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으로 간다
▶거실로 간다
▶복도로 간다
거실에 들어오자,
부엌 쪽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려 살짝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눈가를 누르며 생각에 잠겨있는 에바나군과
미안한 얼굴로 서 있는 치가사키씨의 모습이 보였다.
케이토: .........하아.
마모루: ..............
히요리: 저기, 무슨 일 있나요.....?
케이토: ....너랑은 상관없어.
히요리: 없.........!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말할 것 까진 없지 않아?!
케이토: 시끄러워 닥쳐 저쪽으로 가.
히요리: 시끄러운 건 에바나군 쪽이야!
마모루: 저기! 원인은 저한테 있으니까.....
히요리: 에, 어떻게 된 거예요?
마모루: ....사실은 에바나군에게 요리하는 법을
배우려고 생각해서.....
히요리: 요리 말인가요.
하지만 그건 좋은 일 아닌가요?
마모루: 그게, 그.......
케이토: ........이걸 좀 봐.
에바나군이 지목한 받침대 위를 보니
정체불명의 덩어리.......말하자면
『수수께끼의 물체 X』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히요리: 이것.......은..........?
마모루: 역시....모르겠지요........
히요리: 으음, 잠깐 기다려주세요.
좀 더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수수께끼의 물체 X』에 접근해
천천히 전체를 관찰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찬찬히 살펴봐도
이게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히요리: .........으, 으음─?
마모루: 세, 세나씨......이제 됐으니까.
히요리: 아뇨.....괜찮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맞출 테니까...........!
마모루: 마, 맞추다니......
케이토: 너 바보냐? 그런 얘기가 아니라고.
하아.......
치가사키씨에게 요리를 가르쳐달라고 들어서
시험 삼아 『계란말이』를 만들어 보라고 했어.
가르쳐준다고 해도, 치가사키씨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르니까 말이지.
『계란말이』라면 어린애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고
만드는 방법의 기술도 알기 쉬워.
하지만, 치가사키씨의 솜씨는 내 상상 이상이었다.
히요리: 상상 이상......?
케이토: 네가 아까부터 보고 있는 그게......
치가사키씨가 만든 『계란말이』다.
히요리: 에........에에에에에?!
마모루: 역시 그런 반응이 나오네요.......
히요리: 헛! 죄송해요........
하지만, 계란이 이런 형태도 될 수 있구나.......
케이토: 뭐 기분은 이해해.....
나도 그걸 본 순간 할 말을 잃었으니까.
마모루: ........죄송합니다, 너무 서툴러서.
히요리: (서투르다는 걸로 끝낼 수 있는 얘기가 아닌 것 같지만.)
케이토: 서투르다는 레벨이 아니에요.
히요리: 엣, 에바나군?!
케이토: 뭐,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건
어떤 의미에선 재능이라고 생각하지만.
마모루: ............웃........
히요리: 저, 저기.......치가사키씨는 어째서 갑자기
요리를 하려고 생각한 건가요?
마모루: 실은, 요리가 서투르다고
계속 도망치는 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여러분들이 지쳐있을 때 간단한 거라도 만들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녁밥과는 다르게 점심은 각자 만드는 경우가 많으니까.
뭔가 협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히요리: 그랬구나.........
마모루: 하지만 이래서야, 도움은 커녕 방해만 되겠네요.....
히요리: 그렇지 않아요!
마모루: .......에?
히요리: 서투르다면 연습합시다!
마모루: 하지만......
히요리: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고
연습하면 분명 능숙해질 거예요.
저도 협력할 테니까요, 네?
마모루: 세나씨....감사합니다.
히요리: 어라, 에바나군 어디가?
케이토: 난 방으로 돌아간다.
히요리: 어, 어째서??!
케이토: 네가 시야에 들어오는 것만으로
죽을 만큼 불쾌하기 때문이다.
히요리: 매번 그런 짜증 나는 말투나 하고!
케이토: 네가 가르쳐줄 거잖아?
그럼 그걸로 된 거 아냐.
히요리: .........알겠어.
그럼 식재료가 이 이상 줄어도
에바나군은 용서해 줄 거지?
케이토: 하아?!
히요리: 그러고 보니 냉장고에
뭔가 맛있을 것 같은 반찬통이 있던 것 같은데.........
케이토: 기다려.
그건 아직 준비 중이야....건들면 죽인다.
히요리: 그럼, 같이 하자?
케이토: .............칫, 어쩔 수 없군.
단 가르치는 건 이번 한번뿐이다.
히요리: 됐다! 그럼 빨리 하자.
케이토: 젠장......
마모루: 거듭 죄송합니다......
그렇게 해서, 요리 수업이 시작되었다.
히요리: 그럼, 우선은 식칼을 쥐는 것부터일까.
