠어, 이제 더 이상은

한순간도 연기할 수 없어.......!!』

 

격렬하게 고개를 저어, 연기를 거부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주위가 어두워지고 아카세씨의 모습이 사라졌다.

전부, 대본대로다. 물론 나의 대사도.

 

눈물은 유키의 일을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흘러내렸다.

 

히요리: 『나, 알지 못했어.

이런 식으로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간다고는,

그때는 알지 못했어.

평범한 하루가 이렇게나 행복했다니.....

......전혀 모르고 있었어...........』

 

울고 있는 에미의 앞에

희미하게 사람의 그림자 같은 것이 나타났다.

대본상으로는, 그것은 죽은 자의 망령이었다.

 

우리들 캐스트는 아닌, 그저 영상이겠지.

그것이 더욱더 그들을 망령으로 보이게 했다.

 

눈앞에 늘어선 그들에게──

 

그녀의 죽은 조부모, 숙모,

그리고 젊은 나이에 사망한

죠의 어머니에게 손을 뻗는다.

 

히요리: 『.....이제, 가지 않으면.

산자는 산자의 세계에.

죽은 자는 죽은 자의 세계에......하지만........

조그만, 기다려줘. 이제 하루만.』

 

뒤돌아보며, 죠가 있었을 방향을 바라본다.

 

히요리: 『안녕, 나의 마을.

죠도, 엄마 아빠도,

아침 식사의 계란 프라이도 따뜻한 목욕탕도

부드러운 침대도, 잡은.............손도.

이 세계는 너무나 멋져서,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네.....』

 

마지막으로 상냥하게 세계를 칭찬하고

에미는 죽은 자와 손을 잡고 돌아가야 할 세계로 돌라간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세계가 나뉘고,

이 이야기는 끝났다.

 

 

 

 

 

 

 

 

2-19-2.

 

드라마가 끝나고 거실로 돌아와

나는 눈물 자국을 닦았다.

 

히요리: (유키가 이 드라마를 연기할 수 없었던 건

너무나 힘든 상황에서.....

한계가 와버린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나 또한, 평범한 하루가 그립다.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 지금 당장.

하지만, 이미 돌아갈 수 없다고.

그것은 잃어버린 것이라고

『에미』 가 말하니까.....

그런 대사도, 눈 앞의 모든 것도,

거부하고 싶어 진다──)

 

기분을 바꾸려 숨을 내쉬고 얼굴을 들자,

거실에는 전원이 모여 있었다.

 

쿄우야: 세나.....

 

히요리: 제대로 끝냈네요.

포인트, 들어와 있어요.

 

쿄우야: ....아아. 열심히 했구나.

 

아카세씨가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언제나 어린애 취급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기쁘다.

 

내가 평소대로인 얼굴을 하고 있어선지,

모두도 평소대로의 상태로 돌아갔다.

그렇게 모두 나름대로 마음을 써주는 거겠지.

 

히요리: (아직 다리는 떨리고 있지만....

주목받지 않아서 다행이다.)

 

마모루: 슬픈 이야기였네요.....수고하셨습니다.

 

료이치: 역시 최종화만으로는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렵네.

 

토모세: ....일상의 소중함을 테마로 한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은 최종화에 응축되어 있어요.

 

료이치: 알고 있는 이야기야?

 

토모세: 아뇨. 모티브가 된 각본이 뭔지 알고 있는 것뿐입니다.

대사와 시추에이션이 꽤 비슷해서.

그렇다면 그거다 싶어서.

 

타쿠미: 일상의 소중함? 모티브?

어려워............

 

토모세: 그건 사전을 읽어.

 

메이: ──문득 떠오른 거지만.

 

쿄우야: 응? 뭔데.

 

메이: DEAD END가 된 캐스트의 기억은

원래 전 세계.... 우리들의 기억에서도 사라진다고 디렉터가 말했었지.

하지만 세나와 에바나는 친구의 영상을 보고 그 존재를 떠올렸어.

그럼 만약 백넘버 중에 우리들의 지인이 있다면....?

 

미즈키: 똑같이 떠오를 것인가,

트리거인지 뭔지 알고 싶다는 이야긴가?

 

메이: 그래요. 이번과 같은 일은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혹시 그런 일도 있을 수 있을까 하고.

 

미즈키: 과거의 캐스트에게 지인이 있다면, 말이지. 지당한 말이야.

바운서....아니, 디렉터에게 연결해줘. 질문이다.

 

깊이 수긍하며, 이오치씨는 거실에 두고 있는

감시자씨와 마주했다.

 

그러자 감시자씨가 깜빡이며 공중에서 빙글 돌았다.

 

디렉터: 네, 질문해주세요.

 

메이: DEAD END로 사라진 기억은

어떤 계기로 부활하는 거지?

세나와 에바나가 과거의 캐스트의 영상을 보고

어째서 기억을 되찾는 일이 가능했던 거지?

그런 시스템으로 되어있는 건가.

 

디렉터: 아뇨. 구조적으로는 기억이 복구되는 시스템은 없습니다.

두 사람의 기억이 복구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쪽에서 DEAD END의 설명을

이해시키기 위해 특례로 돌려놓았습니다.

 

히요리: ......! 특례........

 

디렉터: 과거의 캐스트가 실재의 인물이며,

DEAD END로 실제 기억이 지워진 예를

알려주기엔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케이토: 하, 그걸 위해 일부러라는 건가.

친절하기도 하지....

 

디렉터: 하지만, 사람의 기억이나 마음은 신기한 것.

모든 데이터를 삭제해도 드물게 있습니다.

『있을 리가 없는 인간』 을 떠올리는 경우가.

 

쿄우야: 에.......?

 

디렉터: 인연이라고 하던가요. 삭제된 인간과

강한 관계를 맺고 있던 사람이 그 잔재에 닿으면

어딘가에서 그 기억이 되살아난다.

레어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기억을 되찾는다고 해서 그다지 의미는 없습니다.

그들의 정보는 이 세계에 밖에 남아있지 않고

당신들의 세계에서 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그 사람은 벌써 없으니까요.

떠올리지 않는 편이, 행복하겠지요.

 

거기서 디렉터의 설명은 끊어졌다.

 

마지막 말을, 아카세씨가 작게 반복했다.

 

쿄우야: 떠올리지 않는 편이....행복하다......

 

메이: ................

 

소우타: 뭐 친구가 죽어버린 걸 보고 울 정도라면

잊어버리는 편이 행복하다는 건 이해될지도~

 

교부군이 진심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는 어조로 말하자

누구보다 먼저 에바나군이 초조하게 받아쳤다.

 

케이토: 너는 닥쳐.

멋대로 사람을 죽이고 존재를 지우고 그 편이 행복하다던가,

녀석들의 형편 좋은 말로 밖에 안 들린다고.

 

소우타: 음, 정론☆ 그건 그렇지.

 

나도, 정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목소리를 내었다.

 

히요리: ....잊어버려도 좋은 기억인지 어떤지 정도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

나는 유키의 일을 절대 잊고 싶지 않고,

만약......만약, 내가 DEAD END나 돼서 죽는다고 해도

모두에게 잊히는 건 싫어.

아무리 슬퍼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존재조차 지워버리다니....절대로 싫어.

 

말을 내뱉고 앞을 보았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그 영상과 마주했으니까.

 

마모루: ....세나씨의 그 생각이

분명 친구분의 구원이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녀는 당신의 친구여서 행복할 거예요.

 

토모세: 그래요.

분명 교부씨의 친구가 아닌 것을

마음속으로 기뻐하고 있을 겁니다.

 

소우타: 엥─ 잠깐만.

제대로 케이쨩의 의견에도 동의했잖아.

후벼 파지 않아도 좋다구 그 부분은.

 

그렇게 조금씩 무거운 공기가 바뀌어가는 가운데,

조용히 아카세씨가 그 자리를 떠났다.

 

쿄우야: .................

 

히요리: (.....어라.)

 

말없이 방으로 돌아가는 걸까.

평소라면 한마디 정도는 남길 테고

드라마도 아직 연기할 예정이었는데.

 

메이: ....................

 

궁금해서 뒤쫓으려 하는 내 앞을 지나,

다자이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히요리: (다자이군이 있으니까, 괜찮으려나.)

 

마음에 두면서도, 나는 그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2-20.

 

그날 밤은 제법 길게 느껴졌다.

 

히요리: (평범한 하루.....행복한 하루.

아무것도 아닌 매일.

그 매일로 돌아간다면──

으응, 돌아가기 위해서 힘내자.

꺾이지 말고 앞으로 나가야지.

우리들이 없어진다면....

유키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는 거니까.....)

 

자신에게 타이르듯 선언하자

아카세씨의 모습이 문득 떠올라, 킥하고 웃었다.

 

히요리: (똑같은 일을 해버렸네.)

 

절대 잊고 싶지 않다고,

그리고 누구에게도 잊히고 싶지 않다고,

나는 모두의 앞에서 선언했다.