마모루: ......이걸로 될까요?
히요리: 괜찮아요......어라?
치가사키씨 왼손잡이였네요.
마모루: 아, 네..........그렇, 죠.............
히요리: (뭔가 치가사키씨의 대답,
모호한 느낌이 드는데
나, 뭔가 이상한 말 했나........?)
우선 일반적인 요리라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에바나군의 제안에,
고기 감자조림을 만들게 되었다.
히요리: 치, 치가사키씨.......!
천천히, 천천히 해도 괜찮으니까!
마모루: 네, 네..........!
감자의 껍질을 잘 벗기지 못하고 분투하는 치가사키씨가,
먹을 수 있는 부분을 벅벅 깎아나간다.
그 모습을 조마조마하며 보고 있으니
에바나군이 한숨을 쉬며 필러를 내밀었다.
케이토: 그러다가는 언젠가 다칩니다.
이쪽이 간단하니까 사용하세요.
하지만, 필러 정도로 치가사키씨의 서투름을
커버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어찌 된 건지, 정신을 차리니
감자의 존재가 소실되고 있었다.
케이토: 필러를 쓰는데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건데..........
에바나군은 머리를 감싸며
동요를 감추지 못하는 상태였다.
결국 고기 감자조림은 없던 걸로 하고
볶는 것뿐이라 실패할 수 없는 채소볶음으로
변경하게 되었지만.........
마모루: 맛있지가 않네요.........
케이토: 당근이 설익은 거 때문이네.
뭐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히요리: 혹시, 재료 넣는 순서를 잘못한 걸까?
케이토: 글쎄.
젠장....스스로 하는 게 아니면 방식을 모르겠어.
마모루: 죄, 죄송합니다......
히요리: 그럼, 불이 닿는 걸
알기 쉬운 것으로 시험해보지 않을래요?
오믈렛이라던가.
그러나 새롭게 도전한 오믈렛은 먹을 수 없는 건 아니었지만
오믈렛이라기보다는 스크램블 에그와 같은 형상이었다.
그래도 이것은 자주 있는 실패라서
굴하지 않고 계란 프라이에 도전해보았지만,
몇 번을 만들어도 노른자가 무너져 버린다.
그런 일을 몇 번이고 반복할 뿐,
좀처럼 괜찮은 완성품이 나오지 않았다.
히요리: (굉장해....이렇게까지 못하는 사람은 처음일지도....)
마모루: 역시....뭘 해도 안되네요.
두 사람에겐 민폐만 끼쳐서 죄송합니다.
히요리: 아니에요, 열심히 했잖아요.
치가사키씨는 조금도 나쁘지 않아요!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또 함께 연습할까요?
마모루: 네.....그렇네요.
타쿠미: 저기.
히요리: 아, 하이지군. 무슨 일이야?
타쿠미: 오늘 저녁밥 어떡해?
케이토: 벌써 그런 시간인가....아직 아무것도 준비 못했는데.
지금부터 단시간 에인가,라고 고민하기 시작한 에바나군의 옆에서
면목없는 듯하는 치카사키씨에게 『고기가 좋아』 라고 제안한 것은 하이지군이었다.
케이토: 고기인가.....
히요리: 고기? ........그래!
마모루: 하이지군, 여기. 다 구워졌어요.
타쿠미: 응, 고마워.
케이토: 과연 바비큐인가.
히요리: 이거라면 굽는 것뿐이고
치가사키씨라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마모루: 세나씨, 고마워요.
이걸로 겨우 한걸음 전진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사소한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조금이라도 할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기뻐서...
살포시, 상냥한 미소를 짓는 치가사키씨를 보니
그것이 진심 어린 말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히요리: 치가사키씨....
타쿠미: 누나, 이 고기 맛있네.
히요리: 후훗, 치가사키씨가 구워준 덕분이야.
소스는 에바나군 특제지만.
마모루: 에바나군이 준비해뒀다는 게 이거였군요.
이 소스, 굉장히 맛있어요.
케이토: 3일 숙성해둔 거니까요.
하마터면 못쓰게 될 뻔했지만.
마모루: 하하.....
케이토: ............이 소스가 마음에 들었다면,
다음엔 치가사키씨가 도전해보면 되지 않습니까?
마모루: 에....또 가르쳐주시는 건가요?
케이토: 제가 그럴 기분이 됐을 때의 이야기지만.
마모루: 감사합니다.....정말 기뻐요.
타쿠미: 저기, 좀 더 고기 먹고 싶어.
마모루: 아, 네. 금방 구워드릴게요.
히요리: 그럼 저는 채소 굽는 걸 도울게요.
그리하여 우리는 치가사키씨가 구운 고기를 잔뜩 먹고,
정신없이 잡담을 주고받으며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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