 

그것은 내 안의 맹세이기도 했다.

절대로 지켜야 할 맹세.

입에 담는 것으로, 꼭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히요리: (똑같이....될 수 있을까.......)

 

멍하니 생각하고 있자, 작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히요리: 네?

 

???: 난데.

 

히요리: ......네, 들어오세요.

 

잠금을 해제하고 문을 열자

거기에는 예상대로 아카세씨가 있었다.

 

쿄우야: 미안. 자고 있었어?

 

히요리: 아뇨, 일어나 있었어요.

 

아카세씨를 들이고 문을 닫았다.

이런 식으로 방안에 둘만 있는 것도

몇 번째인 걸까.

 

히요리: (하지만 오늘은.....

아카세씨 쪽이 기운 없어 보이는데....?)

 

방에 들어온 그대로

앉는 것조차 망설이는 듯한 아카세씨의 행동에

나는 발돋움을 했다.

 

그리고 아카세씨의 머리로 손을 뻗었다.

 

히요리: ......웃.......

 

쿄우야: ? 뭐 하는 거야.

 

히요리: 조금만....숙여주세요.

 

쿄우야: 어? 이렇게?

 

내 허리 부근까지 숙여준 덕분에

이번에는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걸로 됐어.

 

히요리: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지만

키 차이 때문에 잘 되지 않아서.

 

쿄우야: 훗.

과연, 그랬구나.....

 

아카세씨는 그대로 나에게 몸을 맡기고,

쓰다듬어 주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히요리: ......후후훗.

조금 강아지 같네요.

 

쿄우야: 에에?

지금 평범하게 기뻤는데 말이지,

개 취급이냐고.

 

히요리: 아하하, 죄송해요.

.....뭔가 걱정거리라도 있나요,

아카세씨?

 

쿄우야: 음─......걱정거리, 인가.

잘 모르겠어 스스로도.....

 

그리고 침대에 앉은 아카세씨의 옆에 나도 앉았다.

 

쿄우야: 그저, 너랑 얘기하고 싶어서.

이야기하면 기분이 나아지려나 했어.

그러니까.....

조금, 약한 소리 해도 될까?

 

히요리: 물론이에요.

 

쿄우야: ──초조해. 초조해서, 망설이게 돼.

이걸로 괜찮은지 모르겠어.

뭔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 어딘가에서 잘못하고 있지 않을까....

너에게 전부 말해버린 것도,

너를 좋아한다고 한 것도.

정말은......전부...........

잘못했다거나, 그런 걸까.

 

히요리: .......에............

 

나도 모르게 표정이 얼어버렸다.

그 얼굴로 아카세씨를 보자,

그저 당황스러운 듯한 반응이 돌아온다.

 

쿄우야: 미안. .......미안, 이래선 안되는데.

지금이야말로 잘못했어....

너를 상처 입히는 짓을.

 

히요리: ...........

 

깊숙이 내린 그 머리 채로,

껴안고 속삭였다.

 

히요리: 잘못해도 괜찮아요.

조금 놀라버렸지만.....

제가 아카세씨를 좋아하는 것에 변함은 없으니까요.

 

쿄우야: .....나도 변함은 없어.

하지만 만약, 내가 널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자신의 역할만을 수행했다면....

너는 좀 더 편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하고

언젠가 내 존재가 너에게 짐이 되진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

 

히요리: 포인트 모으기를 말하는 건가요?

그렇게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귀환하는 건 모두의 목표니까요.

 

쿄우야: ............

 

히요리: 무거운 짐이라니, 생각한 적 없어요.

아까도 아카세씨를 생각으로 웃어버렸는걸요.

 

쿄우야: 웃었다고?

 

히요리: 낮에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잊고 싶지 않아』라고 말한 제가

아카세씨의 흉내를 내는 것 같아서.

모두의 앞에서 선언하면 망설임이 사라지죠.

아카세씨도 그렇게 말했었으니까.

 

쿄우야: 아아......그건가........

하하....확실히 나 같아.

말로 하는 만큼 이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잊고 싶지 않아.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겠어.

......네가 좋아.

함께 있고 싶어──

 

고개를 든 아카세씨는

부드럽고 다정하게 나에게 미소 지었다.

 

히요리: ......아카세씨.......

 

쿄우야: .....좋아!

너한테 내 소중한 걸 줄게.

뱅글 내밀어 봐.

 

히요리: 뱅글?

 

쿄우야: 원래 세계로 돌아가도

데이터가 남을지 어떨지 모르니까

이건 도박이지만── 너한테 줄게.

 

말한 대로 뱅글을 내밀자

메시지가 아닌 메인 폴더에

그 데이터를 카피해서 저장해주었다.

 

히요리: 뭔가요, 이 데이터?

 

쿄우야: 헤헤. 내가 좋아하는 TV 방송의 데이터.

행성 전사 플라네테온!

 

히요리: 엣?!

프, 플라네테온.....인가요.....

얼마나 소중한 데이터일까 생각했는데

 

쿄우야: 아니 아니, 소중한 거라니까.

내가 히어로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목표로 한 방송이니까

마지막 전개라던가 엄청 뜨겁다고?

히어로가 완전 멋있으니까.

 

히요리: .......후후.

저도 봤으니까 알고 있어요.

멋있었죠.

 

그 이름은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 봤던 특촬물이다.

 

히요리: (토모세군이나 남동생이랑 함께

자주 공원에서 역할 놀이를 했었지.)

 

쿄우야: 에, 너도 봤었어?!

진짜냐.....그럼 잠깐 같이 보자.

1화부터.

 

히요리: 1화부터라니....

설마 전화를 다 볼 생각이에요?!

 

쿄우야: 행성 전사 플라네테온,

어디까지 볼 수 있을까 켠 김에 왕까지.

 

진지하게 말하는 바람에 소리를 높여 웃고 말았다.

 

그리고 나와 아카세씨는

둘이서 나란히 그 데이터를 쭉 보았다.

 

어렸을 적 봤던 TV 방송을

그리워하며 어깨를 맞대자,

이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히요리: (이 시간이, 언젠가 되돌아봤을 때

아무것도 아닌 평화로운 하루가 될 수 있도록.

단지 그 굉장함을 깨닫지 못할 뿐인,

행복한 하루가 될 수 있도록......)

 

 

 

 

 

 

 

 

화면 속에서 말하는 히어로의 목소리가 멀게 느껴진다.

 

졸려져서 그런가 생각했지만

어느샌가 아카세씨가 볼륨을 줄였던 것 같다.

 

쿄우야: 졸려? 세나.

 

히요리: 응....조금...........

 

쿄우야: 그럼 같이 잘까.

 

 

 

 

 

 

 

 

아카세씨는 뱅글을 조작해 방의 조명을 껐다.

 

그리고 화면도 끄고, 내 옆에 엎드려 눕자

한순간에 졸음이 날아가 버렸다.

 

히요리: 자, 자다니.

 

쿄우야: 전에도 같이 잤잖아?

 

히요리: 그, 그치만....

지금은.... 연인 사이, 고.......

쓸데없이 긴장돼서.....

 

쿄우야: 괜찮다니까.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

자, 이리 와.

 

머리를 살며시 기대고, 그의 손의 다정함에 항복해버렸다.

시키는 대로 침대에 눕자,

아카세씨의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쿄우야: ....안심......되네.

네가 여기 있다는 게 느껴지니까.....

역시 이걸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너는 내 흉내 따위 내지 않아도

언제나 강하고, 올곧아.

잊을 수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너도, 나를 기억해줄 거지.

 

히요리: 물론 잊지 않겠지만,

그건.....어떤...........

 

쿄우야: 만약의 이야기야.

누구 한 명이라도 기억하고 있다면

틀림없이 그곳에 그 녀석은 존재한다고.

네 친구처럼 네가 잘 기억해준다면

절대로....지워진다거나 하진 않을 거라고.

슬퍼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그렇게 생각해도 되는 거지.

 

히요리: (무슨.....? 뭔가 있는 걸까?

그런 말을 하다니──)

 

물어보려고 하는 내 눈을 손으로 가렸다.

 

쿄우야: 역시 졸리네.

내일을 위해 제대로 자두자.

 

강제로 재워져 버렸다.

눈꺼풀이 닫히고 어둠 속에서,

아카세씨의 손의 온기를 느꼈다.

 

나의 오른손을 데우는, 그 온기를.

 

히요리: 아카세씨는 내 히어로니까

사라지거나 하지 말아 주세요.....!

 

쿄우야: 하하, 안해. .....너의 히어론가.

그렇다면 그걸로도 나쁘진 않지만,

역시 모두의 히어로로 있고 싶네.

 

히요리: 괜찮아요, 아카세씨라면 분명──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또다시 졸음이 와버렸다.

 

평온하고 조용한 졸음 속에서,

멀리, 아카세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쿄우야: 더는 누구도 잃고 싶지 않으니까....

너도.

잊지 않아.... 잊고 싶지, 않아──........

 

다정하고, 부드러운.

 

머나먼,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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